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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제국, 공 느려졌지만…전성기 맞은 비밀은?

LG 류제국

투수들은 구속에 민감하다. 빠른 공을 던질 수 있는 투수라면 더욱 그렇다. 어깨와 팔꿈치 수술을 받은 류현진(LA다저스) 역시 복귀 이후 크지 않은 스피드 차이를 회복하려고 애쓰고 있다.

그런데 LG 우완 류제국(34)은 시즌 초반 구속 회복에 욕심을 내지 않는다. 양상문 감독 역시 마찬가지다. 양 감독은 “류제국의 구속이 빠르지 않지만 공 끝 움직임이 좋다. 구속을 올리려 하기보다 볼 끝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류제국은 지난 26일 잠실 SK전에 선발 등판해 6이닝 동안 단 1안타(3볼넷) 무실점으로 막는 투구로 팀의 9-0 승리에 앞장섰다. 최근 타선에 불이 붙은 홈런 1위 SK 타선에 5회 1사까지 안타를 허용하지 않는 완벽투였다. 류제국은 시즌 5차례 등판에서 모두 승리(평균자책 2.79)를 따내 헥터 노에시(KIA), 제프 맨쉽(NC)과 다승 공동 선두로 나섰다.

류제국은 미국 메이저리그 도전을 접고 LG에 입단한 첫 시즌인 2013시즌 12승(2패 평균자책 3.87)을 올린 뒤 지난해 다시 13승(11패 평균자책 4.30)으로 두자릿수 승리를 따냈다. 시즌 초반이지만 개인 최고 성적을 예고하고 있다.

류제국의 주무기는 주무기인 시속 140㎞대 중후반의 묵직한 직구와 각이 큰 커브. 그런데 올해 류제국의 속구 스피드가 크게 줄었다. 류제국의 올 시즌 평균 구속은 140㎞가 채 되지 않는다. 25일 경기에서는 최고구속이 140㎞에 불과했다. 투수들은 1~2㎞만 덜 나와도 민감한 데 류제국은 지난 시즌과 비교해 5㎞ 정도 자신의 구속을 내지 못하고 있다. 총 투구수 94개 가운데 직구 비중(39개)은 절반에도 미치지 않았다. 주무기의 위력이 감소하고도 성적은 더 좋은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비밀은 새로 레퍼토리에 추가한 커터에 있다. 류제국은 투구 패턴에 한계를 안고 있었다. 류제국은 커브와 체인지업을 구사하지만 우완투수로 우타자 바깥쪽으로 변하는 구질이 없었다. 이에 강상수 투수코치와 경헌호 불펜코치가 류제국에 슬라이더와 커터를 연마해보라는 제안을 했고, 연습 끝에 커터가 조금 더 효과적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커터 장착은 류제국에게 날개를 달아준 듯 하다. 실전에서 본격적으로 사용한 지난 시즌 후반기 성적은 8승3패 평균자책 3.36이었다. 전반기 5승8패 평균자책 5.11과는 큰 차이다. 직구 스피드(시속 136~140㎞)와 큰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움직임이 좋은 커터(시속 134~137㎞)가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올 시즌 초반 상승세는 커터의 완성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올해는 커터 제구에도 확신이 생겼다. 이제 원하는대로 제구가 된다”고 했다. 류제국은 이날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에 실수가 없었고, 커브, 체인지업, 커터 등 변화구로 타자 타이밍을 흔들어 삼진도 7개나 잡았다. 전력 피칭을 했을 때 시속 142㎞까지 던진 적도 있지만 무리해서 빠른 공을 던지지 않는다. 마치 기교파 투수로 변신한 듯한 인상을 줬다.

그렇다고 스피드를 아예 포기한 것은 아니다. 전형적인 슬로스타터인 류제국은 등판 때마다 조금씩 구속도 올려가고 있다. 강상수 투수코치는 “당분간은 이런 투구 패턴에도 류제국 스스로도 요령이 생기고, 자신감을 갖게 됐다. 시즌을 치르면서 구속도 더 올라가면 더 위력적인 투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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