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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오늘] ‘세계 실험동물의 날’ 실험실에서 고통 받는 동물은 얼마나 많을까?

“사랑하니까 반대합니다”

배우 공유가 12일 열린 동물실험 반대 캠페인 행사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더바디샵 제공

배우 공유가 지난 12일 오전 서울 송파구 잠실 롯데월드몰 1층 아트리움 B광장에서 열린 ‘더바디샵’ 동물 실험 반대 캠페인 ‘#사랑하니까반대합니다’ 행사에 참석했다.

이날 공유는 동물자유연대의 ‘동물실험 반대 서명 운동’에 참여하고 “오늘 서명한 것이 내 행동의 시작이다. 이렇게 시작해 작은 힘들이 모이면 큰 힘이 될 것이라 믿는다”고 말했다.

캠페인을 접한 누리꾼 사이에서는 “이젠 더 이상 동물을 희생해가며 새로운 화장품을 개발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우리나라에서도 화장품 업계에서 동물실험 반대 바람이 불고 있다” “전라남도 화순에 동물대체시험연구센터가 얼마 전에 건립되었습니다” “캠페인 취지 좋아요” 등 무분별한 동물 실험에 반대하는 목소리에 힘이 실렸다.

하지만 이에 반대하는 의견도 많았다. 일부 누리꾼들은 “동물 실험이 중단되면 사람한테 해야하나?” “인간 실험할 수는 없잖아” “대체 방안이 뭔가요” “생체 내에서 확인해보지 않은 치료 방법을 인간에게 바로 적용할 수는 없지 않을까요?”라는 반응을 보였다.

동물실험에 이용한 토끼가 웅크리고 앉아 있다. 토끼 등에는 일부러 상처를 내고 새 화장품 원료를 접촉시켜 자극성과 염증 정도를 실험한 흔적이 보인다. 동물보호단체 카라 제공

오늘(24일)은 유엔(UN·국제연합)이 지정한 ‘세계 실험동물의 날’이다. 1979년 영국에서 시작된 ‘세계 실험동물의 날’에는 전 세계에서 동물실험에 반대하는 행사가 열린다. 일상생활에서 사용하는 제품들이 실제로 동물의 희생을 기반으로 생산된다는 사실을 알리는 것이다.

국내 실험동물 시장 규모는 얼마나 될까.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지난 2월28일 발표한 ‘2016년 동물실험 실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각 기관에서 총 287만8907마리의 실험동물을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250만7천157마리)보다 14.8%가 늘어난 것으로, 일반 기업체 142곳에서 121만4189마리를, 119개 대학에서는 102만5600마리를 사용했다.

실험동물 287만8907마리 중 96만2983마리(33.4%)는 고통등급이 가장 높은 E등급, 102만2914마리는 한 단계 낮은 D등급 실험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실험동물 10마리 중 6마리꼴로 고통이나 억압을 동반한 실험을 겪었다는 뜻이다. 동물실험은 고통을 받는 정도에 따라 A~E 5단계로 나뉜다. D등급은 고통·억압을 가한 후 진통제·마취제 등을 써서 완화 조치를 했을 때이며, E등급은 심한 고통을 가하고도 관찰하기 위해 안락사를 시키지 않거나 마취·진정제를 투입하지 않는 실험을 가리킨다.

동물별로는 쥐·햄스터 등 설치류가 263만2964마리로 91.4%를 차지했다. ‘고통 감수성’이 높아 대개 아픔을 더 느끼는 것으로 받아들여지는 개·고양이·소·돼지 같은 포유류는 2만8872마리가 실험에 쓰였다.

검역본부는 “고통 감수성이 낮은 양서류·어류 등의 동물실험이 늘었고(지난해 13.7%) 고통 감수성이 높은 대형 포유류 이용은 감소(-22.5%)하는 경향”이라며 “윤리적 동물실험제도가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실험용 쥐. 게티이미지/이매진스

화장품과 신약 개발 과정에서 많은 동물이 희생되면서 동물 존엄성에 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 2013년부터 화장품 개발에 동물실험을 전면 금지하기도 했다. 국내에서도 동물실험을 대체하는 기술이 큰 관심을 모으고 있다.

최태현 서울대병원 성형외과 교수팀은 지난 1월19일 사람의 표피(겉 피부)·진피(속 피부)·혈관을 포함한 피부 모델 마이크로칩을 제작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당시 최 교수는 “인간의 장기 기능을 하나의 칩에 넣는 ‘휴먼 온 어 칩’(human on a chip)은 현재 의학계 연구 동향”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현재 화장품과 신약 개발을 위해서는 독성과 안전성 검사를 위해 동물과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임상시험이 필수적”이라며 “이번에 개발된 피부 모델 마이크로칩은 기존 방식을 대체해 윤리적인 문제를 개선하고 개발에 소요되는 시간과 비용을 대폭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미국 바이오 벤처 ‘오가노보’는 3차원(3D) 바이오 프린터를 이용해 신약개발에 사용할 수 있는 간 조직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실제 간과 유사한 3D 바이오프린팅으로 출력한 인공장기 간을 독성시험에 사용할 수 있다.

미국 웨이크포리스트 재생의학연구소(WFIRM) 앤서니 아탈라 교수팀은 3D 바이오프린팅으로 간, 심장 등 인공 장기를 만든 뒤 이들을 서로 연결해 ‘인공 신체’를 구현하는 데 성공했다. 줄기세포를 이용해 장기의 최소 기능을 할 수 있도록 만든 ‘오가노이드’로 불리는 초소형 장기다.

기술의 발전이 이뤄지면서 실험실에 갇힌 수많은 동물의 숫자가 점점 줄어들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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