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

[편파적인 씨네리뷰] 그 시절 우리가 사랑했던 ‘바보 노무현’

■고구마지수 0개

■수면제지수 0개

■흥행참패지수 1.5개

‘노무현’이란 단어는 어느 새 그리움의 대체어가 됐다. 한 정치인이 이토록 오랫동안 국민의 가슴에 여운을 남길 수 있을까 싶을 정도다. 그런 그가 돌아왔다.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감독 이창재)로 말이다.

영화 ‘노무현입니다’ 포스터, 사진 영화사 풀

<노무현입니다>는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이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에서 대선 후보로 선출되는 과정을 다룬 작품이다. 또한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유시민 작가, 안희정 충남지사, 이화춘 국가안전기획부(현 국가정보원) 요원, 문재인 대통령, 운전기사 노수현 씨 등 그의 지인들을 통해서 관객에게 전달한다. 변호사 시절부터 정의 구현과 통합을 외쳤던 ‘인간’ 노무현을 재조명한다.

주목할 만한 점은 많은 이에게 ‘아픈 손가락’으로 남은 그의 얘기를 비교적 객관적으로 들여다봤다는 것이다. 눈물샘을 자극하며 동정표를 받을 수도 있었지만 감독은 오히려 과감하게 신파를 걷어냈다. 대신 열린 마음으로 적과 친구가 될 수 있었던 노무현, 때론 학력 콤플렉스에 욱하기도 했던 노무현, 주위에서 바보 같다는 소릴 들어도 소신을 끝까지 밀고 나갔던 노무현, 위트와 유머가 넘쳤던 인간 노무현을 그리는 것에 포커스를 맞췄다.

이를 위해 이 감독은 72명의 인터뷰를 진행했고, 1만2000여 분에 달하는 시간을 인터뷰에 할애했다. 많은 이들이 정치색을 떠나 영화를 편하게 대할 수 있는 강점이다.

또 하나 ‘한국 사회가 왜 노무현 그림자에서 벗어나지 못하는가’에 대한 해답을 제시한다는 점도 눈여겨 볼 만하다. 이 작품은 그의 힘이 ‘보통 사람들’에 있었다고 말한다. 지지율 2%의 당 경선 꼴지 후보가 막판 ‘노풍’을 불러일으킨 건 바라는 것 없이 그를 사랑한 ‘보통 사람들’ 덕분이었다. 대한민국의 주인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만든 첫 대통령이기에 ‘노무현’은 국가 원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그는 ‘시민의 힘’ 혹은 ‘시민 혁명’의 상징인 셈이다. 왜 그토록 ‘노무현’이란 이름을 잊을 수 없었는지 그 답을 시원하게 얻을 수 있다.

그가 서거한 지 벌써 8년이 지났다. 그럼에도 우리가 사랑했던 ‘바보 노무현’의 존재감은 아직도 또렷하다. 촛불이 청와대를 조준하고 ‘이게 나라냐’란 울분 어린 피켓이 광화문을 뒤덮을 때에도 그는 여전히 우리 곁을 지켰다. 정권이 교체될 때에도 그의 이름은 늘 회자됐다. 왕권과 다르지 않았던 지난 정권에서 박탈감에 빠진 국민들에게 그의 이름은 위로였다. 하지만 그는 우리에게 무엇을 받았을까. 모두가 알았지만 아무도 몰랐던 ‘노무현’의 진짜 얘기는 오는 25일 만나볼 수 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