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

신진서, 미래 ‘바둑왕’ 입증…글로비스배 우승

신진서 7단(왼쪽)과 변상일 5단이 제4회 글로비스배 세계바둑 U-20 결승전을 벌이고 있다.

“내가 준비된 ‘바둑왕’이다.”

‘밀레니엄둥이’ 신진서 7단이 미래 세계1인자를 향해 뚜벅뚜벅 자신의 걸음을 내딛고 있다. 신7단은 23일 일본 도쿄 글로비스경영대학원에서 열린 제4회 글로비스배 세계바둑 U-20 결승에서 변상일 5단을 꺾고 ‘20세 이하’에서는 자신이 세계 최강임을 입증했다.

글로비스배는 전 세계 20세 이하 신예들이 격돌하는 대회이기는 하지만 각국의 최강자급이 대거 출전해 메이저 대회로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런 글로비스배에서 한국선수들끼리 결승에서 ‘형제대결’을 벌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국은 2회 대회에서 나현 8단이 준우승을 거둔 게 최고 성적이었다. 1회 대회에서는 일본의 이치리키 료 7단이 우승했고, 2∼3회 대회에서는 중국의 황윈쑹 6단과 리친청 9단이 우승컵을 들어올렸다.

각국을 대표하는 정예기사 16명이 출전한 이 대회에서 신7단은 더블 일리미네이션(2승자 8강 진출, 2패자 탈락)으로 치러진 16강전을 2승1패로 통과했다. 이후 8강전에서 중국의 셰얼하오 4단을, 4강전에서는 일본의 시나노 도라마루 3단을 돌려세웠다.

지난 대회에서 3위에 올랐던 변5단은 16강전을 2연승으로 가뿐히 통과한 뒤 8강전과 4강전에서는 일본의 야오즈텅 4단과 이치리키 료 7단을 연파하고 결승무대를 밟았다.

변5단이 공격하고 신7단이 타개하는 양상으로 펼쳐지던 두 사람의 결승전은 200여수에 이르러 힘의 기울기가 신7단 쪽으로 기울다 250수째에 백불계승으로 끝났다. 상대전적에서 1패 후 4연승을 내달린 신7단은 우승상금 300만엔(약 3000만원)을 거머쥐었다. 결승전과 함께 치러진 일본 기사끼리의 3-4위전에서는 이치리키 료 7단이 시바노 도라마루 3단을 상대로 140수 만에 백불계승을 거두며 3위에 올랐다.

한편 신7단은 22일 이번 대회 16강전에서 일본의 무쓰우라 유타 3단을 백불계승으로 꺾고 8강 진출을 확정짓는 동시에 개인통산 200번째를 낚아올리기도 했다. 입단 후 4년9개월 만에 거둔 기록. 이는 국내랭킹 1위 박정환 9단이 세운 4년6개월보다 3개월 늦은 기록이지만, 나이로는 17세1개월째 세운 것으로 박9단의 17세10개월보다 9개월 이르다.

2000년 부산에서 태어난 신7단은 ‘최연소 입단’ 5위의 기록으로, 지난 2012년 제1회 영재입단대회에서 영재 1호로 프로 문턱을 넘었다. 부산에서 바둑교실을 운영하던 아버지의 지도 아래 바둑돌을 잡은 신7단은 연구생 경력 없이 출전한 어린이국수전에서 현역 연구생을 제치고 우승하며 진즉부터 ‘될성부른 떡잎’임을 자랑했다.

입단 후 제1~3회 합천배 초청 하찬석 국수배 영재바둑대회에서 우승한 신7단은 2015 렛츠런파크배를 통해 종합기전 첫 우승을 차지하기도 했다. 현재 국내랭킹 2위를 유지하고 있는 신7단은 1위 박정환 9단과의 격차를 조금씩 줄여가며 랭킹 1위 자리도 넘보고 있다.

이제 이름만 ‘미래 권력’이 아닌 진짜 세계가 주목하는 초일류 기사로 발돋움한 신7단은 현재 신아오배에서 한국기사 중 유일하게 16강에 올라 있다. 아울러 LG배·몽백합배·리민배 본선에도 진출하며 첫 세계대회 제패를 가시권에 두고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