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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통만한 트로피 받아든 매치퀸 김세영, “이렇게 힘든 우승은 처음”

“이렇게 힘들게 우승한 적이 없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총상금 120만달러)에서 우승한 김세영(24·미래에셋)은 “정말 아주 힘든 하루였다. 이겨서 기쁘다”며 함박웃음을 지었다.

김세영이 8일 멕시코 멕시코시티 골프장에서 열린 LPGA 투어 로레나 오초아 매치플레이에서 우승한 뒤 자신의 몸통만한 트로피를 들고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게티이미지 이매진스

김세영은 8일 멕시코 멕시코시티의 멕시코GC(파72·6804야드)에서 열린 대회 결승전에서 세계 3위 에리야 쭈타누깐(태국)과 18번홀까지 가는 치열한 승부 끝에 1홀차로 승리했다. 지난해 6월 마이어 클래식 이후 11개월만에 통산 6번째 LPGA 우승컵을 든 김세영은 “거의 1년 만에 거둔 우승이라 너무 기쁘다. 우승이 없어 힘들었는데, 이걸 계기로 좋은 출발을 하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김세영은 이번 대회에서 치른 95개홀 중 4홀밖에 상대에 리드를 뺏기지 않았다. 결승전에서도 김세영은 한 번도 리드를 내주지 않고 우승했다.

넉넉한 우승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끝까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였다.

김세영은 시작부터 기세를 올렸다. 버디, 이글, 버디로 3홀 연속 승리를 따내며 치고 나갔다. 그렇지만 결코 마음을 놓을 수가 없었다. 상대는 LPGA 최장타자에 지난 시즌 5승을 거두며 ‘올해의 선수’에 오른 강호였기 때문이다.

“쭈타누깐은 공격적인 선수라서, 3홀 리드로 출발했지만 버디를 잡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계속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기고 있었지만 1홀 지고 있다는 마음가짐으로 플레이했다.”

쭈타누깐이 10번홀(파5) 버디로 한 홀을 따라왔지만 김세영은 12번홀(파4) 버디로 받아쳤다. 이어 주따누깐이 14번홀(파4)에서 버디를 잡고 2홀차로 간격을 좁혀왔다. 김세영은 16번홀(파3)에서 승부를 끝낼 수 있었던 짧은 버디 퍼트 기회를 맞았으나 공이 홀을 스치고 지나가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다.

곧바로 위기가 닥쳤다. 승부를 끝내지 못한 아쉬움 탓인지 김세영은 17번홀(파5)에서 드라이버샷을 OB지역으로 보내고 말았다. 마지막홀을 남기고 1홀차로 쫓기면서 승부는 알 수 없는 곳으로 빠져들었다.

“컨트롤 실수로 공이 밀리고 말았다. 마음을 가라앉히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 손발이 떨려 진정하기 힘들었다.”

18번홀(파4)에서 김세영과 쭈타누깐은 나란히 버디 기회를 만들었다. 김세영은 먼저 버디를 시도한 공이 홀을 훑고 나오자 무릎을 치며 아쉬워했다. 연장전으로 갈 수도 있는 상황. 그러나 다행히 쭈타누깐의 공도 홀을 빗나가면서 박빙의 승부는 끝이 났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자신의 몸통만한 트로피를 받아든 김세영은 “우승컵이 너무 무거워 들기 힘들다. 팔이 아프다”며 웃었다.

우승상금 20만5000달러(약 2억3000만원)를 챙긴 김세영은 시즌 상금 42만525달러(6위)를 기록했고, 2015년 LPGA 데뷔 이후 총상금 351만5993달러(81위)를 쌓았다. 세계랭킹도 12위에서 8위로 끌어올리며 톱10 재진입에 성공했다.

준결승에서 미셸 위(미국)를 4&3(3홀 남기고 4홀차)로 꺾고 올 시즌 첫 우승 문턱에서 물러난 쭈타누깐은 유소연(27·메디힐)을 제치고 세계 2위로 뛰어올랐다.

준결승전에서 김세영에게 5&4로 패배한 허미정(28·대방건설)은 3·4위전에서 미셸 위에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10번홀까지 5홀차로 끌려가다 17번홀에서 올스퀘어를 만든 뒤 22홀 연장 끝에 이룬 짜릿한 대역전극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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