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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이 낳고 ‘팬텀싱어’가 기른 ‘듀에토’ “가요순위 프로그램 나가는 모습, 상상이 되시나요?” [인터뷰]

“격은 있되 벽은 없앴습니다.”

‘크로스오버’ 조금 더 쉬운 표현으로 하면 ‘팝페라’ 장르의 음악은 아직도 대중과는 거리가 있는 장르로 여겨진다. 우리는 무대 위에 올라 가수가 최선을 다해 열창하는 <파리넬리> <원챈스> <송포유> <더 테너:리리코 스핀토> 등의 영화를 보면서 깊은 감동을 느끼지만 이러한 음악을 곁에 두고 즐기는데는 아직 익숙지 않다. 상황은 간단하다. 예술 자체가 주는 울림은 누구나 인정하지만 지금의 환경이 이러한 음악을 즐기기엔 여건이 충분하지 않은 탓이다.

JTBC ‘팬텀싱어’ 준우승자로 결성된 크로스오버 듀오 듀에토의 백인태(왼쪽)와 유슬기.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연말 JTBC에서 방송된 <팬텀싱어>는 성악이 좀 더 대중 곁으로 다가오는 촉매제가 됐다. 이제는 성악을 전공한 유망주들이 가요회사의 문을 두드리는 현상도 생겼다. <팬텀싱어> 첫 시즌에서 준우승을 차지했던 백인태-유슬기 콤비는 ‘듀에토(Duetto·듀엣의 이탈리아 표현)’라는 이름의 그룹을 최근 결성했다. 그들이 선택한 회사는 의외로 스타쉽엔터테인먼트였다. 케이윌, 정기고, 씨스타, 몬스타엑스, 우주소녀 등의 소속사와 성악의 만남. 또 다른 길은 열리고 있다.

- 스타쉽과의 계약. 의외다.

유슬기(이하 유): “우연히 스타쉽 관계자분과 식사를 할 기회가 있어 그 자리에서 고민을 이야기했더니 그 자리에서 영입을 제안 받았다. 알고 보니 소속 작곡가 분들도 저희 무대를 보면서 나름 저희에게 맞는 노래를 구상하고 계셨더라.”

백인태(이하 백): “저희가 클래식을 전공하고, 경연에 나오니 클래식 회사와 계약을 예상하신 분들이 많았을 거다. <팬텀싱어>를 사랑해주셨지만 전 국민이 사랑해주셨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처음 스타쉽과 이야기를 할 때도 ‘격은 있되 벽은 없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들어주셨다. 저희의 노래를 바꾸지 않고서도 충분히 대중적인 접점이 늘어날 수 있다고 생각했다.”

- 스타쉽의 가수들과는 만나봤나.

백: “얼마 전 함께 잡지 촬영을 했다. 케이윌 선배와 유승우씨도 봤다. 예전 2011년에 군에서 제대했는데 씨스타가 위문공연을 했었다. 그때 본 분들과 사진을 함께 찍는다니, 믿기지 않았다.”

- 다음 달 발매될 앨범 제작에 한창이라도 들었다. 어떤 앨범인가.

유: “‘그리움 끝에’라는 창작곡을 타이틀로 한, 여섯 곡 정도가 실리는 미니앨범이 될 것 같다. 원래 팝페라 앨범은 본인 곡이 하나도 못 들어가는 가수도 허다하다. 심지어 우리 앨범에는 히트곡 ‘썸’을 만드신 분들도 합류하셨다. 느낌은 지키되 다른 분위기가 나는 노래가 많이 나올 거다. 녹음도 목숨 걸고 했다.(웃음)”

JTBC ‘팬텀싱어’ 준우승자로 결성된 크로스오버 듀오 듀에토의 백인태(왼쪽)와 유슬기.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팬텀싱어> 이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가수로서의 전환점이었을 것은 분명한데.

백: “목표는 1위였다. 하지만 결승 무대에도 세 팀이 섰고, 사랑해주시는 분들도 많았다. 무엇보다 노래를 할 수 있다는 게 너무 행복하다. 사실 나도 유슬기도 노래를 접고 사업을 할까도 생각했던 때가 있었다. <팬텀싱어>는 그런 우리에게 기회를 주고, 지금의 설렘을 준 프로그램이다.”

유: “제작진도 당초 조기종영을 이야기했다. 나 역시 32명 안에만 들자고 생각하고 시작했던 프로그램이다. 항상 간절함을 담아 노래했다. 시청자, 제작진 모든 분들에게 감사할 뿐이다.”

- ‘듀에토’의 시작. 두 사람의 인연이 궁금하다.

백: “한양대 성악과 동기다. 같은 교수님에게 사사받는 제자가 둘 아니면 셋인데, 우리는 학창시절부터 엮여있었다. 이후 졸업을 하고 나의 경우는 5년 노래를 안 했다. 일을 다른 걸 하면서 취미생활로 노래를 했다. 내 길이 여기까지라는 생각도 있었는데 슬기가 출전을 권유해왔다.”

유: “나는 동 대학교 대학원 과정도 마쳤다. 친형도 성악과 출신이었는데 유학 후 성악을 접었던 경력이 있다. 군에 가기 전에 가수 윤민수의 발성 코치를 했던 인연으로 <히든싱어>에 나갔었는데 당시 제작진과 인연이 다시 닿아 <팬텀싱어>에 나서게 됐다. 누구와 함께 하겠냐고 물어와 당연히 인태를 선택했다.”

- 촉망받는 인재들이 진로를 포기할 만큼 성악계의 현실은 녹록치 않은 모양이다.

백: “어둠이 있지만 그 만큼의 밝음도 있다. 보통 외국에서 진로를 찾거나 국내에 있어도 무대에 오를 수 있는 분들은 0.001%도 안 된다. 하지만 <팬텀싱어> 이후 분위기가 많이 바뀌었다. 프로그램 콘서트 뿐 아니라 우리의 공연에도 유료관객이 많이 찾아주신다. 희망을 보고 있다.”

유: “우리의 무대는 예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 방송을 통해서 좀 더 ‘보이는 요소’도 있다는 걸 많은 분들이 알아주신 것 같다. 성악도 많은 매체를 통해 소개되면 매력을 느끼는 분들이 늘어날 거라 믿는다.”

JTBC ‘팬텀싱어’ 준우승자로 결성된 크로스오버 듀오 듀에토의 백인태(왼쪽)와 유슬기. 사진 스타쉽엔터테인먼트

- 활동 방향은 어떻게 잡고 있나.

유: “일단 많이 노래를 들려드리고 싶다. 스타쉽은 그런 고민을 해결해줄 수 있는 회사라고 생각했다. 꿈이 있다면 아시아 최초로 크게 인정받는 팝페라 듀오가 되고 싶다. 물론 뮤지컬을 하고 클래식 무대에 서는 것도 좋겠지만, 자유롭게 내 느낌을 담아 내 노래를 하는 가수로 나아가고 싶다. 필요하다면 가요 순위 프로그램에도 나가겠다.(웃음)”

백: “우린 둘 다 클래식의 감성 보다는 자유로운 표현을 좋아한다. 물론 전통이 있어야 새로운 부분이 생긴다. 하지만 우리는 그 조화를 꾀하고 싶다. 아까의 말을 바꾸면 ‘벽은 없애지만 격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의 사례가 없기에 흰 눈이 덮인 산을 오르는 것처럼 차근차근 올라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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