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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은 쓰려고 버는 겁니다”…대산그룹 민광남 회장이 기업을 키우는 이유

“돈을 잘 쓰면 돈의 주인이 되지만, 돈을 지키려고만 하면 돈의 노예가 되고 맙니다.”

작지만 강한 기업 대산그룹 민광남 회장(53)의 인생철학이다. 10여년 전 ‘푼돈’ 170만원으로 사업을 시작한 그는 향후 5년 내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볼 정도로 회사를 일취월장시켰다. 성장의 원동력은 ‘빼어난 기술’과 ‘아낌없는 나눠줌’이다. 여기에 ‘오기’와 ‘끈기’도 한몫했다.

이 시대 평범한 아버지들 중 대다수가 그랬듯이 그의 어린 시절 역시 지독한 가난에 찌들어 있었다. 하루의 끼니는 아침과 저녁 보리밥 두 끼가 전부였고, 땔감을 찾기 위해 매일같이 산을 올라야 했다. 월 400원 정도의 국민학교 육성회비를 제때 내지 못해 허구한 날 손바닥을 맞았다. 그 시절 가난은 죄임이 분명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신문배달을 하면서 돈맛을 알았다. 중학교 시절부터는 노점상으로 학비를 벌며 고등학교를 마쳤다. 그렇게 돈을 벌며 학교를 가다 쉬다 하다 보니 고등학교 때부터 그는 이미 ‘어른’이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때의 나이가 23세였다.

그의 가난은 그가 보신탕을 먹지 않는 ‘고집’에서도 얼비친다. 그가 보신탕을 먹지 않는 것은 반려견을 키우기 때문이 아니다. 오직 하나.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한 아버지가 임종 직전 드시고 싶어한 것이 보신탕이었는데, 그것 한 그릇을 사드릴 형편이 못 됐다. 그에게는 보신탕이 아픈 상처다.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며 대학을 졸업한 그가 처음 잡은 직장은 건설회사다. 전국 곳곳의 건설현장을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았다. 하지만 그토록 바라던 현장소장의 꿈은 ‘언감생심’의 것이었다. 중국어를 전공한 인문학도인 탓이다.

그러나 인천공항 신축현장에서 숱한 경험을 쌓고, 구조실무 등 관련 서적을 섭렵한 그는 건축쟁이가 분명했다. 엘리베이터 공사 중 노동자가 산업재해를 당하는 사고를 보면서 재해방지를 위한 건축공법을 고민하게 됐고, 오랜 연구와 시현 끝에 나름의 신공법을 개발했다. 그것이 대산그룹을 세운 밑거름이다.

못다 이룬 현장소장의 한(?)을 품고 회사를 나온 그는 2005년 조그만 건설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자본과 영업망의 한계로 곧 문을 닫고 만다. 호기로움의 대가는 참혹했다. 빚쟁이들에게 시달리며 10개월 넘게 노숙생활을 하기도 했다.

절치부심하던 끝에 어렵게 보증금 없는 월세 사무실(실평수 2.3평) 하나를 얻고 중고 컴퓨터 1대와 직원 2명으로 재기에 나섰다. 믿는 것은 이미 한 번 망해 본 경험과 힘들게 탄생시킨 신공법뿐이었다.

그날부터 정말 죽어라 하고 일했다. 그런데도 직원의 월급이 10개월 동안 밀릴 정도로 사정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래서 더욱 죽어라 하고 일했다. 그러자 비로소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와 관련한 공법기술을 개발해 12개의 신기술 특허를 받는 사이 회사는 쑥쑥 컸다. 지금은 ‘영업비밀’이 될 정도로 매출이 급신장했다.

짙은 먹구름을 뚫고 햇빛이 얼굴을 내민 대산그룹의 미래 기상도는 ‘아주 맑음’이다. 이 기업의 특허기술이 워낙 대단하기 때문이다.

현대의 건축물은 초고층화 양상을 보인다. 그러면서 건물 내 운송수단인 엘리베이터는 초고속화를 요구한다. 그렇다고 무조건 빠르기만 하면 되는 게 아니다. 쾌적한 승차감을 갖춰야 한다. 예기치 못한 지진도 거뜬히 견뎌 낼 안전성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여기에 공사기간을 줄여주면서 노동자의 안전을 지킬 수 있다면 금상첨화다. 이 모든 것이 대산그룹의 특허기술 ‘엠베드플레이트 및 에이시에스 클라이밍 공법’으로 가능하다.

