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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수함 투수 전성시대 다시 열리나

KIA 임기영. KIA타이거즈 제공

잠수함 투수는 흔히 팔이 어깨 아래에서 나오는 투수인 언더핸드, 사이드암, 스리쿼터를 통칭한 표현이다. KBO 등록 선수 기준으로는 모두 언더핸드 투수로 구분돼 있다. 35년 KBO리그 역사에서 잠수함 투수는 꽤 오래 황금기를 누렸다. 이강철, 박충식, 한희민, 정대현 등이 잠수함 투수의 장점인 변화무쌍한 변화구로 위력을 떨쳤다.

하지만 지난 몇 시즌으로 한정해서 보면 잠수함 투수의 입지는 확실히 줄었다. 리그에서 언더핸드 투수가 투구 궤적상 상대하기 껄끄러운 좌타자 비중이 늘어나면서 예전과 같은 위력을 떨치기에 기술적인 한계를 만났다. 또 투구폼이 커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를 하는 현대 야구에서는 견제에도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2017시즌 잠수함 투수의 전성기가 돌아오는 듯 있다. 시즌 초반이지만 우선 잠수함 투수의 활용폭이 넓어졌다. 지난해 15승7패 평균자책 3.90의 성적으로 신인왕을 차지한 넥센 신재영은 2년차 징크스에 대한 우려를 지운 스타트를 끊었다. 언더핸드 선발로 자유계약선수(FA) 대박(4년 65억원)을 친 삼성 우규민은 승운이 따르지 않고 있지만 안정적인 제구를 바탕으로 팀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이밖에 넥센은 신재영 외에 팔꿈치 수술에서 재활을 마친 한현희도 선발진에 합류시켜 잠수함 옵션을 2명을 보유했다. SK는 지난해 풀타임 선발로 8승(13패)을 올린 박종훈이 트레이 힐만 감독의 시선을 사로잡았고, NC에는 지난 4시즌 두자릿수 승리를 올린 이재학이 선발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새 얼굴도 보인다. 지난 18일 수원 경기에서 선발 대결을 펼친 KIA 임기영와 kt 고영표도 준수한 활약으로 기대감을 높인다.

불펜에서도 분전을 엿볼 수 있다. 마무리로 뛰는 임창용(KIA), 심창민(삼성) 외에 LG 신정락은 마무리 임정우의 부상 공백을 채우면서 7경기에서 2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 1.29로 좋은 내용을 보여주고 있다. 롯데 배장호 역시 7차례 등판에서 2승 평균자책 2.16의 호성적을 남겼다.

트렌드 역시 잠수함 투수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현역 시절 사이드암 투수였던 kt 김진욱 감독은 리그를 ‘생태계’에 비유하면서 “한때 우투좌타가 유행하던 시절이 있었고 한동안 각 팀마다 좌타자에 대비해 좌완을 보강하려고 힘썼다. 그런데 좌타자들이 좌완을 상대하는 빈도가 많아지면서 오히려 약점이 사라졌다”면서 “이제는 좌타자들도 생소한 언더핸드 공을 치는데 어려워한다. 체인지업 등 변화구 수준도 높아졌다”며 잠수함 투수들의 활약상이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언더핸드 투수 특유의 각이 큰 변화구가 타자와의 타이밍 싸움에서 유리하다는 점은 여전히 매력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각 구단들은 불펜이든, 선발이든 믿을 만한 잠수함 투수를 만드는 데 많은 시간과 돈을 투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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