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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켓인사이트]국내 면세점 시장은 누가 만들었나…“프레임에 갇히면 안돼”

국내 면세점 시장이 중국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대응 여파로 몸살을 앓는 듯하지만, 실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그런 대로 경쟁력이 있는 것으로 평가된다. 수십년간 산업 기반을 다지며 쌓아올린 ‘내공’ 덕이다.

단숨에 회복세로 돌아설 수는 없지만, ‘사드’ 역시 지속가능한 이슈가 아니라는 점에서 ‘위기’가 아닌 ‘기회’를 찾아야 한다는 분석도 잇따른다. 이에 수출산업의 한 축인 국내 면세점 시장의 ‘어제’를 통해 ‘오늘’을 살펴봤다.

국내 한 면세점 매장에서 관광객들이 제품을 살펴보고 있다.

■면세점 시장은 누가 만들었나

1986~1989년 국내 면세점 시장은 ‘전성기’를 맞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986년에는 서울 파고다 면세점, 서울 코리아다이아몬드 면세점에 이어 한진면세점과 신라면세점이 문을 여는 등 1986년에만 5개의 시내 면세점이 새로 문을 열었다. 당시에는 관세청이 보세판매장 신청 공고를 내고 신청자가 결격사유만 없으면 면세점을 운영할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풍전·인터콘티넨탈 등의 면세점이 앞다퉈 문을 열었고, 1989년에는 전국의 면세점 점포 수만 34개에 이르렀다.

하지만 1990년대 들어 글로벌 금융위기에 2003년 ‘사스(SARS)’ 등 악재가 겹치면서 면세점들의 폐점이 속출했다. 여기에 1990년 일본의 ‘버블 경기’ 붕괴로 부산 신라와 서울 파라다이스 면세점 등이 잇따라 문을 닫았고, 1995년에는 10개 면세점이 폐업했다.

반면 이후 한·중수교와 한국방문의 해 선포, 엑스포 개최 등으로 관광시장이 활성화되며 면세점 시장은 활력을 되찾는다. 이 과정에서 ‘한류’가 혁혁한 공을 세우면서 버팀목이 되기도 했다.

롯데면세점은 2004년 드라마 <겨울연가>가 인기를 얻자 이른바 ‘엔터투어먼트(엔터테인먼트+투어)’ 마케팅 효과로 사업을 확장하고 동시에 해외시장 진출을 꾀했다. 이는 국내 면세점 브랜드들이 글로벌 시장에 진출하는 ‘교두보’가 되기도 했다.

■면세점 사업은 특혜 사업?…치열한 ‘생존’ 경쟁

이처럼 1990년대 이후 면세점 업계가 부상하자 정부는 대기업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기 이른다. 이 과정에서 지난 2012년 중소기업 면세점 확대 정책이 세워졌고, 국회에서는 대기업 면세 특허 수에 대한 제한 내용을 담은 관세법 개정안이 발의됐다.

하지만 2013년 경영능력 부족으로 경주와 전남·인천·강원 지역에서 면세점 사업 특허를 따냈던 중소기업들이 특허권을 반납하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2015년 하반기에는 15년 만에 나온 서울 시내면세점 신규 특허 공고로 대기업 간 치열한 전쟁이 일어났다. 기존 사업자였던 롯데와 신라는 물론 현대·신세계·한화 등 대기업들이 대거 참여했고 그 결과 신라와 현대산업개발의 합작법인인 HDC신라가 용산에 신규 특허를, 한화갤러리아가 여의도에 신규 면세 특허를 취득했다.

이어 2013년 초 시행된 개정 관세법에 따라 2015년 12월 특허기간이 만료되는 롯데면세점 소공점, 롯데면세점 월드타워점, SK네트웍스 워커힐면세점 등 3곳에 대한 신규 사업자 특허를 손에 넣기 위한 대기업 간 ‘전쟁’이 펼쳐졌다. 이 과정에서 롯데는 소공점을 살려냈지만 잠실 월드타워점을 두산에 빼앗기고, SK네트웍스의 워커힐면세점은 신세계로 넘어가는 등 유례 없는 ‘기존 면세점 사업자 변경’이 이뤄지기도 했다.

이러한 국내 면세점 시장 성장과정에 대해 면세점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수출역량을 높인, 산업 기반을 다진 면에서 면세점은 효자 역할을 해 왔다”면서 “그러나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맞물리고, 사드 여파까지 영향을 미치면서 위기를 맞고 있다. 하지만 전 세계 시장에서 국내 면세점 브랜드들의 경쟁우위는 여전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그는 “어두운 면만 들여다볼 것인지, 아니면 프레임에서 벗어나 한 발 나갈 것인지는 이제 정부, 그리고 면세 사업자들이 머리를 맞대고 선택해야 할 부분”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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