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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AR·ABBA···변수 덩어리 U-20 월드컵

어린 축구 선수들에게 국제축구연맹(FIFA) 20세 이하(U-20) 월드컵은 ‘기회의 장’이다. 뛰어난 기량을 선보일 경우 세계적인 클럽들의 눈도장을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작 이 대회를 주관하는 FIFA는 ‘시험의 장’으로 부른다. 축구 규칙을 관장하는 국제축구평의회(IFAB)가 새 제도를 시범 도입할 경우 U-20 월드컵 혹은 여자월드컵에서 먼저 시험대에 올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두 대회 모두 관중 숫자만 상대적으로 적을 뿐 운영 방식은 크게 다르지 않아 새 제도의 장·단점을 파악하기 쉽다. 이번 대회에선 비디오 판독 시스템(VAR)과 승부차기 새 방식이 FIFA 주관 국가 대항전으로는 가장 먼저 적용됐다. U-20 월드컵 조직위원회 관계자는 “축구를 조금 더 재밌고, 공정하게 즐길 수 있는 방법을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사진|게티이미지/이매진스

보수적인 축구계에서 받아들이기 쉽지 않을 것으로 같았던 비디오 판독은 이번 대회에서 성공적으로 시행됐다. 비록 몇몇 시행착오도 겪었지만 이를 통해 문제점도 찾아내기도 했다. 한준희 KBS 해설위원은 “비디오 판독 시스템과 새 승부차기 방식 모두 축구계가 합리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는 증거”라고 호평했다.

문제는 어린 선수들이 커다란 제도 변화를 두 가지나 단숨에 받아들여야 한다는 사실이다. 실력 외에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것을 줄이려는 의도와는 달리 변수에 얼마나 적응하느냐에 성패가 갈릴 수 있다.

비디오 판독을 통해 오심이 사라진 것은 분명히 긍정적이다. 한국은 지난 20일 기니와의 첫 경기에서 조영욱(18·고려대)의 첫 골이 취소되는 아픔을 겪었지만, 26일 잉글랜드와의 3차전에선 이유현(20·전남)이 퇴장당할 뻔 위기를 넘겼다. 다만 포지션에 따라 경기 운영 방법을 바꿔야 하는 어려움도 있는 것도 사실이다. 특히 예전 같으면 그냥 넘어갈 반칙이 비디오 판독 때문에 ‘경고’나 ‘퇴장’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수비수들이 적극적인 수비에 나서기가 어려워졌다. 수비수 정태욱(20·아주대)은 “위험하지 않은 반칙도 거칠다는 판단이 내려질 경우 상황이 어려워질 수 있어 조심스럽다”고 말했다.

아바(ABBA)로 명명된 새 승부차기 방식도 혼란스러운 것은 마찬가지다. ABBA는 승부차기 순서를 의미하는 것으로 기존에는 선축 또는 후축이 결정되면 ‘A팀→B팀→A팀→B팀’ 순서대로 승부차기가 진행됐지만, 새 방식에선 ‘A팀→B팀→B팀→A팀’으로 찬다. 국가대표 출신 골키퍼 김병지는 “공정한 방식인 것은 사실이지만 선축팀이 첫 슈팅을 넣지 못하면 0-2로 밀리는 상황에서 2번 연속 공을 차야 하는 변수가 있다”며 “선축팀 첫 키커의 역할이 중요해졌다”고 지적했다. 신태용 U-20 축구대표팀 감독(47)도 “승부차기 방식이 바뀐 것까지 선수들에게 숙지시켰다”면서 대비의 필요성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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