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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농구 ‘반쪽짜리 전임감독’ 도입 논란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에 사상 처음 전임 감독제가 도입된다. 그러나 협회의 예산 부족으로 초단기 감독 계약을 맺을 것으로 알려져 반쪽짜리 전임제가 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대한민국농구협회는 최근 경기력향상위원회를 열어 올해 남녀 대표팀 운영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지난 4년간 여자대표팀을 이끌었던 위성우 우리은행 감독이 물러난 이후 차기 대표팀 감독 선임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

여자농구대표팀 박지수가 지난해 6월 프랑스 낭트에서 열린 리우올림픽 최종예선 벨라루스전에서 상대 수비를 따돌리고 레이업슛을 하고 있다. 대한민국농구협회 제공

경기력향상위원들은 여자대표팀의 세대교체 및 장기적 발전을 위해서는 감독 전임제가 도입돼야 한다는데 뜻을 같이 했다. 차기 감독은 현역 프로팀 감독이 아닌 재야의 인물이 선임될 것으로 보인다. 협회는 조만간 감독 공모를 진행할 계획이다.

그러나 협회는 예산 부족 때문에 감독의 임기를 충분히 보장하기 어려워 2개월 단기 계약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무늬만 전임 감독제’가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여자농구계를 잘 아는 한 인사는 25일 “협회가 오는 7월 열리는 아시아 대회를 앞두고 6·7월만 감독을 단기 계약할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난해 6월 남자 대표팀 지휘봉을 잡은 허재 감독이 2019년 2월말까지 계약 기간을 보장받은 데 비해 여자대표팀 새 감독은 두 달짜리 비정규직 계약을 하게되는 셈이다.

물론 올해 국제대회가 많은 남자 대표팀과 달리 여자 대표팀은 사실상 국제농구연맹(FIBA) 아시안컵 대회만 치르면 된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 예선을 겸하는 FIBA 아시안컵은 오는 7월23일 인도 방갈로르에서 열린다. 이에 앞서 7월초 대만에서 열리는 존스컵 토너먼트 대회는 평가전 성격이다.

큰 국제대회가 하나 밖에 없지만 세계대회 티켓이 걸려있는 데다 이번 대표팀은 장기적으로 2020년 도쿄올림픽을 겨냥해 새롭게 출발해 큰 의미를 지닌다. 두 달 짜리 감독으로 여자농구의 미래와 큰 그림을 그릴 수 있냐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가뜩이나 지난해 리우올림픽 본선 진출에 실패한 여자팀은 갈수록 국제무대 경쟁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중국·일본의 벽이 높아진 아시아 무대에서도 정상에 오르기가 쉽지 않고 세계 톱10 진입은 어느새 꿈이 돼 버렸다.

한국 여자농구는 지난 10여년간 대표팀을 이끌어왔던 선수들이 최근 1·2년 사이에 줄이어 은퇴하면서 자연스럽게 세대교체가 이뤄지고 있다. 올 시즌을 마친 뒤에는 2014 인천 아시안게임의 주역인 센터 양지희도 은퇴를 선언했다. 이제 여자대표팀은 김단비(신한은행)·박혜진(우리은행)·강아정(KB) 등이 대표팀 중심으로 섰고, 거물 신인 박지수(KB)가 젊은피의 선두주자로 나섰다. 새 감독은 이들을 중심에 놓고 새로운 젊은피들을 발굴해 올림픽에 대한 밑그림을 그려야 한다. 장기적인 관점으로 팀을 키우고 경쟁력을 끌어올리려는 긴 안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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