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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윤제문, ‘아빠는 딸’에겐 '미운 자식'

“(불미스러운 일로)스태프들과 동료들에게 미안합니다.”

배우 윤제문이 태도 논란으로 또 구설에 올랐다. 술이 덜 깬 상태로 인터뷰 자리에 나타나 취재진과 마찰을 빚었기 때문이다. 세 번의 음주운전으로 처벌 받은 뒤 복귀하는 작품이었지만 경솔하게 행동한 탓에 이를 비난하는 기사가 연일 쏟아졌다.

배우 윤제문, 사진 영화사 김치

다행히 그의 영화 <아빠는 딸>(감독 김형협)은 이와 별개로 승승장구다. 지난 12일 개봉 이후 박스오피스 2위를 유지하며 관객을 끌어모으고 있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는 윤제문의 코믹 연기 덕분이었다. 과거 그의 음주운전 논란으로 크랭크업한지 2년 여 개봉 시기를 미루다가 이제야 빛을 본 <아빠는 딸>에게 윤제문은 병 주고 약도 준 셈이었다.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윤제문은 <아빠는 딸>에 대한 홍보를 하면서도 자신이 원치 않은 질문엔 입을 다물며 녹록지 않은 성격을 보여줬다.

“<아빠는 딸>은 실제 아빠와 딸이 봐도 공감할 수 있는 영화죠. 개인적으로 코믹 연기를 하는 게 걱정됐지만, 완성본을 보니 만족스럽고 좋았어요.”

영화 ‘아빠는 딸’ 포스터.

그는 극 중 여고생 딸(정소민)과 영혼이 바뀌는 만년 과장 ‘원상태’ 역을 맡았다. 실제론 여고생 연기를 했어야 했기에 쉽지는 않았다고 고백했다.

“여고생 연기는 처음이라 제 딸도 관찰하고 정소민의 도움도 받았어요. 리딩할 때 서로 녹음해서 참고하기도 하고요. 그럼에도 말줄임 문화는 시나리오를 봐도 정말 모르겠더라고요. ‘핵노잼’ 이런 말은 이해하기도 힘들었고요. 시나리오 읽을 땐 재밌고 욕심나서 시작했는데, 막상 촬영하니 벽에 부딪히더라고요. 특히 코믹 연기에서 재미있게 하려면 과장하게 되고, 절제하려니 재미가 없는 것 같아서 그 사이 균형을 잡는 게 참 어려웠어요.”

그동안 선 굵은 캐릭터만 맡아오다 코믹한 이미지로 노선을 변경한 것에 대해선 큰 의미를 두지 않았다.

“이미지 변신을 하겠다는 생각은 없었어요. 한때 건달 역을 연달아 하면서 저에 대한 이미지가 굳어질까 걱정해서 관련 영화를 다 거절했는데 별로 의미가 없더라고요. 이번 작품을 한 건 이미지 변신을 위해서라기보다는 캐릭터가 욕심이 났기 때문이에요.”

실제 두 딸을 둔 그에게 몇 점짜리 아버지인지 질문을 던졌다.

“어릴 때나 ‘품안의 자식’ 아닙니까. 딸들이 자기 세계도 형성되고 비밀도 많아지면서 저와 대화는 점점 줄어들었죠. 가끔 섭섭하기도 해요. 남자친구가 생겼다는 것도 매번 엄마를 통해서 얘길 들어야 하니까. 이 영화로 변화가 있었냐고요? 내가 다르게 행동한다거나 말을 걸면 더 이상하지 않겠어요?”

영화 홍보에 적극적이었지만 음주운전 관련 질문이 나오자 예민해졌다. 그는 웃으며 “노코멘트”라고 말하며 장난을 쳤지만, 표정은 불편했다. 동료들에 미안한 마음을 표현하다가 “여기까지만 합시다”란 말로 결국 속내를 내비친 뒤 말이 극도로 줄었다.

‘실제로 딸과 영혼이 바뀐다면 어떨 것 같으냐’란 분위기 전환용 질문에도 “바꾸고 싶지 않다. 그런 생각을 해보진 않았다. 정말 싫은 질문인데요?”라며 선을 그었다. 그리고 예정된 시간을 다 채우지 못하고 인터뷰를 종료했다.

윤제문은 <아빠는 딸> 홍보를 위해 지난 과오에 대한 사과를 수십 번이고 했다. 물론 스스로에겐 괴롭고 수치스러울 수 있다. 그러나 데뷔 20년이 얼마 남지 않은 배우로서 그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 그의 볼멘 항변에 또다른 고통을 참아내야 하는 동료가 있지 아니한가. 연기력으로 재미는 살렸지만 품성으로 타격을 입힌 윤제문은 <아빠는 딸>에겐 ‘미운 자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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