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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광의 애니팁팡팡] 길고양이 또한 우리들의 ‘친구’

근무를 마치고 저녁에 집에 돌아오는 길이면 간혹 골목에서 길고양이들을 마주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몇 시간이고 쭈그리고 앉아 가만히 살펴보곤 합니다. 하나하나 아이들마다 생김새가 다르고 성격도 다른데, 전부 다 그렇게 귀여울 수가 없습니다. 마음 같아서는 죄다 데리고 집에 가고 싶긴 하지만 그럴 수 없어서 안타까울 뿐입니다.

길고양이들을 정성스럽게 돌봐 주시는 분들을 일컬어 ‘캣맘’ 또는 ‘캣대디’라고 부릅니다. 지역마다 정기적으로 모임을 갖고, 구역을 정해서 몇 마리씩 체계적으로 관리해 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 캣맘들은 마음대로 여행을 가거나 아플 수도 없습니다. 또한 어떤 금전적 보상을 바라는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모든 고양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강한 희생정신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길고양이를 돌보는 일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아무나 할 수는 없는 일’입니다. 혹시라도 길고양이들에게 사랑을 나누어 주는 일에 관심이 있으신 분은 인터넷 캣맘 카페나 지역 구청에 문의하시면 상세한 안내를 받을 수 있습니다.

근래 구청과 동물보호단체에서는 지역 수의사들과 연계해 ‘TNR’ 사업이라는 것을 하고 있습니다. TNR은 Trap(포획), Neuter(중성화), Return(방사)의 앞 글자를 딴 용어로 길고양이들의 무분별한 번식을 막고 개체별 영역을 확보해 줄 수 있는 방법입니다. TNR 사업으로 중성화 수술을 마친 고양이들은 모두 왼쪽 귀가 0.9㎝가량 잘려 있는데, 이것은 이미 중성화 수술을 시켜 줬다는 국제표준 표식입니다.

길고양이들도 행복한 삶을 살 권리가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길고양이들을 무조건 싫어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동네에 돌아다니는 ‘도둑고양이’들을 전부 잡아들여야 한다고 주장을 하는데, 그것은 고양이의 습성을 잘 모르고 하는 말입니다. 본능적으로 영역을 중시하는 고양이들에게 있어 한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퇴치하는 것은 다른 지역의 길고양이들을 유입시키는 결과만 가져올 뿐입니다. 이런 현상을 한쪽을 누르면 다른 한쪽이 부풀어 오르는 풍선의 모양을 따서 ‘길고양이 풍선효과’라고 합니다. 그래서 TNR 사업과 길고양이 급식소 설치 사업이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아직까지도 끔찍한 일들이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습니다. 길고양이들에게 장난으로 돌멩이를 던져서 다치게 하는 아이들, 아파트 옥상에서 던진 벽돌에 맞은 캣맘들, 사이코 패스 같은 학대나 끔찍한 화상을 입은 고양이들까지…. 길고양이들이 전부 사라져 버린다면 천적을 잃은 쥐떼들이 득실대면서 전염병 등 훨씬 더 큰 문제들이 발생할 텐데 말입니다.

길고양이들에 대한 인식이 많이 나아진 것은 사실입니다. 하루빨리 길고양이들이 단순히 시끄럽고 해로운 존재가 아니라 함께 세상을 살아가는 친구로서 받아들여지길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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