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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경기 연속골’ 이정협의 축구와 국대 이야기

의외로 담담하고 차분했다. 생애 최고의 골 감각을 이어가고 있는 것에도, 대표팀 부진의 비판 한 가운데 있는 것에도 일희일비하지 않았다. 그는 더욱 단단해진 몸과 마음으로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갈뿐이었다.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이정협(26)은 요즘 K리그에서 가장 뜨거운 사나이다. K리그 챌린지(2부리그) 개막 후 출전한 6경기에서 모두 골을 넣으며 리그 득점 선두를 달리고 있다. 그는 올 시즌 페널티박스 밖에서의 환상적인 발리슛을 비롯해 골문 안팎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골을 넣었다. 20일 부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이정협은 “축구한지 15년째인데 이렇게 6경기 연속해서 골을 넣은 것은 처음”이라고 했다. 활짝 웃을 법도 한데 그는 차분히 얘기를 이어갔다. 이정협은 “초반 3경기까지는 운이 좋아서 그런가 했는데 계속 넣다보니까 골에 자신감도 생기고 동료들도 옆에서 도와주고 있다. 정말 고맙다”고 말했다. 이정협이 매경기 골을 터뜨리는 활약을 펼치면서 부산은 리그 7경기에서 4승2무1패로 2위를 달리고 있다.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이정협이 20일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클래식 승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산 아이파크 제공

시즌 초반 득점 페이스는 그의 축구 인생에서 역대 최고다. ‘군데렐라’로 맹위를 떨치던 2015년 상주 상무 시절 17경기에서 터뜨린 7골이 그의 한 시즌 최다골 기록이다. 그런 이정협이 올 시즌 6경기에서 11개의 슈팅으로 6연속 골을 터뜨린 것은 그야말로 놀라운 발전이다. 몸과 마음을 다잡은 덕분이다. 이정협은 울산 현대 임대를 끝내고 올 시즌 부산으로 복귀하면서 조진호 감독과 함께 새출발을 다짐했다. 그는 “감독님의 진지한 요청과 친정 부산팬에게 죄송한 마음도 커서 다른 팀 가지 않고 여기서 잘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고 말했다. 이정협은 동계 훈련 동안 누구보다 착실히 땀방울을 쏟았다. 팀 훈련이 끝나면 항상 개인 훈련을 거르지 않았다.

이정협은 “동계에 슈팅 훈련을 집중적으로 많이 했고, 지금도 팀 훈련 후 따로 슈팅 훈련을 계속 하는데 그게 경기장에서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15골 이상을 넣어 팀이 많이 이겨 승격하는데 도움을 주고 싶다. 팀원들 모두 우승하려는 열정이 가득하다”고 전했다.

부산 아이파크 공격수 이정협이 20일 클럽하우스에서 진행된 인터뷰에서 올시즌 대표팀에서의 선전과 클래식 승격에 대한 강한 의지를 밝혔다. 부산 아이파크 제공

대표팀 이야기로 넘어가서도 그는 흔들림없이 생각을 밝혔다. 월드컵 최종예선 기간 부진한 대표팀과 맞물려 ‘슈틸리케의 황태자’인 그도 득점포가 침묵해 적잖은 비판을 받고 있다. 이정협은 “주위에서 좋게 보든 안좋게 보든 받아들여야 한다. 쓴소리 하는 사람이 있어 내가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좋은 말이든 쓴소리든 모두 감사히 받는다. 무관심이 더 무서운 것으로 생각한다”고 했다. ‘2부리그 국대’라는 비아냥 등 악성 댓글에 여전히 시달리고 있지만 그는 마음이 한층 단단해졌다.

이정협은 “지난해까진 사실 그런 얘기에 힘들었지만 이제는 멘털이 잡혔다”고 했다. 시종 진지하던 이정협이 살짝 처음 웃는 순간이었다. 이정협은 지난해 울산에서 30경기에 출전, 4골에 그치는 부진으로 대표팀에서도 제외되는 등 아픔이 이어졌다. 이때의 위기가 자신을 더욱 성장시키는 계기가 됐다. 그는 “(스트레스로) 위염을 앓아 계속 구토를 했다. 그 때문에 컨디션이 안좋아 더 힘들었다. 상황을 안좋게 받아들이지 않고 긍정적이고 밝게 생각하려고 노력하니 컨디션도 잘 유지되고 경기도 잘 풀렸다. 경기장에서 그저 내가 할 것만 보여주자고 생각했다. 그러면서 멘털이 강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대표팀 부진에 대해서는 나름의 분석도 했다. 그는 “국민들의 큰 관심에 부응해야 한다는 것에 선수들의 부담이 큰 게 사실”이라면서 “위축된 가운데 유럽파는 장거리 이동으로 컨디션 유지도 어렵다. 반면 상대는 우리보다 준비 기간도 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런 어려움 속에서도 승리를 해야하는게 대표팀의 사명이라는 것도 잘 안다. 이정협은 “앞으로 남은 경기에서는 과정보다 승리의 결과를 꼭 얻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계속 대표팀의 부름을 받아 러시아 월드컵 본선 무대까지 서는 게 그의 축구인생에 큰 목표다. 그리고 또 하나가 있다고 했다. “이동국 선배처럼 꾸준히 좋은 모습으로 팬에게 사랑받는 공격수로 롱런하고 싶어요.”

‘군데렐라’ ‘슈틸리케의 황태자’ 등 짧은 기간 강렬한 활약으로 생긴 별명도 좋지만 이정협은 꾸준한 선수로 자리매김하길 꿈꾼다. 그는 더욱 성숙한 마음과 날카롭게 다듬은 골 감각으로 뚜벅뚜벅 자신의 길을 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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