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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②] ‘몬스터 유니온’ 서수민 부문장 “미래 예능은 ‘채널 중심’ 아닌 ‘제작사 중심’ 될 것”

서수민 ‘몬스터 유니온’ 부문장은 2017년 6월 대한민국 방송가에서 가장 주목받고 있는 사람 중 하나다. 22년의 KBS PD 생활 중 <뮤직뱅크> <개그콘서트> <해피선데이> 등을 거치며 스타 연출자로 거듭나 예능 드라마 <프로듀사>의 성공으로 예능PD의 새로운 지평을 제시했다. 그리고 새롭게 KBS와 자회사들이 출자해 만든 제작사 ‘몬스터 유니온’의 예능 부문장 자리에 앉았다. 1년 여 의 고심 끝에 기획한 KBS2 금토극 <최고의 한방>이 이번 주말 첫 방송된다.

그는 동시에 케이블업계에서 11개의 채널을 갖고 있는 ‘스카이티브이’와의 협업도 준비하고 있다. 과거 한국의 방송이 어떤 채널에서 방송되는 것이 중요한지 살피는 ‘채널 중심’의 생태계였다면 서수민 부문장은 “이제 어떤 콘텐츠를 들고 나오느냐가 중요한 ‘제작사 중심’의 시대”를 예견하고 있다. 예능 드라마에서 스카이티브이와의 협업까지, 아직은 작은 회사이지만 그 꿈은 ‘몬스터’처럼 몸집을 불리고 있다. (①에서 계속)

몬스터유니온 서수민 예능 부문장이 지난 달 29일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 이석우기자 foto0307@kyunghyang.com

- 왜 이렇게 서로 ‘문외한’인 사람들을 뒤섞어 드라마를 만드는 건가.

“‘몬스터 유니온’이 우리말로 풀면 ‘괴물 조합’이다. 제작자 집단의 색깔인 거다. 연출이던 작가던 누구든 콘텐츠는 혼자 힘으로 생기지 않는다. 서로 하고 싶은 게 있어도 제도권에서 힘들다면 새로운 조합을 자유롭게 만들 수 있는 터전이 필요한 거다. 그런 생각에서 시작했다. 작가 역시 시트콤을 쓰던 이영철 작가와 <개그콘서트> 이민혜 작가 등이 참여한다. <프로듀사>도 예능 드라마였지만 이는 시스템에 익숙해진 PD와 새로 시작한 PD의 이야기였다. 사실 함의를 담아서 지상파와 새로 생기는 매체와의 긴장관계를 암시하고 싶었다. 결국 훌륭한 작가와 배우, 연출자 덕분에 잘 풀렸고 좋은 드라마가 됐다.”

- <프로듀사>처럼 흥행에 대한 기대감이 있나?

“배를 띄우는 데까지가 내 몫이고, 배를 저어가는 건 배우들의 몫이다. 결과로 ‘일희일비’하지 말자고 생각했다. 재미있게 해봤다는 것에 기쁨을 느끼고 싶다. 시청률을 떠나서 의미가 있었으면 좋겠다. ‘저 집단이 자기 목소리와 색깔이 있구나’하고 생각되어지면 좋겠다,”

- ‘스카이티브이’와의 협업도 이채롭다. 어떠한 생각이 깔려 있었나.

“KBS 예능국의 PD를 몇 명 더 영입했다. <청춘FC>를 했던 박석형PD와 <안녕하세요>를 연출한 안상은PD가 주인공이다. 스카이티브이와는 좋은 기회가 와 함께 할 수 있었다. 앞으로 좋은 관계를 계속 유지해야 한다. 아무래도 지상파의 경우에는 격전지이기 때문에 준비가 많이 필요하지만 스카이티브이의 경우에는 성장하는 채널이고 함께 만들어갈 부분이 많다고 봤다. 예전부터 우리나라 예능은 채널이 중시되는 분위기였지만 이제는 제작사 중심으로 가야할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다양한 색을 내고 싶은 우리 입장에서는 좋은 선택이었다.”

KBS2 새 금토극 ‘최고의 한방’을 공동연출하는 유호진PD-배우 차태현. 사진 경향DB

- PD에서 제작사 이사가 된 기분은 어떠한가. 다른 점이 있다면?

“회사를 잘 이끌지 못할까봐 초조한 점이 있다. 하지만 잘 했다고 생각하는 점은 자유로운 분위기에서 콘텐츠에 집중할 수 있는 계기가 된다는 부분이다. 안에서 하는 게 분명 안전하긴 하다. 녹화하려면 스튜디오도 금방 나오고, 의상도 바로 오고 찍겠다면 바로 찍을 수 있다. 하지만 여긴 그렇지 않다. 하나하나가 다 돈이고 지금껏 혜택을 받으면서 편하게 일했구나 하는 생각은 든다. <개그콘서트>를 마치고 팀장이 되면서 ‘왜 내가 여기서 이러고 있지’하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잠도 잘 못 자고 계속 무언갈 해야 하지만 그 불안전함이 좋다.”

- 몬스터 유니온의 몸집은 더 불어나는 것인가?

“불릴 생각은 없다.(웃음) PD 세 명에 인턴 PD가 두 명이 있다. 불리기보다는 집중해서 잘 만드는 게 중요하다. 드라마는 제작사에서 기획에 집중하지만 예능은 제작사라도 일을 다 해야 한다. 그래서 우리가 좋아하는 콘텐츠에 집중해서 만들고 싶다. 사람이 늘어나는 게 두렵기도 하다.(웃음) 우리와 뜻이 맞고 호흡이 맞다면 영입할 생각도 있다. 하지만 우선 지금의 결과물이 나와야 한다.”

- 어떤 제작사를 만들고 싶나.

“콘텐츠 만드는 게 재밌었으면 좋겠다. 보람있고 재밌고 계속 다음 작품이 기대되는 환경이면 좋겠다. 서로 닦달하지 말자, 피폐해지지 말자고 이야기한다. 보시는 분들에게도 그런 느낌을 드리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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