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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대’ 이창민, 사이타마에서 ‘어게인 산책 세리머니’

일본 축구의 성지에서 다시 산책 세리머니가 재연될까.

제주 유나이티드 미드필더 이창민(23)은 지난 3·1절에 축구팬 가슴을 시원하게 하는 세리머니로 화제를 모았다. 그는 당시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ACL) 감바 오사카(일본)와 조별리그 원정경기에서 2골을 터뜨리며 팀의 4-1 완승을 이끌었다. 상대의 자책골로 제주가 1-0으로 앞서던 전반 추가시간에 터진 그의 골은 이날 승부의 백미였다. 이창민은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통렬한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골망 구석을 흔들었다. 이후 골 뒤풀이가 인상적이었다. 그는 오사카 스이타 스타디움을 가득 메운 감바의 서포터스석 앞 쪽을 유유히 지나가는 ‘산책 세리머니’를 펼쳤다. 2010년 일본 사이타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한·일전에서 골을 넣은 박지성의 세리머니를 재연한 것이었다. 3·1절, 일본에서 열린 원정경기에서 터뜨린 호쾌한 골과 그보다 더 큰 감동을 안긴 세리머니로 이창민은 유명세를 탔다.

제주 이창민이 지난 24일 제주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우라와 레즈와 아시아챔피언스리그 16강 1차전에서 드리블 돌파를 하고 있다. 프로축구연맹 제공

이창민은 이후 여세를 몰아 올 시즌 제주의 중심으로 맹활약하고 있다. ACL에서는 마르셀로와 함께 팀내 최다인 3골을 기록하며 16강행을 이끌었다. 리그에서도 1골·2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꾸준히 활약하고 있다. 그는 최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의 부름을 받아 생애 첫 A대표팀에 발탁되는 영광을 누렸다.

올 시즌 무섭게 질주하는 ‘국가대표’ 이창민에게 뜻깊은 기회의 무대가 마련됐다. 그는 박지성이 산책 세리머니를 했던 바로 그곳, 사이타마 스타디움에 선다. 이창민은 31일 사이타마스타디움에서 열리는 우라와 레즈와의 ACL 16강 2차전 원정경기에 출전한다. 지난 24일 홈에서 열린 1차전에서 2-0 승리를 거둔 제주는 1골 차로 패해도 8강에 오른다.

미드필더 이창민이 제주의 8강행을 결정지을 키플레이어로 꼽힌다. 3골을 넣어야 승부를 뒤집을 수 있는 우라와는 초반부터 맹공으로 나설 것으로 보인다. 중원 사령관 이창민이 상대 공격을 막는 1차 저지선으로 버티는 역할이 중요해졌다. 제주가 공격적으로 나설 때에는 이창민은 권순형과 함께 공격의 출발점 역할을 해야 한다. 우라와가 무게 중심을 앞에 두고 전진할 때 이창민은 수비 뒷공간을 노리는 패스와 적극적인 중거리 슈팅을 노려야 한다. 빼어난 슈팅 능력을 갖춘 이창민은 기회가 나면 과감한 슈팅으로 우라와 골망을 정조준할 예정이다. 올 시즌 ACL 무대에서 강했고, 특히 일본 팀에는 더더욱 강했던 이창민이기에 기대감이 크다.

‘산책 세리머니’의 탄생지에서 경기를 펼치는 그의 각오는 남다를 수밖에 없다. 그러나 지나친 욕심 대신 냉정함을 유지하며 침착하게 풀어가려 한다. 그는 30일 훈련에서 시종 진지하고 열정적으로 그라운드를 뛰고 슈팅을 날리며 마지막 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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