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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태휘 뽑으면 안된다고 했는데…” 슈틸리케, 경기위원들 조언 무시했다 ‘자승자박’

올리 슈틸리케 축구대표팀 감독과 이용수 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이 곽태휘를 선발하면 안된다는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대표팀에 선발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프로축구연맹 경기위원들에 따르면 이용수 위원장은 지난 5월 카타르전에 나설 대표팀 선발을 앞두고 프로연맹 경기위원들에게 선수 선발에 대한 자문을 요청했다.

곽태휘.축구협회 제공

프로연맹 경기위원들은 프로축구가 열릴 때마다 경기위원으로 활동하기 때문에 선수들의 컨디션이나 몸상태 등에 대해 누구보다 잘 안다.

한 프로연맹 경기위원은 “프로에서 좋은 경기력을 보여주던 이근호와 황일수, 이재성과 함께 프랑스 디종에서 활약하는 권창훈을 추천했다”고 말했다. 권창훈은 대표팀에 선발되지 않았지만 프로연맹 경기위원들이 추천한 이근호와 황일수, 이재성은 비교적 좋은 경기력을 보여줬다. 현장의 판단이 적중한 것이다.

보통은 좋은 선수를 추천하는 게 일반적이지만 프로연맹 경기위원들이 선발해선 안된다고 반대한 선수가 있었다. 바로 서울 수비수 곽태휘였다.

한 프로연맹 경기위원은 “곽태휘는 부상에서 회복한 지 얼마 되지 않은데다 프로에서 경기력도 안좋았다”면서 “몸상태도 정상이 아니고 경기력도 나쁜 곽태휘를 대표팀에 선발해선 안된다는 의견을 전달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기위원도 “최근 들어 곽태휘의 스피드가 떨어져 프로에서도 상대의 빠른 공격에 취약점을 드러냈다”며 “곽태휘가 없을 때 서울 경기력이 오히려 좋아지곤 해 황선홍 서울 감독도 곽태휘 기용을 둘러싸고 골머리를 앓고 있었는데 대표팀에 뽑는 건 말이 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곽태휘에 대한 신뢰와 애정이 남다른 슈틸리케 감독은 이런 조언을 귀담아듣지 않았다.

한 프로연맹 경기위원은 “이용수 위원장이 우리 의견을 전달했겠지만 슈틸리케 감독이 뽑겠다고 하니 어쩔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프로연맹 경기위원들이 컨디션이 정상이 아니라고 했던 곽태휘는 카타르전에서 중앙 수비수로 선발 출전했다.

곽태휘는 전반 24분 선제골의 빌미를 제공했다. 패스를 하려다가 미끄러지면서 상대 공격수에게 공을 헌납했고, 최철순이 막다가 파울을 하며 프리킥을 내줬다. 카타르 알 하이도스는 이 프리킥을 그대로 꽂아넣었다. 결승골을 내주는 장면에서도 곽태휘의 수비가 아쉬웠다. 곽태휘가 앞으로 나오면서 패스를 자르려고 했지만 실패했고, 쉽게 볼을 잡은 알 하이도스가 결승골을 성공시켰다. 오프사이드 라인을 지키지 못한 동료 수비수의 움직임도 나빴지만 위험 지역에서 안전하게 플레이를 하지 못한 곽태휘의 판단미스가 아쉬운 대목이었다.

그라운드에서 현실로 나타난 것은 슈틸리케 감독의 맹목적 기대가 아닌 프로연맹 경기위원들의 냉철한 우려였다. 그 대가는 컸다. 한국축구는 다시 한 번수렁에 빠지게 됐다. 한 프로연맹 경기위원은 “전술을 떠나서 선수 선발이나 기용부터 도저히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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