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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코믹컬 ‘드립걸즈’ 마친 오나미 “TV에서 떨어진 자신감, 무대에서 치유 받았어요”

개그우먼 오나미는 이달 초 끝난 코미디 뮤지컬 <드립걸즈>의 멤버로 무대에 섰다. <드립걸즈>는 전통적으로 인기 개그우먼들이 연이어 오른 뮤지컬로 벌써 여섯 번째 시즌을 맞았다. 오나미는 공연 포스터에서도 가장 앞줄에서 가장 크게 자리 잡았다. 공연의 중심이라는 뜻이다. 그는 <개그콘서트>에서도 꾸준히 출연하면서 이 무대를 준비했다. 그리고 최근까지는 개그맨 허경환과 함께 JTBC 예능 <최고의 사랑2-님과 함께>에서 호흡을 맞추며 리얼 버라이어티에도 최적화됐음을 알렸다.

평소의 오나미는 그저 집 근처 서울 영등포의 타임스퀘어를 돌아다니며 ‘아이쇼핑’을 하는 것이 낙일 정도로 조용한 스타일이다. 하지만 일에 있어서는 욕심을 내면서 2008년 데뷔 후 9년이 넘는 시간을 꾸준히 달려왔다. 이렇게 조용하면서도 꾸준한 행보의 원동력은 무얼까. 개그우먼이 되기 위해 노력했던 시간이 그 대답이 될 것 같다. 그 시간 동안의 간절함이 지금의 오나미를 만들고 있다. <개그콘서트>는 그를 단련하는 계기가 되고, 뮤지컬 무대는 그 과정에서 상처를 입었을 그를 치유했다.

KBS2 ‘개그콘서트-연기돌’ 코너에 출연하면서 최근 대학로 코믹뮤지컬 ‘드립걸즈 시즌6’ 출연을 마친 개그우먼 오나미. 사진 성우애드컴

“공연이 우주로 떠나는 일을 다뤄요. 그 안에서 한 명이 먼저 깨는데 나머지를 깨우는 과정에서 일어나는 일을 다루죠. 그 안에서 적절한 의심도 서로 하고 긴장감도 있어요. 무엇보다 관객과 호흡하는 공연이었어요. 무대에 참여하는 관객이 어떤 분이냐에 따라 공연 분위기가 많이 바뀌곤 했어요.”

무대를 찾은 이유에 대해서는 의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감이 떨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9년이 넘는 시간 동안 <개그콘서트> 하나만 보고 매진했지만 조금씩 카메라 앞에서 움츠러드는 자신을 발견했다는 것이다. 자연스럽게 연습생을 하던 대학로 연극 무대의 기억이 떠올랐다. 뮤지컬을 하면서 자신감도 찾고 처음의 그 마음을 찾고 싶었다.

“사실 TV 무대에서는 자신감을 찾기가 어려운 부분도 있어요. 지금 공연은 조금 야한 부분도 있거든요. 제가 부끄러움도 많은 스타일이고, 이미지와는 다르게 보수적인 부분도 많아요. 평소에는 욕도 거의 안 하거든요. 그런데 공연을 하다보면 스스로 신선한 충격을 많이 받아요. 욕도 많이 늘었어요.(웃음)”

허경환과 함께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에 출연한 것도 새로운 도전의 큰 계기가 됐다. 지금까지 ‘못 생긴 역할 전문 개그우먼’이라는 틀에 갇혀있던 자신을 꺼내 조금 더 자연스러운 스스로의 모습을 보일 수 있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여성스럽고, 낯도 가리고 하지만 무대에서는 확 달라지는 사람, 바로 그가 오나미임을 알릴 수 있었다.

KBS2 ‘개그콘서트-연기돌’ 코너에 출연하면서 최근 대학로 코믹뮤지컬 ‘드립걸즈 시즌6’ 출연을 마친 개그우먼 오나미. 사진 성우애드컴

“예능에서는 친한 남자 연예인도 많다고 알려져 있지만 사실 친한 사람들하고만 친해요. 처음 보는 분이나 잘 모르는 분들과 함께 있으면 조용히 가만히 있으려고 하는 타입이죠. 그래도 개그우먼이다 보니 개그맨 사회에서는 스스로를 놓게 편하게 지내니까 활기찬 분위기가 생기는 것 같아요.”

