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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경X분석] 고소영은 발연기인가?

배우 고소영은 대중에게 연기파 배우이기 보다는 스타로 익숙하다. 대표작이 떠오르는 것 대신 CF 이미지가 앞서는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런 그가 10년 만에 ‘연기파 배우’란 수식어에 도전했다. KBS2 월화극 <완벽한 아내>로 말이다. 대중은 그의 도전을 어떻게 평가할까.

‘스포츠 경향’은 <완벽한 아내>를 시청한 무작위 선정 일반인 10명을 대상으로 전작과 <완벽한 아내> 속 고소영의 연기에 대해 의견을 물었다. 설문 결과 고소영의 연기력 평점은 5.4점(전작)에서 7.3(<완벽한 연기>)점으로 상승했다. 고소영을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긍정적으로 변화한 셈이다.

‘완벽한 아내’ 제작발표회의 배우 고소영. 사진 경향 DB.

이같은 평가가 내려진 이유는 무엇일까? 7점 이상을 준 응답자들은 대체적으로 “공백을 잘 메웠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7점을 준 한 응답자는 “예나 지금이나 잘 한다고 생각한다. 오래 쉬다보니 연기력을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8점이라고 답한 복수의 응답자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새로운 역을 통해 이미지 변신을 했다. 자연스러움이 좋았다”고 밝혔다.

점수는 동일했지만 아쉬움을 표한 응답자들도 있었다. 한 응답자는 “조여정의 연기에 주객전도된 상황은 좀 아쉽다”라고 답했으며 “미묘한 어색함은 여전히 남아있다”는 반응도 있었다.

일부는 고소영의 이미지 변화에 대해서 “연기자가 아니라 모델 같다는 선입견이 있었는데 많이 나아진 것 같다. 장동건한테 연기 지도를 받나?”, “결혼하고 애 낳은 경험을 한 게 주효했다. 진심이 우러난 연기같다”라고 평했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연기과 김수기 교수는 “고소영의 이번 연기를 보면 편하다는 느낌이 든다. 예전에는 여성스럽고 예쁘고 젊은 느낌이었다면 지금은 강하고 거침 없다.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으면서 ‘편안하게 표출해도 괜찮아’ 라는 식으로 이완된 느낌이다. 신비로운 게 아닌, 자신의 것을 이야기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잘 맞물린 것 같다”라고 진단했다.

■고소영, 처음부터 ‘발연기’였나

사실 고소영은 데뷔 초반 ‘연기파 배우’로 주목받았다. 지난 1993년 KBS2 청춘드라마 <내일은 사랑>에서 풋풋한 대학생으로 데뷔한 이후 같은 해 <엄마의 바다>에서 망해버린 부잣집 둘째딸로 180도 변신하면서 배우로서 가능성을 인정받았다. 특히 이 작품에서 도도하면서도 통통 튀는 매력을 발산하며 큰 인기를 얻었고, 당대로선 파격적인 ‘악녀’ 캐릭터 덕에 드라마는 연장방송 됐다. ‘연기자’ 고소영의 첫 성과였다. 이후 고소영은 영화 <구미호>(1994)로 ‘여우 같은 여자’라는 수식어를 만들어냈으며, <비트>(1997)속 여주인공으로 청춘스타로 떠올랐다.

1998년의 배우 고소영. 사진 경향DB.

도시적인 이미지는 그의 배우 행보에 암초가 됐다. 그는 그 이미지를 벗기 위해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1998), <연풍연가>(1998), <러브>(1999), <하루>(2000), <언니가 간다>(2006)등을 택했지만 연기력에 대한 비난이 날아들었고, 흥행은 저조했다.

고소영을 ‘장동건 아내’로만 알고 있는 젊은 세대들도 생겼다. 2007년 <푸른 물고기> 이후 장동건과 결혼한 그가 활동 대신 육아와 살림을 택하면서부터다. 작품 휴지기에 광고로만 얼굴을 내밀자 ‘CF 스타’라는 수식어가 붙었고, ‘연기보다 CF’라는 제목이 달린 기사도 쏟아졌다. 연기 보단 외모와 이미지로 승부하는 배우로 각인되기 시작한 것이다.

2006년 한 광고 속 배우 고소영. 사진 경향DB.

그런 면에서 고소영에게 <완벽한 아내>는 배우로서 수명을 늘리기 위한 기회였다. 도시적 이미지 대신 평범한 아줌마 ‘심재복’으로 돌아온 그는 “외모 때문에 재복과 안 어울린다고 하는데 내가 풀어야 할 숙제다. 진정성 있는 연기를 하겠다”며 의지를 불태웠다. 그의 노력 덕분일까. 시청률은 이름값에 비례하지 않았지만, 연기력 만큼은 성장했다는 평가가 늘어났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휴지기가 있긴 했지만 연기 경력이 꽤 길다. 특히 이번 작품에선 연기의 폭이 넓어졌다고 본다. 예전에는 ‘멜로의 여주인공, 젊은 배우’로서 캐릭터들을 많이 했다면 지금은 ‘주부, 엄마’ 이미지로 남았다. ‘아줌마’ 역이지만 이질감이 없고 자연스러웠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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