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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옥자’ 봉준호의 마법이 시작된다

■편파적인 한줄평 : 우리 ‘봉’이, 하고 싶은 것 다 해~

역시나 ‘봉테일(봉준호+디테일)’다웠다. 어느 장치 하나 허투로 다루지 않고 섬세한 설계로 관객의 눈과 귀를 주물렀다. 제70회 칸국제영화제에서도 뜨거운 감자였던 영화 <옥자>의 얘기다.

영화 ‘옥자’ 포스터, 사진 넷플릭스

<옥자>는 강원도 산골소녀 ‘미자’(안서현)가 10년간 곱게 키운 슈퍼돼지 ‘옥자’를 글로벌 기업 미란도가 미국 뉴욕으로 끌고 가자, 그를 구하기 위해 겁없이 나서는 미자의 고군분투기를 담은 작품이다. 공장식 대량 사육 시스템에 관한 얘기가 잔혹 동화처럼 아름답게, 때론 비정하게 120분간 그려진다.

인물 설정부터 남다르다. 사람과 동물의 경계 없이 옥자와 진정한 우정을 나누는 미자, ‘동물해방전선’이란 무시무시한 이름과 달리 순수한 매력으로 웃음을 선사하는 ALF 요원들, 유전자 변이 식품의 부정적 시선을 지우려 슈퍼돼지 옥자를 이용하려는 잔악한 인물이지만 오히려 유아적인 면이 도드라지는 악의 축 루시 미란도(틸타 스윈튼) 등 동화처럼 그려진 인물들이 작품의 무게를 한결 가볍게 한다.

CG로 실감나게 표현한 슈퍼돼지 옥자도 작품에서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눈 깜빡임, 눈동자 색깔 등으로 옥자의 심적 변화를 보여주는가 하면, 거대한 몸집으로 고통을 표현할 땐 보는 이를 압도할 정도다.

감각적인 연출은 말할 것도 없다. 동물 대량도살 시스템의 잔혹성을 지적하면서도 허를 찌르는 유머를 곳곳에 심어놓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다. 한편의 CF 같은 영상미도 일품이며, 특히 사육 공장에 갇힌 슈퍼돼지들이 미자와 옥자를 향해 새끼돼지를 맡기며 울부짖는 마지막 장면은 압권이다.

출연 배우들도 <옥자>가 갖춘 또 하나의 미덕이다. 미자 역의 안서현은 어린 나이지만 스크린 안에서 대단한 존재감을 발휘한다. 감정 연기는 물론 액션까지 거뜬히 해내며 영화의 중심축 구실을 한다.

동물학자 죠니 역의 제이크 질렌할도 눈에 띈다. 할리우드를 주름 잡았던 매력남 이미지는 살짝 내려놓고 독특한 취향의 말 많은 캐릭터를 완벽히 표현한다.

이밖에도 틸다스윈튼, 폴다노, 스티븐 연, 릴리 콜린스, 지안카를로 에스포지 등 할리우드 배우들과 변희봉, 최우식, 윤제문 등 국내 조연들도 귀신 같이 연기 합을 맞추며 작품의 몰입도를 높인다.

국내 극장 개봉 진통 끝에 드디어 세상에 나오게 된 <옥자>. 작품성과 대중성만으로 논란을 잠재우고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까. 봉준호 감독의 마법을 확인하고 싶다면 오는 29일 극장가로 달려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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