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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한국스포츠 희망을 찾아서⑦] 이기광 국민대 교수 “VR와 인공지능 합한 로봇코치 나온다”

이기광 국민대학교 체육학과 교수

외국의 VR스포츠 기술은 실제로 해보기 힘든 것을 체험하는 데서 시작해 실제 훈련을 보조하는 쪽으로 발전해왔다. 그러나 외국에서는 게임형태를 가진 VR스포츠가 크게 발전하지 않았다. 필자가 2013~2015년 문화체육관광부 스포츠산업기술 R&D 기획 책임자로 해외로 시장조사를 갔을 때도 가전쇼, 모바일 전시회 등을 통해서 VR기술을 대부분 접했다.

한국은 이례적으로 스크린 골프, 스크린 야구가 인기를 끌고 있다. 그건 골프, 야구를 하고 싶은 사람이 많기 때문이다. 사실 기술적으로 보면 오래 전부터 있는 볼 추적 기술에 경기장을 입혀 게임화했을 뿐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스크린 스포츠가 계속 발전하려면 게임요소를 다양화하고 실제 스포츠와 물리적으로 가능한 한 흡사한 느낌을 주도록 기술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너무 쉽게 간파당하면 흥미는 반감된다.

VR스포츠는 궁극적으로 실제 스포츠를 능가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스포츠에서 느끼는 손맛, 쾌감까지 구현하기는 힘들다. 결국 VR스포츠는 기존 스포츠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보완하는 식, 스크린골프처럼 이전에 없는 시장을 창출해야 생존할 수 있다. VR스포츠가 도전할 만한 영역은 가상 코칭이다. VR과 인공지능(AI)가 결합된 로봇 코치가 나오면 인간보다 훨씬 더 정확하게 골프를 가르칠 수 있을 것이다.

VR 기술을 스포츠 경기 관람에 응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직접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넘어설 수 없다. VR 기술의 궁극적인 목표는 쇼핑에 있다. 실제로 입어보고 차보고 만져보는 같은 느낌을 준 뒤 물건을 구매하게 하는 것 말이다. 그래서 VR 분야 최고 기술은 알리바바, 아마존 같은 곳에서 나오리라 예상한다. 사실 스포츠도 다른 곳에서 큰 효과를 보지 못한 VR 기술이 택한 차선책이었다.

앞으로 한국에서 VR스포츠가 크게 활용될 수 있는 분야는 학교체육, 태권도다. 둘 모두 수요가 있고 이미 시장이 형성됐기 때문이다. VR스포츠 기술 개발은 엔지니어와 인문학자가 함께 해야 한다. 엔지니어만 있는 VR스포츠는 스포츠 가치를 잃은 채 기술의 향연장으로 전락하기 쉽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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