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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의 경남’ 김종부 감독 “응어리 떨치는데 20년 걸렸다”

김종부 경남FC 감독(52)은 승리의 중요성을 누구보다 잘 안다.

고교 감독 시절 제자들을 대학에 진학시키기 위해서 늘 벼랑 끝에 서야 했다. 그는 살아남아야 했고, 이겨야 했다. 김 감독은 “이겨야 할 때 이기는 법을 배워야 했다”고 말했다.

패배는 의심을 낳지만 승리는 천사를 부른다. 지금 경남엔 천사가 가득하다. 시즌 5승2무로 챌린지리그 단독 선두. 시즌 전만 해도 성남과 부산, 서울, 수원, 대전이 우승 후보로 꼽혔다. 경남보다 두 세배 더 많은 돈을 쓰는 팀들이다. 경남은 그 예상을 뒤엎고 보란 듯이 초반부터 판을 뒤흔들고 있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내용도 좋다. 수비부터 빌드업 과정을 중시하는 플레이 스타일이 짜임새 있고, 색깔이 뚜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종부 경남FC 감독.경남 제공

신문선 명지대 교수는 “공수전환이 상당히 빠르고 패스 하나도 그냥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세윤 전 축구협회 비디오분석관은 “선수 구성이나 전술, 체력, 심리적인 측면까지 팀이 굉장히 짜임새 있게 잘 만들어져 있다”고 평가했다.

김종부 감독은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 4강 신화의 주역이다. 스피드와 힘, 결정력을 겸비해 대형 스트라이커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현대와 대우 사이에 벌어진, 한국축구 최악의 스카우트 파동이 그의 축구인생을 결딴냈다. 포항과 대우, 일화, 대우를 전전했지만 끝내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하고 1995시즌을 끝으로 은퇴했다. 원망, 후회, 회한은 지난 20년간 집요하게 그를 괴롭혔다.

“뭔가 응어리 같은 게 있었어요. 가만히 있으면 한쪽 구석이 아파오는…. 그걸 떨쳐내는 데 20년이 넘게 걸리더라구요.”

아파도 떠날 수 없었던 축구. 김 감독은 “내게 축구는 그냥 삶이었다”고 말했다. 거제고와 중동고, 동의대 등 학원축구에서 잔뼈가 굵었다. 2011년 양주시민축구단 감독으로 부임하며 성인축구에 대한 도전에 나섰다. 2013년 화성 FC를 맡아 이듬해 K3 챌린저스리그 우승을 차지한 뒤 2016년 경남 감독으로 프로에 입성했다. 국가대표 출신 스타 선수들은 은퇴 후 코치를 거쳐 바로 클래식 감독이 된다. 그는 전혀 다른 코스를 밟았다. 고교와 대학, 실업을 차례로 거치며 프로까지 올라왔다. 젊음의 뒤안길을 멀리 돌아온 셈이다.

김 감독은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기다려주는 법을 배웠다”고 말했다. 그가 경기 중에 선수들에게 개별 지시를 거의 하지 않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안 되는 부분을 즉각 고치고 싶지만 참아요. 기다려주면 선수들이 스스로 판단하고, 해결책을 찾고, 그런 과정을 즐기면서 숨겨진 기량들이 나오게 됩니다.”

그는 감독으로서 중앙 공략을 제대로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중앙 공략은 어렵다. 상대가 대비도 많이 하고 수비 숫자도 많다. 중앙 공략을 하려면 고급 축구를 해야 한다. “2선 3선의 침투, 볼이 없는 선수들의 움직임, 선수들의 재능과 센스, 생각하는 플레이. 이 모든 게 갖춰져야 하는데 그런 축구를 구현해보고 싶은 거죠. 생각만 해도 짜릿하지 않습니까.”

소쩍새가 울고 천둥도 울고 있지만 아직은 시즌 초반. 김 감독이 클래식 진출이라는 꽃을 피울 수 있을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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