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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번째 상대선수’가 된 서포터…팬 욕설에 떠나려는 이정수

12번째 선수라던 서포터가 12번째 상대 선수가 됐다. 응원의 목소리가 아닌 욕설에 선수가 은퇴를 고민하는 것이다. 프로축구 최고의 명문으로 불리던 수원 삼성의 서글픈 현실이다.

수원 관계자는 18일 “이정수(37)가 떠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서정원 감독이 만류하고 있지만 설득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밝혔다.

이정수가 시즌 도중 팀을 떠나려는 것은 아군으로 여겼던 서포터들과의 마찰 탓이다. 안방에서 치른 지난 16일 광주전이 0-0으로 끝난 직후 극소수라지만 관중석에서 선수들을 향해 손가락 욕설과 함께 맥주캔이 투척되는 사고가 벌어졌다. 특히 부상으로 경기를 뛰지 않은 이정수를 향해선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이 쏟아져 팬과 시비가 붙을 뻔 했다.

수원 삼성 수비수 이정수(왼쪽)와 서정원 감독 |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정수의 한 지인은 “자신을 사랑한다고 믿었던 팬들에게 미움을 받기를 원하는 선수가 누가 있겠느냐”며 “부진한 성적이 자신의 탓이라는 생각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귀띔했다. 서정원 감독이 이정수를 설득하고 있으나 상황에 따라선 은퇴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서포터의 미움을 받는 것은 다른 선수들도 마찬가지다. 개막한 지 한 달여가 흘렀지만 여전히 첫 승(5무1패)을 챙기지 못할 정도로 부진한 성적이 원인이다. 지난해 창단 이후 처음으로 하위 스플릿으로 추락한 충격을 FA컵 우승으로 반전하는 듯 했던 수원이 올해도 부진하자 팬심이 폭발한 것이다. 광주전이 끝난 직후 상대인 광주 선수들에게 환호와 박수 갈채가 쏟아진 것과 달리 수원 선수단에는 “우~”하는 야유가 쏟아졌다. 서정원 수원 감독(47)을 향해선 성적에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는 의미로 “Seo Out”이라는 구호도 나왔다. 수원의 한 관계자는 “항상 성적이 좋을 수는 없는데, 매번 회초리만 드는 팬들이 엄하기만 한 아버지로 여겨져 야속할 때도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수원은 이번 사태를 계기로 서포터 일부의 지나친 응원 문화가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성적 부진에 대한 비판은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지만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사라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준식 수원 대표이사는 “선수를 향해 이물질을 투척하는 일은 어떠한 경우에도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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