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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고백과 경고 사이, 진한 브로맨스 ‘불한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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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칸에 초청됐는지 알았다. 이건 누아르 영화도 언더커버 영화도 아니다. 동성애코드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을 뿐 확고한 브로맨스 영화다. 변성현 감독은 “영화를 찍기 전에도 누아르 영화보다는 멜로 영화를 계속 봤다”고 말했다. 그는 “영화를 통해 믿는 타이밍이 어긋나면서 파국으로 치닫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고 싶었다. 이걸 쓰면서 계속 로미오와 줄리엣을 떠올렸고, 계속해 멜로를 생각했다”라고 의도를 숨기지 않았다.

영화 ‘불한당’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영화 <불한당>은 건달 재호(설경구)와 현수(임시완)가 의리를 쌓아나가는 과정과 이를 깨고 벌어지는 배신을 그렸다. 둘의 관계는 현수가 ‘교도소’에 들어오면서부터 시작한다. 교도소 내에서 우두머리로 군림하고 있는 재호의 눈에 띈 현수는 그 나이대 남자애 답게 무모하면서도 소년미가 넘쳐났다. 재호는 그런 현수에 눈길이 간다. 재호를 위협하는 자를 현수가 저지하면서 둘의 감정은 급물살을 탄다. 출소한 현수가 재호의 조직에 들어온 것은 당연한 일이다.

영화 ‘불한당’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서로에게 차곡차곡 쌓아가던 두 사람의 감정은 어느 순간부터 흔들리기 시작한다. 영화는 믿고 또 의심하는 둘의 감정선에 진하게 빠져든다. 애증일까? 속고, 속이고 그 와중에서 생기는 애절함이 미묘하다. 믿으면 안 되는데 믿고 싶고, 믿고 싶은데 믿을 수 없는 구석들이 감정의 골을 크게 한다. 벌어지는 상황들은 피 튀기고, 총성이 울리고, 욕이 난무하며 산만한 데, 재호와 현수는 더욱 더 몰입한다. 극 중 “사람을 믿지마, 상황을 믿어야지”라는 재호의 대사는 <제리 맥과이어>의 톰 크루즈와 <다크 나이트>의 조커가 “넌 날 완벽하게 해(You Complete Me)”라고 하는 것 마냥 중의적인 해석을 가능하게 한다. 그 경구는 고백과 경고의 혼란한 틈에 서 있다.

영화 ‘불한당’ 스틸컷 사진. CJ엔터테인먼트

이 영화는 분명 줄거리와 사건보다 인물과 관계성이 중심축이다. 캐릭터의 다면적 입체성이 연기에 다양한 그림자를 남겼다. 현수에게 스포트라이트를 비춘다면 이 영화는 그만의 성장통을 다룬 작품이고, 재호에게 아우라를 더한다면 쓸쓸한 퇴장만을 앞둔 ‘마지막 잎새’의 장중함이 오마주된다. 캐릭터들은 오직 <불한당>을 위해 씨줄과 날줄로 엮였지만, 엮인 게 아니라 각자의 삶을 살다 보니 그렇게 된 인상이다. 그만큼 <불한당> 속 캐릭터는 서로에게 뻔뻔하게 존재할 만큼 개별적이다.

캐릭터에 빠져 그 잘난 배우들에 대한 논거를 피해갈 수는 없다. 임시완의 ‘바른 생활 사나이’ 이미지는 극 중 경찰이라는 설정으로 인해 여전히 온존한다. 여기다 더해진 ‘퇴폐미’는 이후 맡게 될 배역의 스펙트럼을 넓혀놨다. 설경구의 불량기도 영화를 들었다 놨다 한다. 굳이 전면에 얼굴을 비추지 않아도 존재감은 공포스럽다. 제70회 칸 국제영화제 비경쟁부문에 초청됐다. 오는 18일 극장가에 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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