대산그룹의 가이드레일코리아가 엘리베이터 가이드레일 시공에 참여한 잠실 롯데월드타워.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기술은 어느 시장에서도 먹히는 법. 최근 완공된 제2롯데월드, 세계 최고의 기술이 총집결했다는 이 건축물의 엘리베이터에도 대산그룹의 특허기술이 녹아 있다.

건축 분야에서는 어느 정도 일가를 이뤘다고 생각하는 민 회장은 이제 눈길을 다른 쪽으로 돌리고 있다. 건방을 떠는 것이 아니다. 애초에 사업을 시작할 때 마음먹은 것이 ‘세상 사람들의 의·식·주에 보탬이 되는 일’이었고, 이를 위해 한 걸음 더 나아가는 것이다.

그중 하나가 현재 온라인으로 판매 중인 패션 브랜드 ‘핑크크루시안’이다. 오프라인 진출도 모색 중이다. 먹는 사업은 부인 이윤정씨(48)가 책임진다. 세계조리사회연맹(WACS) 국제요리심사위원이자 외식평론가인 이씨는 약선요리 프랜차이즈 론칭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민 회장을 가장 강렬하게 유혹하는 ‘사업’은 따로 있다. 세상의 모든 여성이 생리대의 고통에서 벗어나도록 하는 일이다.

직원이 400여명에 이를 만큼 꽤 사업을 키운 그는 그동안에도 버는 돈 대부분을 기업에 재투자하거나 사회에 돌려주고 있다. 저소득층 아이들이 자신처럼 고통받지 않고 공부할 수 있도록 모교 등에 수억원의 장학금을 기부하고, 국방에 힘쓰는 이 땅의 젊은 병사들을 위해 군부대에 체육시설 등을 건립해 주고 있다. 유니세프의 구호활동을 지속적으로 지원하고 있으며, 의료혜택 소외계층을 위한 호스피스 의료재단 설립도 추진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퇴근 후 술자리에서 한 직원이 들려준 “저소득층 여자아이들이 생리대를 살 돈이 없어 신발 깔창을 사용한다”는 얘기는 그의 눈물샘을 자극했다. 가슴속 깊은 곳에서 똬리를 틀고 있던 어린 시절 가난의 아픔이 목구멍 밖으로 꺼이꺼이 소리를 냈다. 그날 이후 그는 ‘대한민국 여성 중에 생리대 때문에 곤란을 겪는 사람은 없도록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이를 위한 비밀스러운 사업을 추진 중이다. 자신이 ‘종잣돈’을 내고 뜻을 같이하는 사람을 모을 요량이다.

“돈, 그거 모아서 뭐합니까. 쓰고 죽어야지. 좋은 데 쓰면 더욱 좋고요. 저와 저의 가족은 장기는 물론 시신기증까지 약속했습니다.”

가난했기에 돈의 귀함을 아는 민광남 회장은 마음의 부자가 진짜 부자임을 안다.

대산그룹은?

‘성실’과 ‘개척정신’을 창업이념으로 하는 대산그룹은 대산씨에스에이, 대산강건, 대산엘리베이터, 가이드레일코리아, 대산인터내셔날 등 계열사의 책임경영체제를 강화하는 한편 기존 사업에 대한 선택과 집중을 통해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있다. 자율과 책임에 입각한 역동적인 조직문화를 바탕으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가고 있는 대산그룹은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기 위해서도 정성을 다한다.

그중에서도 대산엘리베이터는 고객의 용도에 맞는 다양한 형태의 맞춤형 엘리베이터로 크게 주목받고 있다. 승객용 엘리베이터 외에 특수엘리베이터인 화물용·자동차용·병원용·MRL 설치 전문기업인 대산엘리베이터는 세계 유수의 기업인 OTIS, 티센크루프, 미쓰비시, 현대 엘리베이터 등과 파트너십을 맺고 완벽한 고객 맞춤형 솔루션과 혁신적인 서비스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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