오나미는 최근 방송된 <개그콘서트> 900회 관련 기자간담회에서 데뷔 전 <개그콘서트>의 추억을 털어놨다. 충남 공주 출신인 그는 개그우먼이 되고 싶다는 일념으로 대학로 무대에서 개그맨 연습생을 하던 시절 <개그콘서트> 녹화에 방청객으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항상 녹화 전 진행하던 장기자랑 대회에서 2등을 한 그는 상품을 받아들고 여의도 KBS 본관 건물을 바라보며 ‘꼭 다시 여기 개그우먼으로 오겠노라’고 다짐했다. 그 처음의 마음을 지키겠다는 900회 인사는 남다른 울림으로 다가왔다.

“항상 다른 사람에게 웃음을 주는 게 기뻤던 것 같아요. 소심한 성격이었지만 친한 친구들이 저를 보고 웃어주는 모습에서 위안을 많이 받았거든요. 개그맨 꿈을 도전도 해보지 않고 포기를 한다면 평생 후회가 될 것만 같았어요. 무작정 극장으로 와서 준비를 했죠. 제 인생에서는 굉장히 큰 도전이었어요. 그때 그 도전을 안 했다면 지금 저는 뭘하고 있었을까요. 미용 자격증이 있었으니 미용사가 됐을까요.”

그렇게 개그우먼을 시작했지만 그에게는 개성있는 외모 때문에 ‘못 생긴 여자’ 배역만이 돌아왔다. 그는 상처받지 않고 묵묵히 무대 위에서 자신을 드러냈다. 실제 오나미를 만난 사람들은 무대 위에서와는 다른 미모에 놀라는 경우가 많다. 못 생겼다면 그걸로 웃음을 줄 수 있다면 괜찮다. 하지만 10년을 이렇게 했으니 조금씩 스스로를 변화시키고 싶은 욕심은 생겨난다.

“못 생겼다고 해도 기분이 안 좋지는 않아요. 웃음을 드릴 수만 있다면 더 한 것도 하고 싶죠. 그런데 요즘 개그에서는 무조건 못 생겼다고 하면 시청자분들은 좋아하시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차츰 제가 기존에 갖고 있던 캐릭터가 아닌 다른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하고 있어요.”

KBS2 ‘개그콘서트-연기돌’ 코너에 출연하면서 최근 대학로 코믹뮤지컬 ‘드립걸즈 시즌6’ 출연을 마친 개그우먼 오나미. 사진 성우애드컴

그리고 지금처럼 점점 활동범위도 넓혀가고 싶다. 개그무대가 당연히 1순위이지만 <개그콘서트>에 지장을 주지 않는 선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다. 뮤지컬 등 무대 연기가 그러하고 예능도 그러하다. 그리고 정극 연기를 비롯해 자신이 필요한 곳이라면 어디든 나서고 싶다.

“제가 즐겨보는 프로그램이 <인간극장>이나 <휴먼다큐 사노라면> <나는 자연인이다> 같은 프로그램이거든요. 굳이 연기가 아니라도 자연스러운 모습을 드러낼 수 있는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에도 나가보고 싶어요. 얼마 전에 김준호 선배를 도와드리려고 <나 혼자 산다>에도 잠깐 나간 적이 있었거든요. 당시 PD님이 ‘또 봐요’ 하셨는데. 연락이 없으시네요.(웃음)”

미용사 자격증이 있는 오나미는 인명구조사 자격증도 취득했다. 모친이 “요즘은 자격증 시대”라고 따게 된 것들이 많았다. 이러한 자격증들이 오나미의 또 다른 의외의 모습을 방증한다. 그는 바리스타, 요리 자격증에도 도전하고 싶다. 이 모든 게 웃음을 위해서다.

“아주 어린 친구들부터 어른까지 웃을 수 있는 웃음을 주고 싶어요. 어린 아이부터 할아버지, 할머니들까지 웃을 수 있는, 좋은 웃음을 주는 개그우먼으로 남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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