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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볼트’ 황일수 “스피드 장점으로 꾸준히 대표 발탁”

“전혀 예상을 못했는데…”

수화기 너머로 흥분과 감격이 고스란히 전해졌다. 서른살을 넘겨 마침내 처음 달게 된 태극마크의 기쁨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러나 이내 마음을 다잡고 한번이 아닌 계속 국가대표로 살아남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제주 황일수가 감바 오사카와의 아시아챔피언스리그 경기에서 돌파를 시도하고 있다. 제주 제공

제주 유나이티드 공격수 황일수(30)는 22일 오전 국가대표 발탁 소식에 동료와 코칭스태프, 구단 직원의 축하를 한몸에 받았다. 그 흔한 연령별 대표팀 경력도 없는 그가 30대에 처음 태극마크를 달게 되자 주위에서도 함께 기뻐해줬다. 황일수는 그동안 ‘제대로 된 대표 1진’으로 선발된 적은 없다. 대학 선발 선수로 2009년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표로 뛴 게 가장 큰 경력이다.

황일수는 스포츠경향과 통화에서 “매번 한끗 차로 탈락하면서 청소년 때에도 한 번도 태극마크를 못달았는데 이렇게 갑자기 국가대표로 선발돼 얼떨떨하다”고 말했다. 변방에 머물렀던 그가 울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의 마음을 붙잡은 것은 그만의 확실한 장점 때문이다.

올시즌 리그에서 1골·1도움을 기록중인 황일수는 지난 9일 슈틸리케 감독이 관전한 ACL 감바 오사카전에서 환상적인 쐐기골을 터뜨렸다. 역습 상황에서 빠른 스피드로 공간을 파고든 뒤 볼을 넘겨받아 수비수를 제치고 터뜨린 골은 일품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이 경기 후 측면에서의 빠른 돌파 능력과 전방에서의 움직임 등 공격진에서 멀티 능력을 보여준 황일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전해졌다.

황일수는 “팀에 좋은 선수들이 많아 플레이 내용이 좋아서 덕을 본 것 같다”면서 “상주에서 제대한 이후 올 시즌 준비를 더 열심히 했는데 경기력으로 이어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일수는 스피드에 관해서는 일찌감치 K리그 최고로 인정받아왔다. 대구FC 시절, 홈 구장인 대구스타디움에서 열렸던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질주한 ‘번개’ 우사인 볼트를 연상시킨다고 대구 팬들이 붙여준 별명이 ‘황볼트’다. 이제 그의 스피드는 K리그 최고의 볼거리 가운데 하나가 됐다.

‘황볼트’의 진짜 스피드는 얼마나 될까 궁금했다. 황일수는 “축구 선수들이 100m를 공식적으로 재지는 않아 잘 모르겠지만 11초 초반은 될 것”이라면서 “스피드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다”며 웃었다. 그는 처음 뽑힌 대표팀에서도 자신의 장점을 보여주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아직 나를 모르는 축구팬도 많을 텐데 이번 기회에 나의 본 모습을 증명해야겠다고 생각한다”면서 “K리그 선수들도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초등학교 6학년에 본격적으로 선수생활을 한 이후 줄곧 가졌던 국가대표의 꿈을 뒤늦게 이뤘는데, 이번 한번이 아니라 앞으로도 좋은 모습으로 꾸준히 선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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