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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에게 뼈를 줘도 된다?’ 반려동물계의 ‘안아키’ 논란

‘반려견에게 뼈를 먹여도 될까?’ 반려동물계에도 ‘안아키’ 논란과 유사한 논쟁이 일어났다.

서울시수의사회의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페이스북 페이지 ‘서울수의사’는 19일 개에게 생닭을 먹이면 안 되는 이유를 카드뉴스로 만들어 올렸다.

서울수의사는 “반려견에게 생닭을 뼈째 급여하는 것이 치석제거에 도움이 된다는 방송 내용에 생닭 자연식이 유행처럼 번졌다”며 “반려동물에게 위험한 행동이다”고 했다.

지난해 방송한 채널A ‘개밥남’에서는 생닭을 벼째 권하는 강형욱 훈련사의 모습이 전파를 탔다. 채널A 방송 화면 갈무리

이어 “반려동물이 생뼈를 씹을 경우 치아 골절이 올 가능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며 “미국 식품의약국(FDA) 역시 대장출혈, 사망에 이를 수도 있다며 반려견에게 뼈를 주지 말 것으로 강조하고 있다”고 했다.

지난해 방송한 채널A 예능 프로그램 <개밥주는남자>에서는 주병진의 반려견 ‘대’, ‘중’, ‘소’에게 생닭을 뼈째 주는 모습이 그려졌다. 이날 방송에서 강형욱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는 “반려견에게 생닭을 먹이면 뼈를 씹어 먹는 훈련을 할 수 있다”며 “뼈를 먹으면 치석이 제거되고 치아가 깨끗해진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주병진은 “닭 뼈를 주면 위험한 상황이 발생하면 어떡하나 걱정했었다”며 놀라움을 감추치 않았다. 실제로 방송에서는 주병진이 반려견들에게 닭 뼈를 주는 모습이 비중 있게 나왔다.

해당 게시물에는 누리꾼들의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서울수의사의 게시물에는 치열한 갑론을박이 펼쳐졌다. 누리꾼들은 “4년 넘게 우리집 반려견에게 생닭을 주고 있는데 아무런 문제가 없었다” “무조건 수의사 말만 들으라는 거냐” 등의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한 반론으로 “우리 집 반려견은 뼈를 먹이고 피설사하고 아파했다. 다른 동물병원에서도 생닭 주지 말라고 하더라” “전문가가 말하는 것보다 유명인이 그렇더라 하면 팩트가 되는 현실” “수의학을 무시하고 ‘내가 키워보니 괜찮더라’식의 생각은 위험하다”등의 의견이 이어졌다.

실제로 수의사들은 반려견에게 뼈를 먹이는 것을 권장하지 않고 있다. 미국 FDA와 영국 자선 수의사협회(PDSA) 역시 동물 뼈는 반려견의 소화기에 치명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라인 카페 ‘안아키’ 게시판에서 운영진과 회원들이 주고받은 상담 내용

이번 논란은 ‘약 안 쓰고 아이 키우기’(안아키)가 추구하는 자연 치유 요법 논란과 비슷한 부분이 있다. 약 처방과 백신 접종 등 병원 치료를 거부하는 자연 치유 요법은 사실상 아동학대와 다름없다는 각계의 비판을 받고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의 말을 믿지 않고 검증되지 않은 다른 분야 전문가의 말을 맹신한다는 점에서 유사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검증 안 된 민간요법이 되레 건강을 해칠 수 있다며 경고한다.

한의학계 또한 안아키 논란과 관련해 부정적 반응을 보였다. 김지호 대한한의사협희 홍보 이사는 “비의료인인 ‘안아키’ 부모끼리 치료법을 공유하면서 이를 맹신하게 되는 것”이라며 “일반적인 의학 상식을 아예 무시하는 ‘안아키’ 치료법으로 증상이 더욱 악화되는 최악의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설채현 수의사는 25일 방송한 팟캐스트 <설리와 에밀리의 독썰>에 출연해 “생식 문제가 아리나 생닭을 뼈째주는 것이 문제”라며 “뼈를 먹고 병원에 오는 반려견이 많고 수술도 진행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기우 반려동물 행동 전문가 역시 “소화기관과 반려견의 건강은 행동 전문가가 아닌 수의사의 전문 영역”이라며 “특히 건강에 직결되는 문제는 어정쩡한 상식이 아니라 전문가의 말을 들어야 한다”고 권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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