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디에고, 호나우지뉴를 동경하던 소년의 축구 인생

강원 FC 외국인 선수 디에고 마우리시오가 지난 18일 강릉 강남축구공원에 있는 강원 FC 클럽하우스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한 뒤 포즈를 취하고 있다. 강릉 | 윤은용 기자

현재 K리그에는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뛰고 있다. 국적도 다양한데, 축구의 나라 브라질에서 온 선수도 당연히 있다. 강원 FC 공격수인 디에고 마우리시오(26)도 그 중 하나다.

디에고는 올 시즌 K리그에서 2골·1어시스트를 기록하고 있다. 정조국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디에고의 출전 시간 또한 점점 늘어나고 있다. 디에고가 기록한 골과 어시스트 모두 팀이 필요로 하는 중요한 순간에 나온 ‘알짜배기’였다. 지난 19일 열린 축구협회(FA)컵 32강 대전 코레일과의 경기에서도 후반전에 교체투입된 뒤 문창진의 결승골을 어시스트해내며 팀의 16강을 이끌었다.

디에고를 지난 18일 강릉 강남 축구공원에 있는 강원 FC 클럽하우스에서 만났다. 다른 브라질 선수들과는 달리 성격이 조용하고 내성적이라는 말을 관계자로부터 들어 난항이 예상됐으나, 생일을 맞은 백종환과 사진을 찍으며 웃고 있는 모습에 걱정이 눈녹듯 사라졌다.

디에고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때는 어려운 부분이 많았다. 지금은 여기가 집 같은 느낌이 든다. 적응은 거의 다 됐다”며 “한국의 문화에 대해 많이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가장 좋아하는 한국 음식은 ‘코리안 바비큐’, 삼겹살이다. 중국에서 뛸 때 먹어봤다는 삼겹살은 이제 그보다 그의 아내가 더 좋아하는 음식이 됐다.

어린 나이부터 해외 리그를 전전하다보니 현지에 적응하지 않고서는 살아남을 수 없다는 것을 몸으로 체득했다. 디에고는 “난 그 나라에 갈 경우 그 곳에 맞춘 삶을 살려고 노력한다. 어차피 휴가 때 고향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웬만하면 브라질 생각을 잘 안하고 현지에 신경을 쓰는 스타일이다”라고 덧붙였다.

6살 때 풋살을 하면서 접한 축구가 자신의 삶의 전부가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9살 때 브라질 세리에A의 CR 플라멩구의 유소년 클럽에서 축구를 시작한 그는 이후 성인이 된 뒤 러시아, 포르투갈, 사우디아라비아 등 여러 리그를 경험하며 실력을 키웠다. 어린 시절에는 너무나도 축구를 잘해 브라질 팬들로부터 ‘드로그비냐(작은 드록바)’라는 별명을 얻었다. 지난해에는 중국 갑급리그(2부)인 스좌좡 융창에서 뛰면서 현재 제주 유나이티드에 몸담고 있는 조용형과 친분을 다지기도 했다. 디에고는 “이번에 제주랑 경기를 하면서 상대를 해봤는데 위치 선정도 그렇고 패스도 막기가 힘들다. 개인적으로 기억에 많이 남는 선수”라고 추켜세웠다.

브라질의 어린아이들은 대부분 자국 출신의 전설적인 축구 선수들의 등을 보며 자란다. 디에고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어렸을 적 호나우지뉴의 열렬한 팬이었다. 지금도 그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디에고는 2012년까지 CR 플라멩구에서 뛰었는데, 호나우지뉴 역시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같은 팀에서 뛰어 서로를 잘 알고 있다.

디에고는 “어릴 때 게임기로 직접 컨트롤을 했던 선수가 같은 팀에서 뛰게되니 꿈만 같았다. 내 롤모델이자 우상이고, 또 친구다”며 “축구 잘 한다는 거는 알았지만 인성은 몰랐는데 직접 보니 예의도 바르고 인사성도 좋을 뿐 아니라 무슨 일이 있으면 자기 일처럼 도와줬다. 축구로는 성공해도 인성이 안되는 선수들이 많은데, 호나우지뉴는 정말 말이 필요없는 선수였다”라고 극찬했다. 이어 “호나우지뉴와 비교하니 정말 내가 초라해지는 것을 느꼈다. 많이 배우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어디에서 뛰든 최선을 다해 팀의 우승을 이끄는 것은 모든 선수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목표다. 이는 디에고도 마찬가지다. 디에고는 “K리그 스타일이 좋다. 빠른 패스와 빠른 전개는 물론 선수들이 100% 집중하는 것이 보인다”며 “시즌 초반이라서 우리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하기는 섣부르다. 하지만 매 경기 변화하고 있는 것을 보면 팬들이 기대 많이 해도 좋을 것 같다. 우리도 훈련시간을 헛되게 보내지 않고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