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챔프전 2승1패, 극적인 뒤집기 이끈 KGC 주장 양희종 “꼭 이기고 싶었다”

삼성 팬들은 안양 KGC인삼공사 슈터 이정현이 공을 잡을 때마다 “우~” 소리로 일제히 야유를 보냈다. 2차전에서 삼성 이관희와의 충돌과 그 논란으로 생긴 감정을 여과없이 표출했다. KGC 원정 응원단은 그럴 때마다 더 큰 함성으로 “이정현”을 외치며 응원했다.

KGC 오세근과 양희종이 26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 3차전에서 4쿼터 막판 승리가 굳어지자 함께 기뻐하고 있다. /KBL 포토

26일 서울 잠실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전(7전4선승제) 3차전은 팽팽히 맞선 팬들의 응원전과 결코 질 수 없다는 선수들의 투지가 어우러져 폭발할듯 뜨거웠다. 터질듯한 긴장감 속에 펼쳐진 혈전에서 정규리그 우승팀 KGC가 극적인 역전승을 일궈냈다.

KGC는 3쿼터까지 64-72, 8점차로 끌려가다 4쿼터에서 결정적인 3점슛과 스틸 2개를 뺏어낸 신인가드 박재한(3점·4어시스트)과 주장 양희종(13점·3점슛 3개), 정규리그 MVP 오세근(22점·12리바운드) 등이 무서운 뒷심을 발휘하며 88-82로 이겼다.

1차전 승리 뒤 키퍼 사익스의 부상 공백 속에 2차전을 내준 KGC는 다시 한 발 앞서가며 창단 첫 통합우승을 향해 전진했다. 역대 프로농구 챔프전에서 1승1패 뒤 3차전에서 이긴 팀은 10번 중 6번 챔피언에 올랐다.

78-69로 삼성이 앞선 4쿼터 3분쯤에만 해도 KGC가 뒤집기는 힘들어보였다. 주포 이정현(9점)이 1쿼터 이후 침묵한데다 센터 데이비드 사이먼(34점·6리바운드)과 오세근 외에 다른 선수의 득점은 저조했다. 사익스의 공백이 크게 느껴졌다. 리카르도 라틀리프(22점·16리바운드), 마이클 크레익(17점)이 함게 뛴 2, 3쿼터에서 삼성은 인사이드의 우위를 점하며 한때 11점차까지 벌리는 등 여유있게 앞서갔다.

그러나 야유에 힘들어 하던 이정현이 김태술의 공을 뺏어내 속공 득점(71-78)을 올린 후부터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었다. 김준일의 U파울에 의한 오세근의 자유투 1득점, 양희종의 3점슛이 터졌다. 여기에 박재한의 스틸에 이은 양희종의 자유투 2구가 더해졌다.

78-77로 따라붙은 KGC의 기세에 놀란 삼성은 실책(4쿼터 6개)을 연발했다. 문태종이 백코트에서 엉뚱한 곳에 공을 던져 사이먼의 득점으로 연속 11점을 올린 KGC의 79-78 역전. KGC는 79-80으로 재역전 당한 뒤 박재한이 통렬한 3점슛을 꽂아 다시 뒤집고 오세근의 자유투와 박재한의 스틸에 이은 속공(오세근)으로 종료 1분3초를 남기고 86-80으로 벌려 승부를 끝냈다.

경기후 삼성 이상민 감독은 “4쿼터에서 흐름이 넘어갈 때 내가 작전타임으로 끊어주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걸로 졌다”며 자책한 뒤 4차전을 잘 준비하겠다고 말했다.

KGC 김승기 감독은 “4쿼터 전에 10점 이내로 들어가면 이길 수 있다고 했는데, 선수들이 잘 해줬다. 사익스도 없고, 선수들이 마음의 상처도 받아서 정확한 농구를 주문했다”고 말했다. 사익스의 공백을 메우며 4쿼터에 결정적인 3점포를 꽂은 새내기 가드 박재한에 대해서는 “강심장이 아니면 거기서 3점슛을 꽂을 수 없다. 그 친구야말로 농구를 신장이 아닌 심장으로 하는 선수”라고 칭찬했다. 박재한의 키는 176㎝에 불과하다.

4쿼터에서 8점을 몰아친 KGC 주장 양희종은 “2차전에서 이정현과 이관희 두 선수 모두 잘못했는데, 한 쪽만 너무 나쁜 사람을 만드는 것 같아서 섭섭하고 착잡하다”면서 “오늘 꼭 이기고 싶어 정신무장을 다졌다”고 선수들의 투지를 전했다.

이정현은 “2차전 이후 욕을 많이 먹어서 힘들었다. 진심으로 가격하려고 한 건 아니다. 내가 부족해서 거칠게 수비하는데 욱하는 마음에 공격자 파울이 나왔다. 마지막 챔프전에서 그런 행동이 나와 죄송하고, 앞으로 그런 일이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이날 당한 야유에 대해서는 ““처음 겪는 야유이고, 원정이라 심리적으로 흔들렸다. 저를 좋아해주고 격려해주는 분들이 있어서 이기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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