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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범 인터뷰]욕심쟁이 우후훗! 꿈 많은 ‘범씨’의 첫 영화 도전기

“어릴 적 꿈을 이뤄서 굉장히 기뻐요. 부모님도 제가 영화 하는 게 소원이라 하셨거든요. 떨리고, 부끄럽고, 어색하고, 좋기도 하고 여러 가지 감정이 드네요.”

김재범(39)은 지난 2004년 뮤지컬 <지하철 1호선>으로 데뷔해 올해로 14년 차를 맞은 중견 배우다. 공연계에선 여성팬들의 마음을 훔치는 외모에 티켓파워까지 갖춘 ‘스타’지만 그러나 영화계에선 햇병아리급 ‘듣보잡’ 신인이다. 그는 그간 노력으로 얻어진 명예에 만족하지 않고 새로운 장르에 과감히 도전했다. ‘첫 경험’에 설렘을 감추지 못하는 이 풋풋한 ‘신인 영화배우’, 청춘이다.

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김재범은 소처럼 ‘열일’ 하는 대표적인 배우다. 5월 한 달만 보더라도 지난 18일 개봉한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감독 안재석)의 홍보로 바쁜 일정을 소화하면서도 매일 저녁 뮤지컬 <스모크> <쓰릴미>를 공연 중이다. 그뿐이랴. 시간을 쪼개 다음 달 1일 막을 올리는 뮤지컬 <인터뷰>의 연습도 한다.

“사실 모두 제가 하고 싶어서 하는 일이지만, 시간관리가 쉽지 않네요. 저를 위해 조정해주신 분들 덕에 감사히, 쉬지 않고 일을 계속 하고 있어요.”

빽빽한 일정에 얼굴 찌푸릴 법도 하지만, 꿈을 이룬 쾌감 때문인지 김재범의 얼굴에 환한 미소가 번졌다.

영화배우를 꿈꾸며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진학한 김재범이 뮤지컬 배우의 길에 발을 디딘 건 우연한 기회에서였다.

“군대 다녀와서 보니까 대학 친구들이 뮤지컬 <지하철 1호선>(2005)을 하고 있더라고요. ‘친구들이 하니까’ 저도 오디션을 봐서 합격했죠. 뮤지컬을 하면서 노래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기도 했어요. 그런데 왜 뮤지컬 배우가 됐냐고요? 오디션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많았거든요.”

영화 ‘마차타고 고래고래’ 배우 김재범의 극 중 사진. 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그의 영화 데뷔작 <마차타고 고래고래>는 뮤지컬 <고래고래>(2016)와 동시 기획된 작품이다. 김재범은 밴드 1번 국도의 베이시스트 병태 역을 맡아 자신의 형 호빈(조한선)을 응원하고, 멤버들 사이에 갈등이 생기면 발벗고 중재에 나서는 막내로 극의 분위기 메이커를 자처했다. 촬영이 먼저 진행된 건 영화지만, 대중에게 공개된 건 뮤지컬이 먼저였다. 김재범은 뮤지컬에선 호빈 역을 맡았다.

“제가 영화쪽에선 신인이잖아요. 그래서 극 중 호빈의 동생인 병태 역에 적합하다고 생각했어요. 뮤지컬에서도 원랜 병태 역이었어요.저보다 동생인 배우들이 많은데 그들에게 ‘형’이라고 하면 감정이입이 잘 안 될 것 같더라고요. 연습을 몇 번 하다가 아무래도 전 호빈을 해야될 것 같다고 말씀드렸죠. 병태 역을 위해 베이스를 이미 배워놓은 상태에서 호빈을 소화하기 위해 드럼을 새로 배웠어요. 대사도 다시 외워야 해서 고생이었죠.”

그는 영화와 뮤지컬, 동시 출연으로 인해 벌어진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털어놨다.

