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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왜 국가대표에 뽑혀도 반갑지 않을까

프로축구 전북 현대와 포항 스틸러스가 맞붙은 지난 23일.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은 K리그 선두를 다투는 두 팀의 맞대결을 직접 관전했다. 러시아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부진에 빠진 국가대표팀의 새 출발을 위해 선수 후보군을 바닥부터 살피고 있다. 이날 경기에선 K리그에서 가장 핫한 골잡이인 득점 1위 양동현(포항·5골)과 김신욱(전북·4골)이 관찰의 대상이었다.

전북 김신욱(왼쪽)과 포항 양동현. 연합뉴스

그런데 정작 선수의 반응이 뜨겁지 않았다. 태극마크를 달고 싶은 선수라면 대표팀 감독이 지켜볼 때 한 발짝이라도 더 열심히 뛰는 게 보통이다. 양동현은 “큰 기대는 하지 않는다”며 “내가 대표팀에 마지막으로 뽑힌 것이 2009년”이라고 잘라 말했다. 지난해 K리그에서 13골로 득점 3위에 올랐으나 단 한번도 소집되지 않았기에 마음을 비웠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대표팀에 소집되도 걱정이다. 슈틸리케 감독은 선호하는 골잡이 유형이 뚜렷하다. 전방에서 쉴새없이 뛰면서 몸싸움을 벌이고, 수비도 가담하다 골을 넣는 선수를 원한다. 양동현은 반대로 움직임을 최소한으로 줄인 채 골 사냥에 집중하는 선수다. 자칫 잘못하면 대표팀에서 벤치 신세로 전락해 자신감만 잃을 수 있다. 최순호 포항 감독이 “감독과 선수의 궁합도 있다”고 걱정하는 이유다.

이날 슈틸리케 감독이 보는 앞에서 화끈한 득점포를 터뜨린 김신욱이 대표적인 사례다. 그는 K리그를 넘어 아시아에서도 인정받은 골잡이지만 정작 대표팀에선 선발로 뛴 적이 단 한번도 없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 교체로 투입되는 플랜 B로 역할이 한정됐다. 김신욱이 포항전에서 자신이 높이로만 승부하는 선수가 아니라 발 끝으로 득점해 재능을 입증했으나 슈틸리케 감독의 마음이 바뀌었을지는 의문이다.

최순호 감독은 “지도자는 자신이 가르치는 선수가 더 높은 무대로 가는 것도 하나의 꿈”이라며 “(양)동현이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모습을 보고 싶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동현이의 장점만 살려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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