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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아동센터 쌤들의 기분좋은 상상] 따숨 어린이와 어르신의 날

‘따숨 어르신과 어린이의 날’ 행사에 참석하신 어르신과 선생님들.

“어서 와. 새연아.” 청소를 하던 양문숙 할머니가 두 팔을 벌렸다. 학교에서 막 돌아온 1학년 새연이가 당연하다는 듯이 할머니 품으로 달려가 폭 안긴다. “아휴, 우리 새연이 학교 잘 다녀왔어?” 할머니가 묻자 새연이는 빙긋 웃으며 고개를 끄덕인다.

“고마워 지균아.” 한쪽에서는 대학생 돕이(멘토링)로 온 엄지영 선생님이 지균이를 반긴다. 지균이가 쓴 편지 액자를 흔들면서 말이다. 까불이 지균이가 오늘은 공손하게 선생님께 인사를 한다. ‘그날’ 이후 이런 풍경을 자주 볼 수 있다.

센터는 종사자 외에 어르신 일자리와 대학생 돕이 선생님들, 외래 강사님, 드림스타트에서 파견된 지역아동복지교사, 구청에서 파견한 혼인이주여성강사들이 다양한 시간제 근무로 모여 있는 곳이다. 낱낱(각각) 구실과 근무시간이 다르지만 어린이를 가온(중심)으로 일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일하는 센터에서 어떻게 하면 오케스트라의 연주 효과를 낼 수 있을까?

해마다 들여름달(5월)에는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날이 돌아온다. 어린이날을 신경 써서 행사를 하고 나면 어버이날이 돌아와 편지쓰기에 바쁘고, 어버이날 행사를 치렀는가 하면 스승의날이 돌아와 어떤 분은 챙기고 어떤 분은 그냥 지나치게 되는 일이 잦았다. 더구나 학교와 겹쳐서 아이들은 “학교에서도 편지쓰기 했단 말이에요” 하면서 짜증을 내기 일쑤였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모두에게 가장 좋은 날을 만들까?’를 고민했다. 드나드는 사람이 많다 보니 자칫 아이들이 사람에게 무관심하고 함부로 여기는 행동을 할 때도 있다. 아이들을 탓할 수 없는 게 하루 동안 만나는 선생님 숫자가 많다 보니 지쳐서 그런 것이다. 그래서 생각해낸 것이 ‘따숨 어르신과 어린이의 날’이다. 올해로 2찰(번)째 행사를 했다. 단순히 행사를 치르기 위한 게 아니기에 준비-실행-평가 과정을 어린이들이 직접 했다.

먼저 어린이들이 모여 다모임(전체회의)을 했다. 행사 내용과 이끔이(사회자)까지 모두 어린이들이 맡았다. 나는 어린이들 한 명 한 명에게 줄 편지를 직접 썼다. 어린이들은 선생님들께 드릴 편지를 썼다. 편지를 예쁘게 코팅해 액자로 만들었다. 이 행사의 벼름소(주제)는 ‘정성과 고마움’이다.

행사 알맹이는 다음과 같다.

이날 학부모님들은 생업으로 못 오셨지만 선생님들은 대부분 참석했다. 특히 어르신들이 모두 오셔서 손자손녀 구실이 잘 이뤄졌다. 아이들이 개구쟁이인 줄만 알았는데 오늘 보니 의젓하다며 입에 침이 마르도록 칭찬하셨다. 감동이라며 눈물도 흘리셨다. “따숨은 정말 따뜻해요. 고마워요.” 연신 인사를 하는 선생님들 덕분에 종사자들도 힘이 났다. 어린이가 다른 선생님들과 따뜻한 관계를 맺도록 지원해 주는 이런 행사를 온나라(전국) 센터에 적극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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