“영화 촬영을 마치고 공연에 들어가니 병태를 바라보는 기분이 묘했어요. 제가 저를 보는 것 같다고 해야할까요? 병태에게 애정이 갔고 왠지 잘해줘야 할 것 같았어요. 영화에선 (조)한선이가 ‘츤데레’로 나오는데 전 뮤지컬 때 병태에게 다정한 형이었어요.”

무대에서 관객과의 호흡에 익숙한 그에게 카메라 앞 연기를 해야하는 영화 촬영은 그야말로 ‘산 넘어 산’이었다.

“첫 촬영 때 대사를 쳐야하는데 제 바로 앞에 있는 카메라가 굉장히 신경쓰였어요. 감독이 제가 자꾸 카메라 앵글에서 나간다고 하셨거든요. ‘큰일났다’싶으니까 긴장이 되더라고요. 앵글에서 나가지 않으려고 몸을 움직이지 말아야지 하다 보니 ‘얼음’이 됐어요. 또 상대역과 대사를 할 땐 오디오에 제 잡음이 들어간다고 해서 숨 죽인 채로 조용히 있었고요. 한 장면 촬영이 끝났나 싶었는데 카메라를 옮기고는 아까 한 걸 그대로 하라고 하는 거예요. 아까 어떻게 했는지 기억을 못해서 또 ‘멘붕’이 왔죠. 촬영 내내 온 몸에 사슬이 묶여있는 듯한 느낌이었어요.”

그는 자신의 연기가 화면에 어떻게 나올지를 고민하기 보다는 장면장면 최선을 다하자고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말했다.

“무대는 많이 서봤으니까 ‘이 조명에 이렇게 움직이면 어떤 효과가 나겠지’ 하는 게 보이는데 영화는 전혀 모르겠더라고요. 제가 연기를 하면서도 그림이 안 그려졌어요. 앞으로 영화를 계속 해서 제 연기를 가늠할 수 있는 상태까지 가고 싶어요.”

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김재범은 자신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고 최근 소속사를 에스엠씨엔씨(SM C&C)로 옮겼다. 그는 영화 출연에 대한 욕심과 일정 상의 부담감 사이에서 고민 중이라고 속내를 밝혔다.

“영화에 계속 출연하고 싶어도 지금은 회사에 피력 할 수 없는 입장이예요. 공연이 계속 잡혀있으니까요. 이 상황에서 영화 오디션 보게 해달라고 하면 ‘대체 언제?’라는 답이 돌아올 걸요.”

공연을 쉴 때의 그의 일상생활은 의외로 단조롭단다.

“친구들이 만나자고 불러도 잘 안 나가요. 특히 다작을 할 땐 체력적으로 힘들더라고요. 공연있고 연습있으니 놀 수 없어요. 그래서 집에 있을 땐 최대한 안 움직이고 쉬는 편이죠.”

자기 관리를 위해 스스로를 엄격히 자제하다니, ‘프로’다. 문득 그의 전성기는 언제였는지 궁금해졌다.

“군대 가기 전 대학시절이 제 인생의 전성기 같아요. 중고등학교 시절엔 공부를 좋아하지 않았어요. 그러나 해야하는 것이기에 어린 마음에 스트레스를 받곤 했죠. 그런데 대학생이 돼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제가 좋아하는 수업을 들으며 좋은 친구들과 어울리다보니 그렇게 행복할 수가 없더라고요. 별 걱정없이 지낸 때였죠.”

사진 아시아브릿지컨텐츠.

김재범에게 청춘은 ‘다시 돌아오지 않을 순간’이기에 의미가 있다고. 그러나 특별한 굴곡짐없이 무탈한 시간이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힘들었던 일이나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없어요. 아! 아쉬운 건 있어요. 어렸을 때 노래, 악기, 춤을 좀 더 배워뒀으면 어땠을까 하는 거요. 친구들과 좀 더 어울리고 열심히 놀 걸 싶어요. 게을러서 못했죠.”

아… 과거까지 일 욕심 가득한 이 남자, ‘범씨’의 범(凡)상치 않은 일 욕심, 못 말린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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