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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라진 두산 5선발의 존재감…함덕주 ‘3전4기’ 첫승

두산 함덕주. 두산 베어스 제공

두산은 지난해 ‘선발야구’로 리그를 호령했다.

외국인투수 더스틴 니퍼트와 마이클 보우덴, 토종 좌완 장원준과 유희관으로 이어지는 이른바 ‘판타스틱4’를 이루는 4인으로만 70승을 따냈다. 이 중 선발승은 69승이었다. 두산이 지난해 거둔 선발 75승 가운데서는 6승만을 다른 투수들이 따낸 것이었다.

두산의 5선발군은 존재감이 미약했다. 지난해에는 좌완 허준혁이 선발 4승을 따낸 가운데 우완 안규영과 고원준이 1승씩을 기록한 게 전부였다,

올해 역시 기존 4인 선발이 지난해처럼 극강의 페이스를 보인다면 5선발은 그다지 두드러지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선발의 한축인 보우덴이 어깨 통증으로 개막 합류를 못하자 선발진이 전반적으로 흔들렸던 것처럼 4인 중 한명만 제몫을 못해도 5선발은 바로 부각될 수밖에 없다.

두산 입장에서는 새 시즌 5선발로 발탁된 함덕주(22)가 무난한 출발을 하고 있는 게 그래서 다행스럽다.

지난해까지 왼손 셋업맨으로 뛰던 함덕주는 올시즌 선발로 전환한 뒤 기대 만큼 잘 던졌지만, 승운이 따르지 않았다. 23일 문학 SK전에서 선발 등판하기에 앞서 3차례 선발 마운드에서 15.2이닝을 던져 평균자책 2.30을 기록했지만 1승도 따내지 못했다.

함덕주는 4번째 선발 등판만에 첫승을 따냈다. 5.1이닝 동안 5안타 4볼넷 4실점을 기록하며 경기 내용에서는 이전만 못했다. 그러나 승리투수 요건이 걸려있는 5회말 승부처에서 물오른 SK 타선을 누르며 팀을 3연패 위기에서 구해냈다.

함덕주는 4-0의 리드를 지키며 맞은 4회말 이홍구에게 투런홈런을 맞는 등 4점을 내줘 동점을 허용했다. 그러나 5회말 김재환과 양의지의 징검다리 솔로홈런으로 다시 6-4로 리드를 잡자 5회말 혼신의 피칭으로 실점을 제어했다.

1사 2·3루에서 최정을 고의4구로 내보내며 이어진 1사 만루. 함덕주는 상대 4번 김동엽과 승부에서 10구까지 접전을 벌인 끝에 2루 쪽 강습 땅볼을 이끌었다. 우익수 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빠른 타구였지만, 두산 2루수 최주환이 잡아 몸을 돌려 2루에 송구하며 2루수-유격수-1루수로 연결되는 병살타를 완성했다. 함덕주는 5회를 넘긴 뒤 6회 아웃카운트 1개를 더 잡고 임무를 마쳤다. 투구수는 104개. 선발투수의 옷이 이제는 어색하지 않다.

함덕주는 “앞으로 이닝을 조금 더 많이 소화하면서 선발투수로 역할을 해나가겠다. 그러다 보면 성적도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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