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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무열 “‘사랑꾼’ 이미지? 아내 사랑하는 것뿐”

“‘사랑꾼’ 이미지는 대중의 기대치인 것 같아요. 전 그저 아내를 사랑하고, 소소한 삶을 살아가는데 대중의 기대가 부합되면서 그렇게 증폭된 것 같아요.”

배우 김무열은 연예계 대표적 ‘사랑꾼’ 스타 중 하나다. 물론 겸손하게 손사래 쳤지만 인터뷰 내내 아내 윤승아에 대한 사랑과 소중함을 숨기진 못했다.

배우 김무열, 사진 이십세기폭스코리아

최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만난 김무열은 영화 <대립군>(감독 정윤철) 촬영 뒷얘기부터 ‘인간’ 김무열의 소소한 고민까지 모두 털어놨다.

■“시국과 맞닿은 <대립군>, 촬영 땐 울기도 해”

김무열은 <대립군>에서 의리파 곡수 역을 맡아 선굵은 연기를 펼쳤다. 피를 토하는 듯 열연으로 ‘사랑꾼’ 이미지를 말끔히 지운 것은 물론, 뮤지컬 무대서 갈고 닦은 노래 실력을 영화 안에서 모두 풀어놓으며 강렬한 존재감을 새겼다. 그의 분량을 감독이 얼마나 신경썼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다양한 매력이 십분 실렸다.

“감독의 사랑이 부담스러울 정도였어요.(웃음) 사실 그 노래는 촬영 전날 선정됐어요. 시간이 너무 없어서 걱정했죠. 한석봉과 어머니처럼 숙소에서 여진구와 밤을 새면서 노래와 춤을 맞춰봤어요. 원래 설정은 ‘광해’(여진구)가 곡수의 노래에 맞춰 춤을 추면 그를 본 백성들도 함께 흥겨워 춤추는 설정이었는데, 막상 촬영에 들어가니 생각지도 못한 감정에 휩싸이더라고요. 다른 보조출연자들도 같은 생각이었는지 ‘광해’를 보면서 춤추는 대신 땅에 엎드려 절을 했고요. 그땐 정말 다같이 공감한 것 같아 소름이 돋았죠. 어쩌면 현실과 맞닿은 주제라 계산 없이 그런 감정들이 나온 것 같아요.”

영화 ‘대립군’ 속 김무열.

그는 촬영 당시 ‘국정농단’ 사태 등이 터졌던 기억을 떠올렸다. 덕분에 <대립군> 속 울분 섞인 감정들을 큰 노력없이 터뜨릴 수 있었단다.

“현장에서 즉석으로 만든 감정신이 많았어요. 아침에 감독과 배우들이 모여 회의하는데, 그날 그날 현장에 맞춰 대본이 수정됐죠. 그 중 제일 기억에 남는 건 성곽 안에 있는 광해와 백성들에 ‘나오라’고 고함지르는 촬영이에요. 그 날 실제 4차 촛불집회가 열렸거든요. 원래는 감정이 준비될 때까지 제작진이 기달렸다가 촬영을 시작하는데, 그땐 그럴 필요가 없었죠. 저뿐 아니라 다들 격해 있던 시기였나봐요. 현장서 촬영하다가 우는 스태프들도 있었다니까요.”

이번 작품으로 ‘리더’에 대해 많은 것을 생각했다는 그다.

“리더는 많은 이에 의해 만들어지는 거예요. 집단이 있어야 리더가 탄생하는 거잖아요. 그래서 이 시대 리더들이 이런 이치를 알고 있었으면 좋겠어요. 따르는 이들과 소통을 지속적으로 하고, 때론 서로 감시하면서 전보다 더 좋은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해야할 것 같아요. 그런 점에서 <대립군>은 바람직한 리더상에 대해, 그리고 희망에 대해 얘기하는 작품이예요. 힘든 시간을 보낸 많은 분에게 작게나마 위로의 얘기를 전하고 싶어요.”

■“버킷리스트? 아내와 여행가고파”

배우 아닌 인간 김무열에겐 ‘행복’이 뭐냐고 물으니 바로 답이 돌아왔다.

“아내와 함께하는 소소한 일상이 행복하죠. 그게 저란 개인의 삶이고요. 삼시세끼 뭐 먹을까 고민하고 강아지 산책시키는 시간들도 제겐 정말 소중하죠. 소소한 행복을 통해 배우로서 에너지가 나오니까요. 제 삶을 잘 꾸릴 줄 알아야 연기도 잘 나오는 것 아니겠어요?”

현명한 대답이었다. 그의 버킷리스트도 사랑하는 이들을 중심으로 짜였다.

“음, 아내와 어디든 여행을 가고 싶어요. 올해 안에 꼭이요. 그런데 사실 ‘버킷리스트’라고 딱 떠오르는 건 없어요. 행복해서 필요한 게 없는 건가요? 하하.”

마지막으로 그의 화두는 무엇인지 물었다. 그러자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라며 입을 열었다.

“얼마 전 연극 <쓰릴 미> 10주년 공연을 했는데, 문득 ‘앞으로 다신 이 순간이 오지 않겠구나’란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예전 이 무대에 올랐던 기억들이 새록새록 떠오르더라고요. 그 기억들은 제게 굉장히 소중한 순간이었는데도, 전 평소엔 잊고 있었던 거잖아요? 지금 주변에도 얼마든지 소중한 순간이 있는데 너무 모르고 살진 않았나 싶더라고요. 대체 난 뭘 위해서 살고 있을까? 요즘 이런 고민을 많이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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