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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 슈퍼스타’ 데포와 5세 소아암 환자의 감동적인 만남

저메인 데포가 지난달 28일 리투아니아전에 앞서 자신의 에스코트로 나선 브래들리 로워리를 안고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 이매진스

돌아온 잉글랜드 축구대표팀 공격수 저메인 데포(35·선덜랜드)는 지난해 9월12일 처음 만난 소아암을 앓고 있는 아이를 잊지 못한다. 2013년 신경아세포종 진단을 받은 다섯 살 사내아이 브래들리 로워리였다. 선덜랜드 팬인 로워리는 이날 프리미어리그 선덜랜드 홈경기에 초청받아 특별 마스코트로 위촉됐다. 그가 손을 잡고 입장한 선수는 그가 좋아하는 선수인 데포였다. 잠시 후 경기장에는 브래들리를 연호하는 소리가 가득했고 “우리가 너와 함께 있다”는 플래카드가 내걸렸다. 오랜 투병으로 쇄약해진 브래들리 얼굴에는 미소가 가시지 않았다. 데포는 당시 그 미소를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하고 있었다.

데포는 18일 CNN과 인터뷰에서 “그 소년은 경기에 앞서 라커에서 나를 보자마자 내게 달려와 내 무릎에 앉았다”며 “당시 나는 뭔가에 압도되는 느낌을 받았고 그가 내게 준 사랑의 감정은 우리가 연결돼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줬다”고 회고했다. CNN은 ‘축구 슈퍼 스타와 5세 소아암 환자의 결속’이라는 제목으로 이들의 사연을 전했다.

낯선 소년과의 운명적인 만남은 지속적인 관계로 전개됐다. 데포는 지난 2월 팀 동료들과 함께 로워리가 입원한 병원을 찾았다. 로워리는 데포의 깜짝방문에 기뻐했고 한참 동안 함께 놀았다. 피곤해진 로워리는 데포에게 침대로 가자고 말했고 데포도 흔쾌히 따랐다. 로워리에게 그 날은 좋으면서도 너무 피곤한 날임을 데포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워리는 침대 위에서 데포와 장난감을 갖고 놀았고 자신의 장난꾸러기 여자친구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저메인 데포가 지난해 9월 프리미어리그 경기에 앞서 에스코트 키즈 브래들리 로워리와 나란히 서 있다. 사진 | 게티이미지 / 이매진스

피곤함을 느낀 로워리는 엄마에게 잠을 자려고 하니까 불을 좀 꺼달라고 했다. 그러더니 로워리는 데포를 담요로 덮어주면서 잠시 껴안고는 잠이 들었다. 데포는 “나를 따뜻하게 해주기 위해서 담요를 덮어줬다. 당시 기분은 정말 표현하기 힘들다”며 “나도 로워리를 껴안았는데 마음이 너무 편했다”고 회고했다.

데포는 지난달 말 다시 한 번 로워리를 만났다. 러시아월드컵 유럽지역 예선 리투아니아전이었다. 당시 데포는 대표팀에 오랜 만에 이름을 올렸고 이미 잉글랜드 전역에 투병 사실이 널리 로워리는 잉글랜드대표팀 에스코트 키즈로 초청됐다. 로워리는 원래 잉글랜드 대표팀 주장인 골키퍼 조 하트와 함께 입장하기로 돼 있었다. 그러나 하트는 대표팀 맨 앞 자리를 데포에게 양보하며 로워리와 짝을 지어줬다. 데포는 그날 4년 만에 A매치 골을 넣으며 2-0 승리를 이끌었다. 데포는 “솔직히 말해서 내가 경기에 나설 때, 심지어 국가대표팀에서 뛸 때도 로워리를 생각했다”며 “국가를, 가족을 그리고 로워리를 위해서 골을 넣고 싶다”고 말했다.

로워리와 데포가 얼마나 더 이런 감동스러운 만남을 지속할 수 있을까. 안타깝게도 시간은 많지 않은 것 같다. CNN은 로워리 엄마의 발언을 인용해 로워리가 받고 있는 치료가 더 이상 효과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엄마는 “암이 로워리를 이길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더 남았는지 모르겠다”며 “매 순간 로워리가 행복하고 아름다운 추억을 만들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CNN은 “로워리가 디즈니 월드 여행을 계획하고 있고 데포의 일기도 계속 채워져나갈 것”이라고 적었다. 데포도 “조만간 로워리가 생일을 맞는데 나도 로워리 여자 친구와 함께 생일 파티에 가기로 했다”며 “가능한 한 많은 시간을 로워리와 함께 보내면서 그를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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