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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파적인 씨네리뷰] ‘직지코드’ 역사는 권력의 기록이다

■편파적인 한줄평 : 다사다난한 ‘직지코드’ 제작진에 격려를!

역사는 권력의 기록이다. 당시 권력을 지닌 자에 의해 유리한 사건은 중심에, 그외의 사건들은 변방에 두면서 세계의 역사가 만들어진다. 이때문에 ‘역사를 그대로 믿어야 할 것인가’는 민감한 사안이다. 아시아 작은 나라 한국에겐 더욱 그렇다.

영화 ‘직지코드’ 포스터, 사진 엣나인필름

영화 <직지코드>(감독 우광훈)는 ‘세계 최초 금속활자본을 발명한 것으로 알려진 구텐베르크가 실제 발명자일까’란 물음에서 시작해 유럽중심주의 역사관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작품이다. 이와 더불어 고려시대 최초 금속활자본 ‘직지’의 문서 기록을 확인해가며 그 가치를 짚는다.

언뜻 <직지코드>가 ‘구텐베르크보다 우리나라의 직지가 더 먼저 발명됐다’며 민족주의를 내세우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작품은 중반 이후 방향성을 확고히 한다. ‘직지’에 담긴 메시지가 ‘화합’이라는 것을 강조하며, 민족주의가 아닌 세계시민주의(전 세계가 하나의 동포라는 생각)가 역사를 제대로 잡는 첫 발걸음이라고 말한다.

<직지코드>의 미덕은 이런 중용에 있다. 물론 작품 초반엔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본을 최초로 발명했다는 문서 증거가 어느 하나 남겨져 있지 않다는 점을 지적하며 그보다 훨씬 이전에 금속활자가 고안된 고려와 프랑스 아비뇽 사이 교류가 있었다는 것을 밝혀내 ‘우리 문화에서 전파됐다’는 뉘앙스를 풍긴다. 마치 잠자고 있던 애국심을 끓어올리려고 하는 듯 한다. <직지심체요절>을 돌려주지 않는 프랑스 측의 비협조적인 태도는 특히나 한국인의 울분을 건든다. 신호만 주면 ‘우리 문화가 최고’라고 외칠 판이다.

그러나 영화는 중반 촬영 도구들을 모두 도난당하면서 방향을 비튼다. 영화 제작에 난항을 겪던 제작진은 프랑스가 내주질 않아 실제론 읽어본 적 없는 <직지심체요절> 메시지에 집중한다. ‘마음이 둘이면 옆에 있어도 부처를 보지 못한다’는 내용처럼 너와 내가 갈려 우수성을 다투는 것보다 세상을 하나로 보고 역사를 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중심주의 역사관을 그대로 받아들여야 하느냐’란 문제 인식을 그대로 지니고 가면서도, 더 현명한 해결책을 도출할 수 있는 전제다. 제목을 <직지코드>로 지은 것만 봐도 제작진의 뜻을 알 수 있다.

또한 <직지코드>는 다큐멘터리 영화지만 속도감을 잃지 않는다는 점에서도 볼 만하다. 애니메이션 효과와 과감한 장면 전환으로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소재를 리듬감 있게 다룬다. 다수 뮤직비디오와 비디오 아트를 연출한 미디어 아티스트 우광훈 감독의 감각적인 편집과 데이빗 레드먼, 명사랑 아네스, 경희대 김민웅 미래문명원 교수 등 출연진의 입담이 섞인 결과다.

당신의 역사관은 온전한가. 혹시 서구 중심으로 쓰인 역사관에 마취된 건 아닐까. 그 첫 질문을 <직지코드>가 던질 것이다. 오는 28일 극장가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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