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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분석] 혼술남녀·송곳···문제의식 다룬 드라마가 더 문제있었다

tvN <혼술남녀>의 조연출을 맡았던 고 이한빛PD의 사망사건이 재조명되면서 임금체불 문제가 있었던 드라마 <송곳>이 함께 도마 위에 올랐다. 청년고용실태의 심각성을 보여주는 수저사회, 갓수, 헬조선, N포세대 등의 말들은 현재 대한민국을 관통하는 말답게 문화산업 콘텐츠로도 다뤄지고 있지만 정작 이 현장 또한 불손한 기운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tvN 드라마 <혼술남녀>

‘지친 하루를 혼술(혼자 마시는 술)로 위로받는 노량진 강사들과 공무원 준비생들의 이야기’를 다룬다던 드라마지만, 정작 드라마 조연출의 애환은 보듬지 못했다. 지난해 고 이한빛PD는 입사 9개월차이자 드라마 종영 이틀 뒤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는 ‘하루에 20시간 넘는 노동을 부과하고 두 세시간 재운 뒤 다시 현장으로 불러내고… 이미 지쳐있는 노동자들을 독촉하고 등떠밀고… 더 이어가긴 어려웠어요’라는 유서를 남겼다. 앞서 비정규직 PD들의 해고가 그가 아픈 결정을 한 계기가 되기도 했다. 청년실업으로 노량진으로 몰리는 세태를 위로한다는 제작진의 의도는 결국 시청률을 올리고자 내건 면피용 애드벌룬에 불과했다.

한국방송연기자노동조합 송창권 대외협력국장은 20일 스포츠 경향과의 통화에서 “안타까운 현실이다. 근무환경도 근무환경이지만 근무에 대한 최소한의 보상도 이루어지지 않는 문제이다. 버티지 못한다면 그 사람이 문제가 되는 거다”라며 “마땅한 안전장치나 노동 안전망이 구축되어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호 조치가 아니라 해고에 가까운 일이 벌어진다. CJ 뿐이 아니다. 현장에 가면 다들 전쟁을 치루고 있다”라며 제작환경을 꼬집었다. 민주언론시민연합 김언경 사무총장은 “노동 조건이 너무 심각하다. 노동력을 착취해서 방송사들이 돌아가고 있는 수준이다. 방송사 중심의 제도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노동자들의 문제를 꺼내야 한다. 화두에 올려야 한다. 소비자들은 방송 콘텐츠들을 저렴한 비용으로 시청하고 있는데, 이것이 어떤 구조에서 어떻게 나오는지 사회적 공론화가 안 되고 있다”라고 구조적 문제를 언급했다.

■JTBC 드라마 <송곳>

노동조합의 문제를 다뤄 사회적 이슈를 일으켰던 JTBC 드라마 <송곳> 또한 기획 의도를 무색하게 만든 사건으로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송곳>은 노동자의 인권을 다루었던 동명의 웹툰(인터넷만화)을 원작으로 하여 제작 초기부터 관심을 받았지만, 드라마에 출연했던 주·조연 배우들은 제대로 출연료를 지급 받지 못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한 관계자는 “일부 출연 배우는 계약서도 제대로 작성하지 못했다”라는 말을 전하기도 했다. 드라마 제작 환경이 곧 드라마 내용이었던 셈이다.

열악한 드라마 제작 환경과 이와 관련한 출연료 미지급 문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KBS2 <그들이 사는 세상> KBS2 <감격시대> KBS2 <뷰티풀 마인드> tvN <꽃할배 수사대> IPTV <주왕> 등 수 많은 프로그램이 임금 관련 문제를 일으켰다. 고 김종학 PD는 SBS 드라마 <신의> 출연료 미지급 문제로 고소돼 2013년 경찰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015년 7월 MBC는 <PD수첩-가난은 배우의 숙명인가> 편에서 방송사별 드라마 출연료 미지급 현황을 공개하며 드라마 제작 현실을 조명했다.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유홍식 교수는 20일 “방송 제작환경의 열악함 때문이라 본다. 사전제작과도 연관이 된다. 충분한 시간과 인력을 가지고 차분히 만들면 서로 불편하지 않을 수 있을텐데, 적은 비용으로 생방송에 가까운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서로들 힘들어진다. 우리나라 제작관행을 개선해야 한다고 본다”라고 전했다.

언론비평단체 매비우스의 노영란 대표는 “방송 제작 환경이 열악한 것이 사실이다. 노동 조건과 근로 조건이 개선되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개인이 나약해서’라는 말은 그 자체로 적폐일 수 있다. 개인의 문제로 몰아가는 것은 도덕적으로도 맞지 않다고 본다. 구조의 변화가 필요하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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