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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특별시민’ 시국보다 재밌을 수 있을까

■고구마지수 2개

■수면제지수 2개

■흥행참패지수 1.5개

“다이나믹 코리아다!”

영화 <특별시민>(감독 박인제) 속 ‘변종구’(최민식)의 말처럼 현실은 정말 롤러코스터처럼 돌아가고 있다. 대통령이 비리 의혹을 받으며 탄핵되는 헌정 사상 초유의 사태가 벌어지는가 하면, 그가 바로 국정 농단 사건의 피의자라니 이 얼마나 웃긴 촌극인가.

영화 ‘특별시민’ 포스터, 사진 쇼박스

그러나 <특별시민>에겐 이 재밌는 현실이 뚫어야 할 과녘이다. 영화가 지닌 화살 끝이 날이 서야 과녘 밖에 서 있는 관객의 관심을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안타깝게도 그 촉은 조금 무뎠다.

<특별시민>은 서울 시장 3선에 나선 변종구와 그를 둘러싼 선거판 사람들의 민낯을 그리고 있다. 극 초반 여의도 사람들의 얘기는 흥미진진하다. 젊은이들의 문화를 선거에 이용하고, 등 뒤에 칼을 품은 채 적과의 동침을 택하는 정치인들은 눈과 귀를 솔깃하게 한다.

‘특별시민’ 속 최민식과 곽도원.

그러나 영화는 중반 이후 다큐멘터리와 드라마 사이 중심을 잡지 못하고 갈팡질팡한다. 현실보다 재밌는 정치 영화를 만들어야 하지만, 드라마틱한 현실을 이기려면 극성이 너무 강해져 자칫 리얼리티가 깨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음주운전, 살인 등 파괴력 있는 사건들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비리는 비리로 덮는다’는 전개나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캐릭터들은 이미 정치인 소재 영화에선 자주 등장했던 터라 신선하지 않다. 정치에 환멸을 느끼는 젊은 층, 비리를 저지르는 중노년층 등 인물이 양분화되어 있고, 전반적으로 줄거리에 촘촘히 달라붙어 있지 않아 중반 이후 전개가 느슨하게 느껴진다. 극 중에서 진행되는 서울 시장 선거가 빨리 끝나고 크레딧이 나오길 바랄 정도다.

강점도 있다. 최민식 카드는 명불허전이다. ‘믿고 보는 배우’ 수식어답게 교활하면서도 속을 알 수 없는 ‘변종도’ 옷을 제대로 입었다. 기자로 변신한 문소리도 눈을 사로잡는다. 곽도원, 심은경, 라미란 등도 이미 입증된 연기 실력 그대로를 발휘한다.

또한 건달 출신 건설사 대표로 나오는 박혁권은 가히 ‘신스틸러’로 불릴 만하다. 잠깐 나오지만 그의 코믹 연기는 영화 전체 흐르는 무거운 분위기를 뒤집을 만큼 강렬하다.

어찌 보면 <특별시민>은 타이밍을 잘못 잡았다. 번데기 앞에서 주름 잡는다고, 이 시국 속에서 그 어떤 픽션이 빛나 보일 수 있겠는가. 어지간한 힘으론 어렵다. 전국 개봉은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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