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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日 방송PD “‘도깨비’가 와도 일본내 한류영광 다시 없다”

tvN 드라마 ‘도깨비’

중국과 관계 악화로 한류 콘텐츠 수출에 위기가 닥친 지 오래다. 현지 ‘혐한’ 감정들이 날로 격해지고 있고, 콘텐츠 수출 활로도 꽉 막혀 국내 드라마 제작자들의 숨통 역시 꽉 막혔다. 시원한 해결책도 없다. 고개를 돌려 일본을 봐도 한류 열풍을 찬 밥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문화 수출의 기치를 내걸고 얻은 열풍과 정치적 위기를 핑계로 식어버린 침체를 겪으며 냉·온탕을 오간 일본에서의 ‘한류의 위기’는 터닝포인트가 가능할까. 일본방송사 TBS 사장실 국제부 한류 담당부장 나가오 아키라(AKIRA NAGAO· 사진)씨와의 일문일답을 통해 그 실체에 조금이라도 가까이 다가가 보려한다. 나가오 아키라씨는 2008~2014년까지 한국 드라마를 구입, 한일공동 제작 등의 업무를 담당한 일본내 한류 콘텐츠 전문가다. 우리 입장에서 듣기 거북한 독설이 있지만, 그의 의견이기에 답변을 가감없이 원용했다.

■아래는 그와의 일문일답이다.

①최근 한국 방송 콘텐츠와 관련한 일본 방송시장의 분위기는? (계약 추진이나 편성이 침체인가 또는 침체였는데 살아나고 있는가)

=일본의 한국 콘텐츠 시장은 2012년 이후 계속 축소의 길을 걷고 있고 이제는 일부분의 팬을 위한 것이 되버렸다. 적지만 일정한 열정적인 팬들이 있기 때분에 위성방송, DVD등의 비즈니스가 작은 규모로 계속되어 있는 상태다. 더 이상 떨어지는 일은 없을 것 같지만 2012년 이전 처럼 한류 콘텐츠가 일본에서 부활하는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②지난해 한류로 인기를 얻었던 한국 드라마 <태양의 후예> <함부로 애틋하게> <도깨비> 등은 중국 시장 반응이 주로 전해졌다. 이러한 작품에 대한 일본 시장의 반응은?

=질문①에서 말씀드린 것 처럼 현재 일본에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사람은 일부분의 팬들뿐이다. 따라서 예로 든 3작품에 대해서도 일반 사람들은 잘 모른다. 팬들 사이에서는 우수한 작품들이 그때 그때 화제가 되지만 한국 드라마 팬의 인원수가 너무 적어졌기 때문에 일본 사희 일반적으로는 3작품 다 큰 화제가 되지는 않았다.

③지금 일본에서 가장 각광받고 있는 드라마 콘텐츠는? 배우는? 가수는?

=현재 일본에서 예를 들어 지상파 연예뉴스등 일반적인 일본 사람들이 많이 보는 정보들중에서 한국 콘텐츠가 거론되는 일은 거의 없다. 빅뱅, 방탄소년단이 일본에서 공연하게 되면 수만장의 티켓이 매진되지만 일부분의 열정적인 팬들과 일반적인 일본 사람들 사이의 인식 차이가 큰 것 같다.

④한때 일본은 한국 방송이나 가요 한류의 최전선에 있었다. 지금도 그 열기는 남아있지만 대중적인 관심은 많이 사라졌다. 이에 대한 원인은 어디에 있다고 보나.

=한일관계의 악화가 큰 것 같다. 한국에 대해 비호감을 가지는 일본인이 확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을 느낀다. 이전에는 한국에 대해 안 좋은 말을 하는 사람은 일부의 우익 성향을 가진 사람만이었지만, 요새는 일반적인 일본 사람들의 혐한 발언을 자주 듣는다. 또한 한국 언론의 일본 비판이 많다는 점에도 원인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에서 보도된 내용의 대부분이 그대로 일본어로 번역되어 일본인들의 눈에 보이게 된다. 기자들은 한국 국내를 생각해서 일본에 대해 엄하게 썼겠지만 그것을 그대로 읽은 일본인들이 판감을 가지게 되는 경우가 많다. 보도기관은 자기들의 보도가 “한국을 싫어하는 일본인을 증가시키지 않을까?”라는 것을 잘 생각해주었으면 좋겠다.

⑤한류에 대한 일본의 생각은 최근 어떻게 변하고 있나? (예를 들면 하위문화화됐다. 마니아적 문화가 됐다 등등) *중국에 의존했던 한류 수출이 사드 마찰로 역풍을 맞았다.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려면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엇이 필요할까.

