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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양호 회장, 불법경마 잡아 일자리 재원 만든다

한국마사회 이양호 회장이 정부의 일자리 늘리기 정책에 호응하기 위한 한국마사회의 시책과 경마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정착시키기 위한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경마’ 하나만 제대로 시행해도 우리 사회의 일자리 걱정을 어느 정도 덜 수 있다.”

언제부터인가 새 정부의 최대 과제로 ‘일자리 창출’이 꼽혀 왔다. 이제 사회로 나가야 하는 청년층은 물론이고 100세 시대를 살아가야 하는 장년층과 노년층에서도 일자리를 찾는 이들이 계속 늘고 있기 때문이다. 새 시대를 열겠다는 문재인 대통령도 취임 일성으로 “일자리 마련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국민들과 약속했다.

이에 따라 한국마사회도 바빠졌다. 공기업으로서 정부 시책을 따르고, 사회 공헌에 힘써야 하는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최근 ‘상생 일자리TF’를 신설했다. 비정규직과 간접고용 인력의 정규직 전환대책을 마련하고, 말산업 분야에서 일자리 창출 성공모델을 발굴하기 위함이다.

마사회의 이러한 발걸음을 이끌고 있는 이양호 회장(58)은 “불법경마만 잡아도 수많은 일자리를 마련할 수 있는 재원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불법도박 규모가 매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여러 분석에 의하면 불법경마는 한국마사회가 운영하는 합법경마의 2~3배 수준이다. 마사회가 매년 2조원가량을 국가와 사회에 기여한다는 점을 감안하면, 불법경마를 차단함으로써 해마다 4조~6조원의 세수를 더 거둘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정도면 우리 사회 일자리 창출의 기본 재원으로 쓰기에 충분하다”는 것이 이 회장의 분석이다.

이를 위해 마사회는 지난 4월 ‘불법경마 근절 대국민 선포식’을 열고, 제도 개선이나 사법기관과의 공조 강화 등 현실적이고 실용적인 방안 마련을 서두르고 있다. 하지만 불법경마를 막는 일은 마사회만의 힘으로는 역부족이라고 이 회장은 전한다. 정부적 차원의 관심과 대책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온라인 베팅 활성화’도 정부의 관심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했다. ‘온라인 베팅 활성화’에 부정적인 주장도 많지만, 이 회장은 이 부분에 대해 단호히 손을 내저었다.

“현재 경마는 물론이고 경륜이나 로또·토토 등도 1회에 최대 10만원까지 베팅하도록 돼 있다. 그러나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수백 수천만원을 베팅할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겉보기에 성인 같은 미성년자도 베팅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온라인으로 베팅하도록 하면 이런 문제가 모두 사라진다. 경마가 건전해지는 것이다.”

청소년들이 부모의 명의로 베팅을 할 수도 있지 않으냐는 물음에는 “우리나라에서는 금융실명제가 시행되고 있다. 자신이 빼서 쓸 수도 없는 돈을 위해 누가 베팅을 하겠는냐”며 걱정할 부분이 아니라고 했다. 소액 베팅을 유도하는 것은 물론 1일 혹은 1개월 내 횟수제한 등으로 과몰입을 막는 데도 온라인 베팅이 효과적이라는 것이 이 회장의 견해다.

□지난해 12월 말 부임한 후 5개월 만에 ‘경마 박사’가 됐다는 이 회장은 국민들이 경마를 사행산업으로만 보지 말고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인식해 줄 것을 바라기도 했다. 본인도 경마에서 ‘레저스포츠’로서의 발전 가능성을 피부로 느끼고 있다고 했다.

“‘사행산업’이라는 큰 틀에 묶여 부정적으로 인식돼 온 한국경마는 지금 큰 변혁의 과정을 겪고 있다. 홍콩·영국 등의 경마 선진국처럼 축제와 문화가 함께하는 레저의 장(場)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특히 한국경마는 이미 아시아를 넘어 유럽으로 수출 범위를 확대했으며, 세계적 수준의 국제경주를 여는 등 한국을 대표할 레저스포츠로서의 기반을 다지고 있다.”

