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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의사 칼럼] 설채현의 동행-반려견에게 뼈를 줘도 된다고?

최근 반려견 관련 방송이 늘어나면서 많은 전문가들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러면서 그동안의 수의학적 지식과는 다른 이야기로 이목을 끌고 있는 경우도 많습니다.

대표적인 이야기가 ‘반려견에게 뼈를 먹이라’는 것입니다.

그동안의 수의사들은 ‘반려견에게 뼈를 먹이지 말라’고 했는데 누구 말을 믿어야 할지 혼돈되시는 분이 많으실 겁니다. 하지만 아무래도 매스컴에 나온 유명인의 말을 더 신뢰하는 경우가 많죠.

한 예능프로그램에서는 반려견에게 생닭을 뼈째 먹이는 모습이 비중있게 방송됐다. 채널A 방송 화면 갈무리
개는 늑대는 친척이므로 뼈를 줘도 된다는 잘못된 상식 또한 전파를 탔다. 채널A 방송 화면 갈무리

‘뼈를 먹이라’고 하는 분들의 첫 번째 논리는 ‘원래 강아지는 뼈를 먹던 동물이었다’입니다. 그래서 “뼈를 줘야지만 개의 욕구를 충족시킬 수 있다”고 말합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우리의 선조인 네안데르탈인 역시 뼈를 먹었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왜 뼈를 먹지 않을까요? 우선 ‘뼈 이외에도 맛있게 먹을 것이 많기 때문’입니다.

또한 뼈를 먹는 것은 위험하기도 합니다. 반려견도 마찬가지입니다. 반려견에게 “뼈를 잘게 부스러뜨려 먹어”라고 말해도 이해할 수 없죠. 닭 뼈를 예로 들어 익힌 닭 뼈의 경우 날카롭게 부서져 식도와 위를 넘어가는 도중에 걸리거나 천공을 유발할 수 있지만 생닭 뼈의 경우는 잘 부스러지는 것이 사실입니다. 하지만 식욕이 좋고 성격이 급한 반려견은 큰 뼛조각을 그냥 삼켜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작은 뼛조각은 위산에 의해 녹기도 하지만 위에서 장으로 넘어가는 좁은 부위가 뼈 덩어리로 막혀 심한 구토 등의 폐색 증상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도 얼마전에 큰 뼛조각이 장을 막은 반려견을 수술한 경우도 있습니다.

반려견이 뼈를 꼭꼭 잘 씹어 먹는 경우에도 문제는 발생할 수 있습니다. 뼛조각을 먹으면 변이 딱딱해집니다. 변이 이렇게 딱딱해진다면 어떻게 될까요? 네! 여러분 모두들 아시듯 변비에 걸릴 수 있습니다. 개의 장에는 특히 좁아지는 부분들이 존재합니다. 뼛조각들로 인해 딱딱하게 된 변은 좁은 부위에서 잘 막히게 됩니다. 이 경우 병원에 입원해서 관장을 하거나 심하면 수술을 해야 하기도 합니다.

뼈 말고도 반려견의 치석과 욕구를 채워줄 반려동물 간식과 장난감은 이미 충분히 많이 있다. 게티이미지/이매진스

이런 이유로 미국의 수의사들과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는 반려견에게 뼈를 먹이는 것을 권장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우리 반려견은 몇 년 동안 뼈를 먹었는데 괜찮은데요?”라고 반문하시는 분이 있습니다. 그분들께 여쭙고 싶습니다. “저도 지금까지 차를 운전하면서 사고난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제가 평생 자동차 사고가 나지 않을 거라고 할 수 있나요?”

의학이란 결국 ‘확률 싸움’입니다. 조금이라도 더 안전함을 지향하죠. 자동차 운전과 같이 대체할 수 있는 것이 없을 경우, 우리는 위험을 감수하고라도 그 행동을 할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뼈 배급의 경우 치아를 닦고 욕구 충족을 위함이라면 훨씬 더 안전하고 좋은 제품과 장난감들이 충분히 있습니다.

이렇게 말씀드려도 뼈를 주시는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봅니다. 적어도 위험성을 항상 생각하시기를 당부드립니다. 매스컴에 나왔다고 뼈가 절대로 완전 안전한 음식은 아닙니다. 그리고 저는 절대로 저의 반려견에게 뼈를 주지 않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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