=질문①에서 말씀드린 대로 일본에서 이제 한국 드라마는 “하위문화,마니아적 문화”다. 소수의 열정적인 팬들의 모습이 한국에서 가끔 보도되기 때문에 한국 사람들은 지금도 일본에서 “대중적으로 받아드리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느 나라에서든 자기들에게 기쁜 뉴스는 많이 보도되고 자기들에게 안 좋은 뉴스는 억지로 무시하는 경향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류가 일본에서 힘든 상황에 있다는 사실을 더 정확하게 보도해줬으면 한다.

⑥중국에 의존했던 한류 수출이 사드 마찰로 역풍을 맞았다. 위축된 상황을 타개하려면 제3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 무엇이 필요할까.

=한중간에 대해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지만 중국은 자유주의 국가가 아니기 때문에 정치와 문화를 따로따로 생각하는 일은 없는 나라라고 생각한다. 이 점은 아무리 한일관계가 나빠지더라도 정부가 한류를 금지하지 않는 자유주의국 일본과 다르다.

⑦중국과 관계가 좋았을 땐 자본주의 논리로 중국으로 인재들이 새어나가는 게 문제였다. 또한 저작권 침해와 콘텐츠 무단 복제 문제도 컸다. 중국과 사드 마찰이 해결되면 또 다시 이런 상황이 올 수 있는데 어떤 대처 방안을 준비해야 할까.

=마찬가지로 한중간에 대해 말씀드릴 입장이 아니지만, 인재 유출은 자국내 산업규모가 크면 일어나지 않는 일이다. 저작권 침해의 문제는 권리 의식에 대한 성숙도에 인한 문제에 불과하다. 현재 한국이 저작권 침해에 관해서 중국에 대해 가지는 감정을 일본은 한국에 대해 오랫동안 가지고 있었다.

⑧일본에서 한류 위기에 대해선 어떤 의견이 있나. 일본 역시 1980~90년대 문화 수출이 활발하다가 어느 순간 바닥을 쳐 타개의 움직임이 있었을 텐데, 한류가 참고할만한 개선 사항이 있을까.

=이것에 대해서는 오해가 있다. 1980-90년대의 일본 드라마 붐은 일본이 수출에 힘을 쓰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시아 각국(특히 대만)에서 자발적으로 일어난 붐이었고, 그 후 90년대 이후, 나라가 적극적으로 시작한 한류 붐과 과정이 다르다. 따라서 당시 일본에서는 드라마 붐이 떨어져도 별로 문제로는 생각하지 않았으며, “타개하려는 움직임”도 전혀 없었다. 그 후 아시아 전역에서 한류 붐이 일어나고, 그 때 처음으로 위기감을 느낀 일본은 문화 수출에 힘을 쓰게 되었다. 아베 정권 성립 후, 최근의 이야기다.

⑨한국에서는 정권 교체가 있어 문화정책에 있어서도 변화가 예상된다. 개인적으로 한국 정부에 바라는 한류 관련 정책이 있다면?

=한류 관련이라기 보다, 아무튼, 한일관계를 개선하는 정책을 기대한다. 개인적으로는 평화의 소녀상의 합의가 파기되거나 하면 일본 국민들의 한국에 대한 감정의 악화는 결정적인 것이 되어 버린다. 한국 사람들은 현재 일본에서 일반 수준으로 한국에 비호감을 가지는 사람들의 증가를 만만히 보고 있는 것 같다. 한국 국내에서의 반일 감정을 진정시키고 미래지향적으로 변하지 않는 이상, 일반적인 일본 사람들 사이에서 한국 콘텐츠가 유행하는 일은 다시 일어나지 않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당신이 싫습니다. 그래도 우리가 만든 드라마는 사주세요”라는 것은 이제 통용되지 않는다.

⑩바람직한 한일간 문화교류의 비전은 어떤 것인가?

=교류라는 것은 쌍방적인 것이어야 한다. 한국은 자기들의 콘텐츠를 일본에 내보내는 것에 대해서는 열정적이지만, 일본 콘텐츠룰 한국에서 소개하는 것에 대해서는 열정적이지 않다. 언론이 더욱더 일본의 우수한 콘텐츠를 한국에서 적극적으로 소개해줬으면 한다. 상대방의 문화를 존중하지 않고 자기들의 문화만 강요하는 관계는 언젠가 반감을 불러일키고 오래 지속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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