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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콥 퀴슬이 돌아왔다 ‘사형집행인의 딸’ 시리즈 4권·5권 출간

중세 독일의 배경으로 펼쳐지는 흥미진진한 추리소설 시리즈 ‘사형집행인의 딸’(The Hangman’s Daughter 올리퍼 푀치·김승욱 역) 4권 ‘중독된 순례자들’과 5권 ‘밤베르크의 늑대인간’이 차례로 국내에 출간됐다.

전세계적으로 250만부가 판매가 된 이 시리즈는 움베르코 에코의 ‘장미의 이름’으로 불이 붙은 중세를 배경으로 한 다양한 문학 작품 중 ‘추리물’과 중세 풍속에 대한 흥미로운 묘사에 특화됐다.

4권은 작가 올리퍼 푀치의 고향을 무대로 한 첫 번째 책이라는 특징이 있다. 작가가 잘 알고 있는 안덱스 지역을 재현한 내용은 배경에 대한 묘사와 지형의 이용이 탁월하다. 책 후반부 ‘안덱스 수도원 안내서’를 통해 실제 공간을 체험해볼 수 있는 장점도 있다. 함께 출간이 된 5권 배경 독일 밤베르크 시는 1623~1633년 사이 900명이 마녀사냥으로 처형당했다. 당시 전 유럽과 아메리카 대륙을 휩쓴 마녀사냥의 광기 중에서도 밤베르크의 처형 규모는 손에 꼽을 정도로 컸고 야만적인 처형이 이어진 곳이다. 처음에는 혼자 사는 노파, 농민 등 하층민이 마녀로 처형당하다가, 점차 도시 전체가 광기에 사로잡혀 시장과 시의원, 심지어 주교의 재상도 마녀로 지목당해 고문당하고 처형된 곳이다.

‘사형집행인의 딸’을 처음으로 접한 독자들은 사형집행인이라는 기이한 직업을 가진 이들의 캐릭터가 흥미롭게 다가 올 것으로 보인다. 할리우드 영화와 서양 전래동화 영향으로 사형집행인을 사형수들의 목을 자르는 무지막지한 사람으로 생각하지만 저자가 고증해 되살려낸 사형집행인은 이런 관념을 깨뜨린다.

사형집행인은 원활한 사형집행을 위해 인체 골격의 구조에 대해 해박한 지식을 가졌으며, 사형수에게 처방하기 위해 독초와 약초의 사용에도 조애가 깊었다. 보통사람이 하지 않는 힘든 일을 하지만, 우리가 오해해 왔던 것처럼 냉혹한 도살자는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는 사형집행인이 자신들의 직업을 대를 이어 계승해왔으며, 이를 위해 자신들의 업무를 전문화해 왔음을 밝히고 있다. 당시 대다수 사람이 문맹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사형집행인들은 글을 익혔고, 다양한 서적을 탐독해 인체와 여러 약초에 대해 연구했다고 한다. 사형집행인이라는 터부시되어 왔던 은밀한 직업의 세계를 엿볼 수 있다는 점은 이 책이 주는 또 하나의 매력이다. 또 중세 유럽 독일의 다양한 지역과 풍속에 대한 탁월한 묘사는 지적인 재미와 상상을 자극하는 요소 중 하나다.

그 동안 이시리즈를 탐독한 독자라면 사형집행인의 딸인 막달레나와 의사 지몬의 결혼 생활과 이들의 아이들 모습, 그리고 야콥 퀴슬의 한층 노련해진 기지를 엿보는 재미가 추가로 더해 진다.

저자 올리퍼 푀치는 독일 바바리아 주 공영 텔레비전과 라디오에서 방송 작가로 일했고 현재는 역사 추리소설가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이 소설 모티프가 된 바바리아 주 사형집행인 집안 퀴슬가 후손이다.

방송인 출신인 작가가 해박한 지식을 지니고 상대를 고문하는 거구의 주인공을 등장시킨 추리소설 시리즈라는 점에서 리 차일드 ‘잭 리처 시리즈’가 떠오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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