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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이제는 선발야구

넥센 앤디 밴헤켄. 스포츠경향DB

KBO리그는 한동안 ‘불펜야구’가 강세였다. 2000년대 ‘끝판왕’ 오승환(세인트루이스)을 앞세운 삼성, ‘벌떼불펜’의 SK가 장기집권하면서 그 흐름을 주도했다. 많은 팀들이 경쟁적으로 불펜 강화에 공을 들였다. 확실한 토종 선발 투수 자원이 제한된 상황에서 외국인 투수 영입에 실패가 많았던 시기와 겹치며 불펜투수의 활용을 극대화하는 경기가 많았다.

그러나 2017시즌 들어 KBO리그는 확실히 ‘선발야구’로 무게중심이 옮겨졌다. 시즌 초반이지만 기록상으로도 선발의 강세가 두드러진다. 각 팀당 20경기를 치른 지난 24일 현재 선발 평균자책은 4.05로 지난 시즌(5.29)에 비해 큰 폭으로 하락했다. 스크라이크존을 확대 적용한 영향을 감안하더라도 크게 개선된 수치다. 선발 평균 이닝 역시 올해 110이닝으로 전년 대비 10이닝 이상 늘어났다.

이 같은 트렌드 변화는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챔피언에 오른 두산의 영향이 크다. 두산은 지난해 더스틴 니퍼트-마이클 보우덴-장원준-유희관으로 이어지는 막강 선발진을 구성해 한국시리즈 정상을 수성했다. 이들 4명이 무려 70승(69선발승)을 올렸다.

두산의 성공은 리그 전체에 막강한 외국인 원투펀치 구성에 대한 열망을 자극했다. 니퍼트, 보우덴 외에 앤디 밴헤켄(넥센), 헥터 노에시(KIA), 에릭 해커(NC), 메릴 켈리(SK) 등 검증된 투수들이 잔류했고, 연봉 100만달러가 넘는 수준급 외국인 투수들이 대거 한국땅을 밟았다.

두산의 대항마로 지목된 KIA의 ‘선발야구’가 올 시즌 초반 돋보인다. 헥터-팻 딘-양현종-임기영으로 구성된 선발진은 10개 팀 가운데 가장 많은 123이닝을 소화하면서 11승을 수확했다. 평균자책 2.49(1위)의 짠물피칭이 이어지고 있다. 한화의 알렉시 오간도-카를로스 비야누에바, kt의 라이언 피어밴드-돈 로치 등 외국인 원투펀치의 피칭도 압도적이다.

10승 토종 선발 한 명만 있어도 부러움의 시선을 받던 불과 몇 년간 분위기도 달라졌다. 각 팀마다 2~3명씩 국내 선발투수들이 펼치는 호투도 눈에 띈다. LG는 에이스 데이비드 허프가 부상으로 빠져있지만 선발 평균자책 2위(2.83)에 올라있다. 자유계약선수(FA)로 영입한 차우찬을 비롯해 베테랑 류제국, 뒤를 받치는 윤지웅, 임찬규 등 젊은 투수들의 활약이 기대 이상이다.

넥센 역시 에이스로 기대했던 오설리반이 부진하지만 지난해 15승을 올리며 신인왕을 차지한 신재영이 건재하고 재활을 마치고 복귀한 조상우, 한현희가 불펜에서 선발 로테이션으로 옮겨오면서 기대감을 높인다. 약체로 전락한 삼성도 윤성환, 우규민, 장원삼으로 이어지는 국내 선발진은 수준급이라는 평가다.

모든 감독의 꿈은 ‘선발야구’에 있다. 압도적 불펜 자원 사라진 리그 현실에서 ‘선발야구’를 향한 경쟁이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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