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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 같은 하루’ 최재훈의 ‘1999 진갑용’ 향한 도전

한화 최재훈. 한화 이글스 제공

이삿날과 다름 없었다. 이래저래 어수선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18일 대전구장. 최재훈(28·한화)는 급히 움직인 티를 냈다. 전날 오후 4시께 구단으로부터 트레이드 내용을 전해들었다고 했다. 곁에서 세심하게 돌봐준 강인권 배터리코치에게 인사를 하고 떠날 준비를 하는 동안, 줄이어 올라오는 트레이드 관련 기사를 읽었다.

그렇게 하룻밤을 보내고 내려온 새 안방 대전구장. 최재훈은 김성근 한화 감독을 비롯한 새 식구들과 인사를 했다. 한때 두산에서 함께 했던 장민석 선배가 라커룸에 있는 것을 빼고는 모든 게 낯설었다. 거처도 마련하지 못한 터였다. “당장 오늘은 어디서 자야할지 모르겠다”고 했지만 그게 문제가 될 건 아니었다. 경기 전 자신에 대한 첫인상을 전한 김 감독의 얘기에 귀를 기울였고, 조인성과 차일목 등 두 선배포수의 얘기에 또 주목했다.

최재훈은 밖에서 보는 자신을 얘기했다. 데뷔 이후 매스컴 속 자신이 이토록 부각된 적도 또 없었다. 이 대목에서 “팬들 기대가 참 큰 것 같았다”고 일면 부담감을 보였지만, 전혀 싫지 않은 표정을 보였다. 어쩌면 오랜 시간 기다린, 바로 그 ‘부담’이었기 문이다.

그렇게 맞은 이적팀에서의 첫 선발 출전. 최재훈은 9번타자로 나서 안타를 생산하지 못했다. 그러나 포수로서 안정감 있는 움직임으로 높은 점수를 받았다. 특히 2-2이던 7회초 무사 1·3루에서 무실점으로 위기를 극복할 때 침착함이 돋보였다. LG 이형종의 3루수 앞 땅볼에 3루수 송광민의 송구를 잡아 3루주자 김용의를 태그아웃시켰고, 이어 나온 오지환이 1루수 앞 땅볼을 쳤을 때, 최재원을 런다운으로 낚아냈다.

최재훈은 “많이 떨릴줄 알았는데, 그렇지 않았다”고 했다. 경기 전 “첫날인데 오간도의 강한 볼을 받아야하고, 또 상대 투수는 소사(LG)”라며 갸우뚱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 경기력에 미칠 내용은 아니었다. 김 감독도 만족스러워했다. “최재훈이 침착하게 잘 해줬다”고 칭찬했다.

최재훈은 2008년 두산 육성선수로 입단한 뒤 근 10년만에 ‘주전’을 꿈꾸고 있다. 10개구단 백업 중에서도 가장 치열했던 두산 백업 포수 자리에서 피나는 경쟁을 하며 삼켜온 꿈을 펼쳐보고 싶은 마음이다. 한화 이적 뒤 “선배들에게 배우고 싶다”면서도 “경쟁에서는 이기고 싶다”고 당돌하게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는 1999년 두산에서 삼성으로 이적해 리그 최고 포수까지 오른 진갑용의 길을 가는 것이다. 진갑용은 1997년 OB에 입단했지만, 홍성흔과 주전 다툼에서 밀려 1999년 7월 투수 이상훈과 맞트레이드로 삼성으로 이적했다. 진갑용은 이듬해인 2000년 114경기를 뛰며 완전한 주전으로 도약한 뒤 15년 가까이 삼성 안방을 지켰다. 너무도 먼 얘기일 수 있지만, 최재훈으로서는 당시의 삼성 못지 않게 기회 많은 땅을 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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