경마를 건전한 레저스포츠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국제화가 중요하다고 이 회장은 생각하고 있다. 세계 최고의 경마대회에서 한국의 경주마가 한국기수와 호흡을 맞춰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하는 모습을 본다면 국민적·사회적 관심도 커지고, 이를 바탕으로 경마의 대중화를 이룰 수 있다는 얘기다.

□사실 한국경마는 지난해 ‘파트2’로 승격되며, 경마시행 94년 만에 경마선진국 진입을 위한 발판을 놓았다. 경마시행 1세기를 맞는 2022년까지 최고등급인 ‘파트1’에 도달하는 것이 마사회의 목표다. 이에 필요한 ‘경주마 수준 향상’을 위해 마사회는 외산마 규제를 폐지하고, 해외인력 유입을 확대하는 방안을 세웠다. 아울러 국산 경주마의 해외 원정경주를 적극 지원하고, 제37회 아시아경마회의 개최 등 작은 나라 한국이 가진 ‘경마 잠재력’을 전 세계에 알릴 요량이다.

한편 이 회장은 경마를 건전한 레포츠로 정착시키기 위해서는 한국마사회의 노력만큼 경마팬의 자세도 중요하다고 여긴다.

“한국 경마팬만큼 경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른 분들도 없다. 다만 간혹 일부 팬들이 과도한 몰입으로 건전한 경마문화를 해치고 있다. 경마를 ‘스포츠’로 즐기기보다 베팅에만 집중한 탓이다. 마사회는 수년간 렛츠런파크와 장외발매소를 복합레저문화공간으로 변화시켜 왔다. ‘놀라운지’를 비롯해 ‘비전127’과 각양각색의 경마축제 등 가시적인 성과도 거뒀다. 베팅보다 이런 문화를 맘껏 즐겼으면 좋겠다.”

이 회장은 비경마팬들에 대해서도 “영국 등 경마선진국에서는 경마를 레저스포츠로, 또 사교의 장으로 이해한다. 한국 역시 과거에는 정치인과 지도자들이 경마를 즐겼다. 대표적으로 백범 김구 선생은 ‘김구 상’을 제정해 특별경주를 열었을 만큼 열렬한 팬이기도 했다”며 “‘사행산업’이란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경마를 바라보기보다는 그 이면에 있는 순기능을 확인하고, 감시와 응원을 함께 보내 달라”고 했다.

□이 회장이 말하는 순기능이란 3조4000억원의 경제효과, 2만4000명의 고용효과, 연 1조5000억원 규모의 국가·지방 재정이 경마에서 나온다는 점이다. 매년 출연하는 기금 규모도 1800억원에 달한다.

이양호 회장은?

1959년 경상북도 구미에서 태어난 이양호 회장은 1982년 영남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그해 행정고시(26회)에 합격해 공직 생활을 시작했다.

그는 농림부 무역진흥과장과 농업정책국장, 농림수산식품부 식품산업정책실장과 기획조정실장 등 오랫동안 농업 분야에서 다양한 경험과 식견을 쌓았다.

지난 2013년부터 지난해까지 제25대 농촌진흥청장을 지내며 농업기술 혁신은 물론 농촌의 6차 산업화와 스마트팜, 도시농업 정책 등을 지휘했다. 개발도상국에 한국의 농업기술을 전하는가 하면 선진국과 기술협력을 추진하는 등 국내 농업의 세계화를 이끌었다.

지난해 12월 제35대 한국마사회장으로 부임한 이 회장은 평소 소탈하고 온화한 성격으로, 짧은 기간임에도 한국마사회 직원들 사이에서 높은 신망을 쌓으며 경마의 건전화·대중화·국제화를 위해 애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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