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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신영은 왜 방출 전 은퇴선언을 하지 못했을까

한화를 떠나 은퇴를 선언한 송신영. 김기남 기자

1999년 현대 입단 뒤 여러 팀을 오가며 프로 19년째를 보내던 송신영(40·전 한화)은 지난 주말 언론을 통해 은퇴를 선언했다. 소속 구단이던 한화에서 지난 23일 웨이버공시 신청을 한 뒤 불과 이틀만에 스스로 결심한 내용을 외부로 알렸다.

선수가 이처럼 은퇴를 결정할 일이었다면, 그에 앞서 구단에서 웨이버공시를 통한 방출 절차를 밟을 이유는 없었다. 선수가 먼저 구단을 통해 은퇴를 발표할 기회가 있었다면 훨씬 더 아름다운 이별이 될 수 있었다. 그러나 송신영은 구단으로부터 고민을 위한 며칠의 시간조차 얻지 못했다.

한화는 송신영과 조인성, 그리고 이종환의 웨이버공시를 신청해 공시했다. 이들은 지난 22일 박종훈 단장의 부름으로 구단 사무실을 찾아 면담을 했다.

한 선수는 오후 3시, 또 다른 선수는 오후 3시30분에 만나는 등 30분 단위로 약속을 잡았다. 그러나 선수당 실제 대화 시간은 10~15분에 그쳤을 뿐 더러 면담이 끝나기가 무섭게 구단에서는 웨이버공시 절차에 들어갔다. 더구나 구단에서는 선수가 그 자리를 떠나기도 전에 ‘웨이버 신청’ 절차를 진행할 만큼 서둘러 움직였다.

조인성과 송신영은 프로야구에서만 19~20년을 뛴 베테랑들이지만, 그 자리에서는 극히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웨이버공시 발표에 앞서 스스로 향후 진로를 결정할 시간을 얻지 못한 데다 면담 자리에서조차 세심한 배려를 받지 못했다. 그 중 한 선수는 면담일 당일 ‘오전에 왜 2군 서산을 다녀오지 않았냐’며 핀잔을 듣기까지 했다.

‘외부’에서 한화의 변화를 바라는 목소리가 작잖다. 꽤 오랜 시간 성적을 내지 못한 선수들에게 차가운 시선을 보내면서, 하루 빨리 새 얼굴을 보고 싶은 간절한 마음을 전하기도 한다. 이같은 구단의 움직임을 외부에서만 바라보고 있는 것은 아니다. 선수단 내부에서도 이를 보고 구단과 자신의 ‘정체성’을 떠올리게 된다. 이게 또 팀의 힘이 되기도 한다.

한화 구단에서는 지난달 23일 김성근 전 감독 퇴진에 이어 베테랑 선수를 줄이어 방출하면서도 순위싸움을 포기하지 않을 뜻을 나타냈다. 그러나 눈에 보이는 전력의 보탬만으로, 다른 팀과 경쟁할 수 있는 힘을 얻는 것은 아니다.

구단의 움직임에 따라 선수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그게 다시 팀 분위기로 나타난다.

이는 일반 직장과 다를 게 없다. 대규모 ‘정리해고’를 예고하고 실제 실행에 옮긴 회사에서 자신이 해당자인지 그렇지 아닌지 애매한 선에 있는 경우, 아무래도 조직 목표를 향해 앞만 보고 달리기 어렵다. 남은 사람들이라면, 으레 떠나는 동료가 어떤 대우를 받는지도 관심을 갖게 된다. 이에 분위기를 다시 잡으려면 한참 더 시간이 걸릴 수 있다.

프로야구단에 오랜 시간 몸을 담았던 한 방송사 해설위원은 “6월부터 고참들이 대거 나가는 경우는 참 이례적이다. 그런 상황에서는 선수단 분위기가 좋은 쪽으로 흐르기는 쉽지 않은 게 보통인데, 현장에서도 선수들을 하나로 끌어가기 힘든 시간이 될 수 있다”면서도 “열흘 전 만나 스윕을 했던 kt를 이번주 다시 만나는 게 그나마 다행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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