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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승부 없는 투사 무하마드 알리 평전 ‘더 그레이티스트’

1954년 미국 켄터키주 루이빌시에서 열두 살 흑인 소년 케시어스 클레이는 자전거를 도둑맞은 후 경찰 아저씨의 조언에 따라 복수를 다짐하며 권투에 입문했다.

소년은 1960년 로마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올림픽이 끝나자 프로로 전향했고 1964년 자신의 이름을 무하마드 알리로 개명하며 흑인으로서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세계와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무하마드 알리 평전 ‘더 그레이티스트’(저자 월터 딘 마이어스 Walter Dean Myers·이윤석 역·남궁인 해제·돌베개 펴냄)가 출간됐다. 이 평전은 1964년 세계 헤비급 챔피언 소니 리스턴과 경기를 앞둔 클레이의 대기실에서 시작한다. ‘나비처럼 날아서 벌처럼 쏜다(Float like a butterfly, sting like a bee)’는 현대의 격언을 만든 그 시합이다.

링에서 승승장구하던 알리는 1967년에 베트남전쟁 징병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챔피언 타이틀을 박탈당하는 고난을 겪어야 했다. 결국 1971년 연방대법원은 그의 ‘양심적 병역거부’를 타당한 것으로 판결했다.

이런 알리에게 찾아 온 인생의 클라이막스는 전성기가 지난 후에 찾아왔다. 그것은 조지 포먼으로부터 챔피언 타이틀을 탈환한 1974년 ‘킨샤사 혈투’였다. 그는 스포츠 역사상 유래가 없는 ‘기술’과 ‘전략’을 통해 ‘힘’과 맞서 승리를 거둔 교범 같은 시합을 펼쳤다. 알리는 이후에도 열심히 싸웠고 은퇴를 할 때 통산전적 61전 56승(37KO) 5패라는 기록 남겼다. 알리는 권투 경기나 세상과의 싸움에서 어설픈 ‘무승부’가 없이 확실하게 승패를 갈랐다.

그는 생애 마지막 30여 년 동안 파킨슨 병을 앓으며 자신의 병을 숨기지 않고 병에 대한 관심을 촉구하는 행보를 보였다.

알리는 링 안이나 밖에서 자신이 옳다고 느끼고 판단하는 것을 위해 타협하지 않고 싸웠다. 하지만 그는 강펀치나 힘으로 밀어 붙이는 인파이터가 아니라 속도와 지략을 무기로 엄청난 에너지를 소비하는 아웃복서라 그 싸움들 하나하나가 매우 힘든 과정과 고통을 수반했다.

이 책은 세 번 결혼에 실패하고 혼외 자식을 둔 장생기고 말 잘하던 ‘바람둥이’ 스포츠 스타의 사생활 보다는 ‘가장 위대한’ 전사의 링에서의 투쟁을 따라 기록하고 있다.

알리는 평생 ‘떠벌이’ 캐릭터로 인기를 끌었지만 그 이면에는 수다쟁이였던 천성과 함께 텔레비전과 상업언론을 이용하려는 그의 영리한 마케팅 전략이 숨어있었다.

책 앞 부분에는 알리가 어떤 사람인지 알려주는 두가지 일화가 있다. 처음 권투도장을 다닐 때 그는 자주 졌지만 연습경기 상대를 무찌를 꺼라고 소리치고 다녔다고 한다. 또 하나는 그가 연습시간에 단 한번도 지각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전은 아프리카계 미국 작가에게 주는 코레타 스콧 킹 상을 다섯 차례 받은 동화작가 월터 딘 마이어스(1937~2014)가 2001년에 출간한 책이다.

‘더 그레이티스트’는 알리가 젊은 시절 쓴 자서전에 첫 문장이며 자신이 주연까지 맡은 실록권투 영화 제목이기도 했다.

이 책을 덮으면서 “링 밖이 링 안 보다 무서웠다”고 고백한 ‘작은 알리’홍수환의 평전도 나오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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