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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컵 32강전]`안양 더비'에서 울려퍼진 서울의 `걱정 말아요 그대'

FC안양 서포터스 사이엔 비장한 격문과 구호가 넘쳐 흘렀다. ‘저주받은 자의 애달픈 혁명’ ‘짓밟힌 자들의 처절한 복수’….

2004년 2월 당시 안양 LG가 서울로 연고지를 옮긴 이후부터 따지면 13년, 2013년 2월 시민구단 FC안양이 창단된 이후로는 4년 만에 처음으로 성사된 FC서울과 안양의 ‘안양 더비’였다. 안양 서포터스의 투쟁심은 그 어느 때보다 남달랐다. 복수의 칼날을 갈던 상대를 드디어 만난 것이다 .

황선홍 서울 감독.프로축구연맹 제공

하지만 클래식(FC서울)과 챌린지(안양)의 리그 차이만큼이나 두 팀의 수준차는 컸다. 복수심만으로는 어쩔 수 없는.

서울은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FA컵 32강전에서 윤일록이 2골을 터뜨려 안양을 2-0으로 완파했다.

윤일록의 2골 모두 안양 팬들 입장에선 아쉬운 골들이었다. 전반 26분 선제골은 수비진의 방심과 허술한 조직력이 빌미가 됐다. 이상호가 오른쪽 측면에서 크로스를 올렸지만 안양 중앙 수비 2명은 마치 서로에게 미루기라도 한 듯 움직이지 않았다. 그 틈 사이로 윤일록이 뛰어들며 노마크 헤딩슛을 날려 안양 골네트를 갈랐다.

34분에는 골키퍼 김민식의 어이없는 실책까지 나왔다. 서울 주세종이 흘러나온 볼을 슈팅한다는 게 빗맞으면서 안양 페널티에어리어 오른쪽으로 날아갔고 윤일록이 뛰어들면서 논스톱 슛으로 연결했다.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평범한 볼이었는데 김민식이 잡다가 놓치면서 골문으로 흘러들어갔다.

골을 내주기 전까지만 해도 안양은 용감하게 싸웠다. 수비 위주의 잠그기 작전이 아니라 강하게 맞부딪치며 서울을 당황케 했다. 기회도 만들었다. 전반 시작하자마자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볼을 조석재가 골문 정면서 가볍게 방향을 돌려놓은 게 크로스바를 넘어갔다. 40분에도 조석재가 골키퍼와 1-1로 맞서는 찬스를 잡았지만 슈팅이 뒤따라온 수비수 맞고 굴절되며 아웃됐다. 후반 16분 김민균의 결정적인 슈팅은 서울 골키퍼 유현의 선방에 걸렸다.

쉽게 골을 넣은 서울과 찬스를 살리지 못한 안양. 그 차이가 첫 번째 안양 더비의 승패를 갈랐다.

전반 하프타임에 상암 구장엔 가수 전인권의 <걱정말아요 그대> 노래가 흘러나왔다. 지난해부터 틀어온 노래였지만 이날은 특히 가사 내용이 의미심장했다.

‘그대 아픈 기억들 모두 그대여~ 그대 가슴 깊이 묻어 버리고~ 지나간 것은 지난간 대로~ 그런 의미가 있죠~ 떠난 이에게 노래하세요~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안양 서포터스들은 노래 대신 구호를 외치고 있었다.상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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