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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ACL 조별리그 전멸위기…K리그 왜 고전하나

한국 프로축구가 벼랑 끝에 몰렸다.

지난 25일 장쑤 원정에서 승점 3점을 따낸 제주 유나이티드를 빼면 K리그를 대표해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한 팀들이 조별리그 탈락을 걱정하게 됐다. 마지막 희망이라는 제주도 16강 티켓을 쉽게 장담할 수 없는 처지다. K리그 팀이 ACL 조별리그에서 전멸한 것은 2003년과 2008년 두 번 있었다.

K리그는 아시안클럽챔피언십이 2002~2003시즌 ACL로 개편된 이후 가장 많은 5회 우승으로 위용을 뽐내왔지만 올해는 전혀 상황이 다르다.

지난 25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팔달구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7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G조 5차전 수원 삼성과 가와사키 프론탈레의 경기. 1대0으로 패한 수원 삼성 선수들이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축구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가 예고된 참사라고 말한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K리그가 ‘쩐의 전쟁’에서 밀렸기에 생긴 일”이라고 설명했다.

뭉칫돈을 투자하며 ACL에서 급성장한 중국 슈퍼리그는 2010년부터 세계 최고 수준의 선수들을 무차별 영입하고 있다. 일본 J리그 역시 중계권 계약으로 확보한 20억달러(약 2조 3670억원)의 중 일부를 ACL 진출팀에 배당금 형식으로 일부 지급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의 한 관계자는 “현실적으로 투자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K리그가 상대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경쟁력의 차이는 ‘화력’에서 잘 드러난다. 올해 ACL에서 가장 먼저 16강 진출을 확정한 중국의 장쑤 쑤닝은 이적료만 2600만유로(약 320억원)를 주고 하미레스를 데려왔고, 하미레스는 제주를 상대로 두 경기 연속골을 쏟아냈다. FC서울을 침묵시킨 상하이 상강의 헐크도 이적료만 5500만유로(약 672억원)에 달한다.

반면 K리그는 고비마다 빈곤한 득점에 고전하고 있다. ACL에 출전한 4팀에서 조나탄(4골)이 뛰는 수원과 멘디(2골)이 버티는 제주는 그나마 낫다. 나머지는 믿음직한 골잡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서울은 지난해 K리그 한해 최다골을 기록한 아드리아노(스자좡)가 떠난 빈 자리가 크다. 울산은 아예 원톱 영입에 실패했다.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토너먼트에 통과하는 팀이 나타나더라도 그 이상은 노려보기 힘들다.

K리그의 경쟁력 약화는 향후 ACL 티켓 배분에서 불리하게 흘러갈 가능성이 높다. 현재 K리그는 ACL에서 가장 많은 3.5장의 티켓을 확보했지만, 부진이 계속돼 성적이 떨어지면 티켓도 줄어든다. 티켓 배분에 영향을 미치는 AFC 클럽랭킹에서 한국은 지난 2월 1위에서 2위로 밀려났다. 2014년 성적이 삭제되는 내년에는 그 아래로 떨어질 수 있다.

현장에선 투자를 늘릴 수 없다면 제도 변화로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ACL 경기가 열릴 땐 출전 팀들에게 유리하게 일정을 바꾸자는 것이다. 서정원 수원 감독은 “우리가 상대한 가와사키 프론탈레는 이번 경기를 앞두고 주말 경기를 하루 앞당겨 금요일에 치렀다. 중국 슈퍼리그는 아예 그 주를 쉬었다. 우리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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