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프

[안현배의 그림으로 보는 인류학] 로댕의 제자 겸 동료가 만든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 에밀 앙투안 부르델, 1909년, 248×247㎝

오늘 소개해 드리는 청동상을 만든 사람은 프랑스의 조각가 앙투완 부르델입니다. 로댕의 제자이자 동료로 유명하죠.

“부르델은 처음엔 팔기에르를 스승으로 섬겼으나 곧 로댕을 만나 그의 작업에 변화를 가질 수 있게 됐다. 둘은 흔한 사제지간과 다르게 오랫동안 서로를 존중하면서 영향을 주고받았지만, 뒤이어 부르델은 로댕을 떠나면서 자신만의 길을 걷는다.”

로댕의 에너지 넘치는 조각들은 찰라의 순간에 집중되는 에너지를 배경으로 합니다. 명상을 하는 조각들마저 그 힘이 폭발적으로 보이면서 동시에 아슬아슬하고 휘발성이 강해 보입니다. 바로 그 부분이 부르델로 하여금 로댕과 계속 같이하기 힘들다는 결심을 하게 했습니다.

“로뎅이 모델을 분석하는 방법과 짧은 순간의 집착에 대해 의견을 달리했던 부르델은 구성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과 사고가 필요하다는 고집을 가지게 됐다. 이후 1905년부터 부르델은 자기 작업의 방향을 정리한다. 그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 유지하는 것, 제어하는 것, 이것이 바로 창조자의 명령이다’라고 반복해 이야기했다. 이후에 그는 자신이 심도 있게 탐구하는 주제를 그리스 신화에서 찾게 된다. ‘활을 쏘는 헤라클레스’는 그의 전체 경력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기도 한다. 그 자신의 메모를 보면 그는 이 헤라클레스가 자신이 깊이 성찰한 시각에 대한 결과물이고, 이제까지의 모든 작품 위에 도드라지는 성과를 가진 것이다. ‘나는 피와 뼈와 살과 근육으로 표현된 인간을 묘사한 전통적인 방법을 넘어서는 형태를 만들어 내길 원했고, 이는 그 질문에 관한 야심찬 결과물이다.’”

스승의 가르침과 전통의 방식을 그대로 따르기만 하면 되는 이제까지의 루트에서 성공하려면 테크닉이 완벽하고 사람과 기회를 동시에 만나는 운이 뒤따라야 했다지만, 19세기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열린 모더니즘의 시대에는 자신만의 색깔이 없으면 절대로 성공하기 어려웠습니다. 부르델이 로댕에게서 독립한 것도 그 사실을 알았기 때문이겠죠. 그렇지만 안전한 성공의 길을 버리고 자신의 스타일을 만들겠다는 새 도전에 접어든 것은 대단한 결심이라 생각합니다.

“한 남자가 괴물에 대항해 싸워 승리하는 순간을, 그는 구성의 측면에서 긴장감과 안정감의 경계에서 완벽한 균형감을 표현했다고 할 수 있다. 이 누드는 주인공의 엄청난 힘과 그에게 팽팽하게 당겨진 활과 팔에 담긴 야성적인 공격성, 바위를 누르고 있는 침착함과 차가운 시선 등 자칫 모순적인 동기들을 조화롭게 보여준다. 이것이야말로 부르델이 추구하는 고전적인 아름다움의 현대적 표현이었다. 고전의 현대화라는 그의 목표는 이런 조각들을 촉매로 일정 부분 성공적이었다.”

참고서 표지에서 시험 성공을 기원하는 역할 말고 이 인물상의 모습을 찬찬히 살펴봅니다. 오르세가 힘을 줘서 묘사하듯이 상반신 힘은 터질 듯이 넘쳐나고 돌에 달라붙은 듯 단단하게 디디고 있는 하체의 근육은 차분함을 전해 주는 것은 그저 설명하는 사람의 시각일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을 한번 해 볼 수 있습니다. 로댕으로 대표되는 현대 조각가들의 성공은 개성을 강조하는 방향의 결과물이죠. 그렇게 시대가 변한 것입니다. 그런데 오늘의 조각가 부르델은 오히려 동시대 예술가들이 벗어나고 싶어하는 주제로 다시 돌아갑니다. 그에게 고전은 그냥 반복해서 따라가는 답습이 아니라 자기가 세상을 살면서 배운 것과 얼마든지 융합할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라고 여겨도 될 듯합니다.

내용은 형식을 뛰어넘거나 형식을 변화시키기도 합니다. 활을 당기는 헤라클레스의 근육은 그런 목표를 위해 최선을 다한 조각가 부르델의 신념을 담고 있습니다.

미술사학자 안현배는 누구?

서양 역사를 공부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갔다가 예술사로 전공을 돌린 안현배씨는 파리1대학에서 예술사학 석사 과정을 밟으며, 예술품 자체보다는 그것들을 태어나게 만든 이야기와 그들을 만든 작가의 이야기에 빠져들게 됐습니다. 그리고 지금, 나라와 언어의 다양성과 역사의 복잡함 때문에 외면해 오던 그 이야기를 일반 대중에게 쉽고 재미있게 전하고 있습니다.

상단으로 이동 스포츠경향 홈으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