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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되는 경기복 논란, 이번에는 윈드터널 테스트로 맞불 놓은 FILA

지난해 3월 스포츠컨펙스사의 경기복을 윈드터널 테스트하는 장면. 스포츠경향 DB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대표팀의 경기복 교체를 둘러싼 대한빙상경기연맹과 글로벌 스포츠브랜드 휠라의 다툼이 2라운드로 접어들었다. 휠라가 17일 자체적을 실시한 경기복 성능 시험 결과를 발표하면서다.

이에 따르면 휠라는 지난 12일 네덜란드 마르켄에 있는 독일·네덜란드 윈드터널(DNW)에서 대표팀이 소치 올림픽 당시 착용한 기존 스포츠 컨펙스의 유니폼과 빙상연맹이 최근 경기복 제작업체로 선정한 헌터사의 2016~2017 플랜티나팀 최신 버전 스피드스케이팅 러버수트를 대상으로 윈드터널 테스트를 실시했다. 그 결과 휠라 제품이 공기저항도 더 낮고 유니폼도 가벼운 것으로 나타났다. 휠라는 “휠라 경기복의 무게는 300g으로 335g인 헌터 제품보다 35g이 더 가벼웠고, 공기저항 역시 10%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번 실험의 데이터 분석을 맡은 안은주 서울대 체육교육과 교수는 “이 실험 결과로 본 두 경기복의 차이는 선수의 스피드에 충분히 영향을 미치는 매우 유의미한 결과”라며 “속력의 한계를 공기 저항만으로 가정을 할 경우 새 수트로 바꾸면 이상화가 소치 올림픽에서 세웠던 37초28의 기록보다 최소 1초 이상 기록 저하가 나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론 기록에 영향을 주는 것에는 공기 저항 외에도 여러가지가 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공기 저항이 낮은 유니폼이 기록 향상에 도움이 된다는 것은 분명하다. 안 교수는 “기록을 결정하는 요인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저항이 적은 운동복이 기록 향상에 유리한 것은 당연하다. 주어진 자료를 토대로 분석을 해보면 스케이트와 빙판 사이의 마찰력이 공기 저항보다 10배 중요하다고 가정해도 운동복 만으로도 0.1초 정도의 기록 차이를 야기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번 발표를 계기로 빙상연맹과 휠라의 싸움은 한층 더 뜨거워질 것으로 보인다. 빙상연맹은 2012년 10월부터 휠라와 대표팀 경기복 후원 계약을 맺어왔으나 지난달 30일로 계약이 끝난 뒤 계약 연장을 하지 않고 새 유니폼 공급업체를 물색해왔다. 휠라는 계약 만료를 앞두고 우선협상을 해왔으나 결렬됐다. 이 과정에서 빙상연맹은 대표팀 선수 8명을 대상으로 직접 착용해 테스트를 했고, 그 결과 8명 중 7명이 헌터 제품을 선호하며 새 공급 업체로 선정됐다.

그러나 휠라 측은 빙상연맹이 갑작스럽게 경기복을 교체하고 테스트도 비공개로 한 것에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휠라는 “비공개 테스트는 허술하고 조악한 조건 속에 진행됐다. 빙상연맹은 후원 업체 선정 접수 절차에 들어갔지만 지원 조건은 헌터 제품 공급 업체로 한정돼 있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미 내정된 후원사가 있는 가운데 형식적인 보여주기식 행정 아닌가 하는 의혹이 커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빙상연맹도 모든 선수들이 경기복 교체에 찬성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고민이 크다. 특히 여자 스피드스케이팅의 간판 이상화는 휠라 유니폼을 입고 뛰고 싶다는 뜻을 지속적으로 밝히고 있다. 빙상연맹은 이미 정해진 사항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다. 빙상연맹 관계자는 “우리가 유니폼을 일방적으로 정한 것도 아니고, 선수들에게 직접 테스트를 해보라고 해서 결정된 사항”이라며 “휠라가 그 동안 많은 도움을 줬던 것은 아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지금 이러는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특별히 할 말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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