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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살 데얀이 여전히 골을 많이 넣는 이유는?

조제 무리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감독은 얼마 전 20살 래시포드에 대해 “나이는 잊어버려야 한다.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퀄리티니까”라고 말했다.

무리뉴의 말은 서울 골잡이 데얀에게 써도 틀리지 않을 것 같다. 데얀은 한국 나이로 36살. 래시포드보다 16살 많다. 축구 선수로 환갑의 나이지만 잊어버려라. 중요한 것은 나이가 아니라 퀄리티니까.

올시즌 7골로 득점 공동선두에 오르며 변치 않는 득점 감각을 과시하고 있는 서울 골잡이 데얀.프로축구연맹 제공

데얀은 골 넣는 것과 나이를 먹는 것은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을 입증이라도 하듯 골을 터뜨리고 있다. 올 시즌 10경기서 7골을 넣어 전남의 자일과 득점 공동 선두에 올라 있다.

데얀도 나이를 속일 순 없다. 순간적인 스피드는 전성기때보다 못하다. 하지만 골 넣는 솜씨는 조금도 변하지 않았다. 그 비결은 뭘까.

전문가들이 한목소리로 꼽는 것은 그의 축구 지능이다. 서울 구단 관계자는 “데얀은 젊었을 때도 몸싸움이나 힘으로 골을 넣는 스타일이 아니었다”며 “워낙 슈팅이 정확하고 순간순간 영리하게 판단해서 하는 스타일”이라고 말했다. “나이를 먹어도 영리하게 볼을 차는 부분은 어디 가지 않잖아요?”

김세윤 전 축구협회 비디오분석관도 “축구 지능은 관찰력과 연결되는 부분인데, 주변 상황에 대한 관찰을 잘하기 때문에 그 다음 상황을 쉽게 만들어낸다”고 말했다. 골에어리어 내에서 공간을 찾아내고, 작은 움직임으로 슈팅 공간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는 설명이다.

올 시즌 기록한 골 대부분을 지능으로 만들어냈다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지난 6일 포항전 추가골과 지난달 22일 인천전 골은 모두 동료 선수의 슈팅이 골키퍼 선방에 막혀 흘러나온 것을 미리 예측하고 뛰어들어 골로 연결한 것이다. 포항전 선제골과 인천전 선제골, 울산전 선제골은 좋은 위치선정이 골로 이어졌다.

데얀의 축구 지능은 그냥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데얀의 에이전트인 이영중 이반스포츠 대표는 “데얀이 비디오 분석을 엄청 많이 한다”고 말했다. 이반스포츠는 경기가 끝나면 데얀의 경기장면을 분석해서 비메오라는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올린다. 일종의 복습인 셈이다. 데얀이 별도로 요구하는 영상(이를테면 상대팀 수비수에 대한 분석 영상)이나 유럽 명문 구단의 골잡이들 영상도 맞춤형으로 만들어 올려준다.

“예전에 수원 수비수 곽희주 분석 영상이 우리 회사 소속 선수 영상보다도 많았다. 모두 다 데얀이 보내달라고 해서 만든 것이다.”

이 대표는 “데얀이 노력하는 걸 보면 이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것을 새삼 실감하게 된다”고 말했다.

축구 지능과 함께 빼놓을 수 없는 것이 프로의식이다. 데얀은 늘 후배 선수들에게 “서울은 언제나 챔피언의 자리를 노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챔피언이 되려면 체력적, 정신적으로 자기 자신에게 혹독해져야 한다는 것이다. 데얀은 정말 자기자신에게 혹독하다. 서울 관계자는 “연습을 앞두고 몸을 풀 때도 경기할 때만큼 열심히 한다. 설렁설렁 하는 법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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